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혁 CTO "삼성 반도체에 지진 전문가 필요?"…역발상 '협업'

SEDEX 2025 키노트 연설 "반도체, 실리콘의 벽 만나…새 혁신할 때"
혁신 8번 강조, 전혀 다른 분야와의 시너지에서 단서를 찾아야

송재혁 삼성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가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7회 반도체 대전(SEDEX 2025)에서 '시너지를 통한 반도체 혁신'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2025.10.22/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삼성 반도체가 지진 전문가를 채용해서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

송재혁 삼성전자(005930)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반도체연구소장의 고민이다. 반도체와 지진은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그의 설명을 듣고 나면 '한계 돌파'를 위한 고민의 깊이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송 CTO는 22일 "반도체 기술이 끝판왕인 칩렛(모듈형 설계) 단계로 오면서 실리콘(반도체 핵심 소재)도 벽을 만나고 있다"며 "경계를 뛰어넘는 분야와의 컬래버레이션(협업)을 통한 혁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장직을 맡고 있는 송재혁 CTO는 이날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대전(SEDEX) 2025' 키노트 연설에서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개발을 맡은 29년간 느낀 것은, 혁신은 1명의 똑똑한 천재가 아닌, 다양한 의견과 이견들이 모여가며 이뤄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시너지를 통한 반도체 혁신'을 주제로 강연에 나선 송 CTO는 이날 '협업'을 뜻하는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을 8차례 강조했다. 인공지능(AI) 산업의 폭발적 성장으로 반도체는 더 작고 더 효율적인 성능을 요구받고 있다. 급기야 실리콘의 원자(atom) 단위를 넘어서는 혁신이 필요한 지금, 혁신은 전혀 다른 분야와의 시너지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송 CTO는 '알파고'(AlphaGo) 개발에 기여한 공로로 2024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데미스 하사비스가 AI 연구자 출신인 점, 언어학과 주조 기술, 기계학이 만나 '금속 활자'가 창안된 점, 고대 도시에 하수도를 설치하자고 처음 제안한 사람이 아주 의외의 인물이었던 점 등 사례를 언급하며 '이(異)공계 간 시너지'가 한계점에 도달한 반도체 기술의 새 혁신을 이룰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다양한 이공계 학문을 나열하면서 "제가 29년 전 삼성전자에 입사할 때 물리학은 당연히 필요했지만, 지구과학은 과연 필요가 있었나 싶다"며 "하지만 놀랍게도 반도체 공정에서 크랙(균열)이나 위글링(흔들림)을 잡으려면 (지질학의) 스트레스 이퀘이션 기술이 필요하다"며 "삼성 반도체가 지진 전문가를 채용해야 하지 않나 생각도 든다"고 했다.

실제 삼성전자 DS부문은 수시로 사업부 간 인력을 전환 배치하고 있다. 송 CTO는 "삼성전자는 월드와이드(세계적으로) D램, 낸드, 로직, CIS까지 다 하는 유일한 (종합반도체)회사"라며 "플래시(사업을)를 하던 직원이 로직(사업)을 가서, 로직을 하던 친구가 D램에 가서 패키징 기술에 대해 논의한다면 시너지를 내 갈 것"이라고 말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