"사업-부문장, 원천기술-슈퍼인재"…이재용의 '뉴삼성' 설계도 나와
노태문-전영현, MX·메모리 직접 맡아…'기술 개발'은 적임자 등용
박홍근 하버드大 교수 영입 '원천기술' 확보…본원 경쟁력 '박차'
-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사업과 기술의 선택과 집중'
2026년 사장단 인사를 통해 확인된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의 메시지다. 삼성전자의 양대 축(DX·DS)을 이끄는 두 대표이사 부문장은 사업에만 역량을 온전히 집중하고, 슈퍼 인재를 등용해 본원 경쟁력인 '원천기술' 강화 임무를 맡기는 '뉴삼성' 설계도를 완성한 것이다.
삼성전자가 21일 단행한 사장단 인사의 핵심 키워드는 '선택과 집중'이다. 가전·스마트폰 사업을 이끄는 노태문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 직무대행 사장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발탁했다. 반도체 사업을 이끄는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 대표이사 부회장과 함께 '2인 대표 체제' 전환을 공식화한 것이다.
주목할 점은 전영현 DS부문장의 '겸직 해제'와 '기술 경쟁력' 보강 인사다. 전영현 부문장은 기존까지 메모리사업부장과 삼성종합기술원(SAIT) 원장직을 겸했으나, 이번 인사에서 SAIT 원장직을 내려놨다. 또 MX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장에는 '기술통' 임원을 승진 발탁했다.
두 대표이사 부문장이 캐시카우(현금창출원)인 '모바일'과 '반도체' 사업에만 전념하라는 이재용 회장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게 재계 분석이다. 나아가 사업과 기술을 분리해 삼성전자의 본원 경쟁력이자 미래 먹거리를 키울 '원천기술' 역량을 강화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신임 DX부문 CTO 사장 겸 삼성리서치장에 발탁된 윤장현 삼성벤처투자 대표이사 부사장은 1968년생으로 서울대 전기공학 학·석사와 미국 조지아 테크 전자공학 박사 출신으로 삼성전자 인공지능(AI), 로봇, 바이오, 반도체 등 유망기술 투자를 주도한 '기술통'이다.
박홍근 삼성전자 SAIT 원장 사장은 1999년 미국 하버드대 교수로 임용돼 25년여간 화학·물리·전자 등 기초과학과 공학 전반 연구를 이끌어 온 글로벌 석학으로 꼽힌다. 그는 하버드대 교수 재직 시절인 2003년 역대 최연소로 제13회 삼성호암상 과학상을 수상해 주목받은 바 있다.
'반도체 올인'(All-in) 전략도 핵심 메시지 중 하나다. 삼성 반도체는 칠전팔기 끝에 엔비디아에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납품에 성공하며 재도약의 발판에 올랐다. 본게임인 HBM4 납품 및 물량 확보에 집중하는 한편, 차세대 메모리 기술력 개발에도 역량을 높여달라는 이재용 회장의 주문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9일(현지시각) 3분기(8~10월) 실적 발표 콘퍼러스콜에서 차세대 AI 가속기 루빈(Rubin)의 내년 하반기 로드맵을 재확인하고, 동시에 주문 물량과 납품 단가가 기존 계획보다 증가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HBM4는 삼성전자가 '반전'을 꾀할 수 있는 승부처다. 지난 10월 '깐부회동'과 'AI 동맹 선언'을 통해 삼성전자의 엔비디아 공급망 합류를 공식화했지만, 현행 주류 제품인 HBM3E 단계에선 SK하이닉스보다 한발 늦어 공급 비중이 미미하다. 내년 상반기 출하가 예상되는 HBM4에서 '수주 전쟁'을 치뤄야한다.
HBM4 이후 차세대 메모리를 향한 경쟁도 뜨겁다. AI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세가 적어도 2030년까지는 계속될 것이란 전망 속에서 글로벌 메모리 제조사들은 신기술 개발에 역량을 모으고 있다. 삼성전자도 HBM4의 다음 버전은 물론, 10나노급 7세대(1d) 등 신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부문장은 오롯이 사업에 집중하고, 톱티어(최정상)급 인재를 앉혀 미래 원천기술을 준비하겠다는 것이 이번 인사의 핵심"이라며 "이재용 회장이 '독한 삼성' 슬로건을 띄우면서 그린 뉴삼성의 밑그림이 나온 것"이라고 해석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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