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TV]③삼성·LG, RGB TV로 中견제…'콘텐츠'로 차별화
RGB TV로 中 미니LED TV 견제…삼성 "라인업 확대" LG "내년 출시"
"TV로 뉴스 보고 게임 한다"…플랫폼 콘텐츠로 '충성 고객' 굳히기
-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가성비로 몰아치는 중국 TV에 맞서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가 '멀티 프리미엄 전략'으로 반격에 나서고 있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로 최상위 프리미엄 시장을 수성하는 동시에 RGB 마이크로 LED TV를 출시해 중국의 미니 LED TV를 견제하는 모양새다. 특히 인공지능(AI) 홈과 자체 OS(운영체제), 보안 등 콘텐츠 생태계를 강화해 중국 업체와 차별화하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달 독일 IFA 2025에서 세계 최초로 RGB 마이크로 LED TV(115형)를 공개했다. RGB TV는 LCD TV의 핵심인 백라이트를 근본적으로 혁신한 제품이다. 기존 LCD TV가 단일한 백색 광원을 사용했다면, RGB TV는 초미세 빨강(R), 초록(G), 파랑(B) LED 소자를 백라이트로 사용하기 때문에 색상을 독립적으로 정밀 제어할 수 있다.
RGB TV는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신무기다. 현재 프리미엄 TV 시장은 OLED TV와 LCD 기반 미니 LED TV가 양분하고 있다. 똑같은 프리미엄 라인이지만 OLED TV는 미니 LED TV보다 가격이 많게는 두 배 가까이 비싼 탓에 대부분 수요가 미니 LED TV로 몰리는 것이 현실이다.
OLED TV와 미니 LED TV의 '틈'을 파고든 것이 RGB TV이다. RGB TV는 OLED TV보다는 성능이 약간 떨어지지만, 미니 LED TV보다는 우월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가격대도 그 중간 지점에 형성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로선 중국 TV로부터 프리미엄 TV 시장을 방어할 무기인 셈인데, 내년 초엔 98형·85형·75형·65형 등 저렴한 신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LG전자도 내년 초 RGB 마이크로 LED TV를 라인업에 추가할 예정이다.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LG전자도 고객에게 여러 선택의 옵션을 드린다는 측면에서 (RGB TV를) 내려고 한다"며 "(경쟁사보다) 좀 더 좋게 만들어서 내년 초쯤 출시할 것 같다"고 했다.
국내 업계가 더 공을 들이는 분야는 '소프트웨어'다. 중국이 아직 따라오지 못하는 AI 기술을 토대로 AI홈, OS, 보안 등 편리하고 안전한 '콘텐츠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TV 성능 경쟁을 넘어, 타 브랜드에선 경험할 수 없는 독자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해 충성 고객이 떠나지 못하도록 하는 '가두리' 전략이다.
삼성전자 AI TV는 단순히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사용자의 '맞춤 비서'(나우브리프 타일) 역할을 한다. 예컨대 TV 근처로 가면 TV가 사용자를 감지하고 평소 휴대전화로 즐겨보던 분야의 최신 뉴스를 제공하거나, 부재중 집 안에서 일어난 일들을 브리핑한다.
콘텐츠의 자막을 사용자가 원하는 언어로 실시간 번역해 제공하는 'AI 어시스턴트', TV 속에 등장한 굿즈가 무엇인지 찾아주거나, 관심이 생긴 배우의 필모그래피를 알려주는 '클릭 투 서치', 저해상도 콘텐츠의 화질을 AI로 개선해 주는 '8K·4K 업스케일링 프로'도 삼성 AI TV에서 경험할 수 있는 서비스다.
백미는 삼성전자의 독자적 OS인 'One UI 타이젠'이다. 최신의 애플리케이션과 무료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게이밍 허브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기기 간 연결도 가능하다. 특히 삼성 녹스(Knox)를 통해 AI 시대 취약점인 악성 앱과 외부 해킹을 원천 차단한다. One UI 타이젠은 지난해 기준 누적 연결 대수 3억 대를 넘기며 세계 최대 TV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사장은 "삼성이 지향하는 비전 AI(Vision AI)는 사용자의 옆에서 일상을 더 쉽고 편리하게 만드는 동반자로서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소비자들의 기대를 넘어서 기존의 스크린으로는 하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의 세계를 열겠다"고 자신한 바 있다.
LG전자도 '질적 성장'에 방점을 찍고 독자 스마트TV '웹OS' 등 비(非)하드웨어(Non-HW) 사업에 힘을 주고 있다. LG전자 웹OS는 전 세계 180여개국에 △아트 △영화 △클라우드 게임 △홈 피트니스 △교육 △쇼핑 등 콘텐츠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웹OS에 탑재된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FAST) 서비스인 'LG채널'은 2015년 첫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10년 만에 북미, 중남미, 유럽, 싱가포르 등 33개국에서 4000개 글로벌 채널을 서비스하고 있다. LG전자는 2027년까지 웹OS에 1조 원 이상을 추가 투자할 방침이다.
TV를 액자로 활용해 명화나 게임 일러스트 등 4000개 이상의 예술품을 감상할 수 있는 'LG 갤러리 플러스', 집에서 TV로 최신 영화를 시청할 수 있는 유료 주문형 비디오 'LG 무비스&TV', 마이크로소프트의 게임 브랜드 엑스박스(Xbox)의 게임을 TV로 즐길 수 있는 구독형 '게이밍 포털'도 LG전자 TV에서 누릴 수 있는 혜택이다.
기기 다변화를 통한 '틈새시장' 공략도 LG전자의 전략 중 하나다. 가정은 물론 호텔·대학교·상점 등 사업장에서도 수요가 높은 이동식 스크린 '스탠바이미', 4K 초고화질과 100인치 대화면, 돌비 애트모스를 지원하는 프리미엄 프로젝터 'LG 시네빔'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LG전자의 '가전 구독' 서비스도 올 상반기 누적 매출 1조1900억 원을 달성하며 든든한 '캐시카우'로 자리매김했다. 조주완 사장은 지난달 IFA 2025에서 B2B(기업간거래), Non-HW, 구독, D2C(소비자 직접 판매) 4대 신성장 사업을 꼽으며 "LG전자의 질적 성장을 끌고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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