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룸 늘리고 준공도 더 빨리"…삼성·SK, 반도체 공급확대 속도전
삼성전자 P5 착공·SK하닉 용인 팹 용적률 상향…'캐파 전쟁' 활활
AI 반도체 수요, 5년간 4배 더 커진다…삼성 450조·SK 600조 투자
-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반도체 팹(fab·생산시설)을 경쟁적으로 확충하기 시작했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메모리 반도체는 세계적인 품귀 현상이 나타날 정도로 '슈퍼사이클(초호황)'에 진입한 때문이다. '반도체 쇼티지'(태부족)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계산이 서자, 클린룸을 늘리고 팹 완공을 앞당기는 등 '캐파 전쟁'이 불붙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60조 원 이상의 자금이 들어가는 경기도 평택사업장 2단지 5라인(P5) 프로젝트 건설을 재개했다. P5는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범용 D램을 병행 생산하는 하이브리드형 '메가 팹' 역할을 맡는다. 가동 목표 시점은 2028년으로 시황에 따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라인을 구축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평택사업장 1단지(P1~4)와 2단지(P5~6)를 합쳐 87만 평 규모의 반도체 생산기지를 짓고 있다. 이는 축구장 400개가 들어가는 크기로 여의도 면적과 비슷한 세계 최대 규모다. P4는 총 4개 생산라인 중 3곳이 가동 중이거나 생산을 앞두고 있는데, 10나노급 6세대(1c) D램과 HBM4(6세대) 양산을 담당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클러스터에도 360조 원을 들여오는 2031년까지 총 6개의 팹을 완공할 계획이다. 우선 내년 말까지 1기 팹을 착공해 2030년 가동하는 것이 목표다. 평택사업장 라인 확장과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클러스터의 공사가 모두 완료되면 총 12개의 팹이 돌아가게 된다.
SK하이닉스도 메모리 캐파(CAPA) 확대에 고삐를 죄고 있다. 청주 M15X는 최근 공사를 마치고 장비 반입을 시작했다. 이르면 내년 초부터 HBM4 양산 라인이 가동된다. 이듬해인 2027년 5월에는 용인 반도체 일반산업단지 클러스터에 구축 중인 팹 4기 중 1호기가 가동을 시작한다. 용인 팹 1기는 M15X 팹 6기와 맞먹는 규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AI 메모리 인프라 확충을 서두르는 이유는 폭발적인 미래 수요 때문이다. 데이터 분석 기업 글로벌데이터는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 규모가 2024년 439억 달러에서 연평균 20%씩 성장해 2030년 1540억 달러로 커질 것으로 분석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는 2029년 반도체 시장 규모를 1조 달러로 예측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16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미 관세 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용인 팹만으로도 600조 원 정도의 투자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준공) 시기가 얼마나 빨리 당겨질 수 있느냐는 수요와 관련된 상황이고, 투자할 수 있는 범위는 상당히 크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용적률 상향 허가를 받아내 신규 팹 내 '클린룸'(반도체 제조 환경)을 기존보다 대폭 확대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삼성전자는 P5를 클린룸 6개가 탑재되는 3층 규모로 지을 예정이다. P4가 클린룸 4개를 두는 것과 비교하면 생산능력을 1.5배(50%) 늘린 것이다.
SK하이닉스도 지난달 22일 용인특례시로부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일반산단 용적률을 기존 350%에서 490%로 상향한 변경 계획을 승인받았다. 이에 따라 용인 팹 내 클린룸 개수도 기존보다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가 용적률 한계치까지 팹 규모를 키워 구축할 경우 용인 팹 4기의 생산 능력은 청주 M15X 24개와 맞먹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 용인 팹의 클린룸 개수를 맥시멈(최대치)으로 구축했을 때 1기당 M15X 6기와 맞먹게 된다"며 "최태원 회장이 이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메모리 생산 능력을 최대치로 높이겠다는 확고한 의지"라고 해석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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