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일렉트릭, 美서 스마트 배전·마이크로그리드로 '성공 신화'

美진출 한국 공장 배전반 도맡던 LS일렉, 데이터센터로 사업 확대
올해 데이터센터向 수주만 4000억 원…캐파 높이며 시장 공략 박차

LS일렉트릭 직원들이 충북 청주사업장에서 미국 수출용으로 제작된 스마트 배전반 설비를 최종 점검하고 있다.(LS일렉트릭 제공) ⓒ News1 최동현 기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LS일렉트릭(010120)이 '스마트 배전 설루션'과 '마이크로그리드'를 앞세워 인공지능(AI) 산업의 심장부인 북미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핵심 원동력은 독보적인 '배전반' 기술력이다.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공장을 넘어, 미국 빅테크 데이터센터까지 수주에 성공하며 'AI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韓공장 배전반 싹쓸이한 LS일렉, 美 데이터센터로 사업 확대

4일 업계에 따르면 LS일렉트릭 지난달 미국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프로젝트 배전 설루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2~3월 미국 빅테크와 맺은 2500억 원 규모의 공급 계약에 이은 두 번째 데이터센터향(向) 수주다. 올해 따낸 데이터센터 관련 수주고만 4000억 원에 달한다.

깐깐하기로 유명한 북미 빅테크의 신뢰를 얻은 것은 LS일렉트릭의 '스마트 배전' 기술력 덕분이다. 기존 배전 설비에 AI 기술을 접목해 전류와 전압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AI 알고리즘으로 부하 상태를 자동으로 예측·제어해 에너지 효율까지 높일 수 있다. 특히 디지털 트윈 기술로 원거리에서도 이상 탐지가 가능하다.

신사업인 '마이크로그리드'(소규모 전력망) 사업도 북미 전력업체와 공급 계약을 맺으며 성과를 내고 있다. 마이크로그리드는 기존 전력망과 달리 소규모 지역 단위 발전 및 배전 시스템을 갖춘 분산 전원이다. 미국은 AI·클라우드 컴퓨팅 수요 급증과 송전망 노후화로 전력 부족 문제가 심각한데, 마이크로그리드가 대안으로 부상했다.

LS일렉트릭이 '스마트 배전'과 '마이크로그리드'를 새 먹거리로 삼을 수 있었던 배경엔 독보적인 배전반 기술력이 있다. LS일렉트릭은 국내 주요 전력기기 업체 중 유일하게 배전반 사업을 주력으로 삼고 있는데, 국내 중전기업 중 유일하게 UL 인증을 확보, 미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의 현지 공장 배전반 공급을 90% 이상 싹쓸이 중이다. UL 인증은 배전반(분전반·스위치보드)이 미국(및 캐나다) 안전 규격을 만족한다는 제3자(UL)의 인증이다.

배전반에 AI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배전'과 '마이크로그리드'로 포트폴리오를 넓히면서 데이터센터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한 것이다. LS일렉트릭 관계자는 "까다로운 북미 빅테크의 신뢰를 얻은 데에는 국내에서 축적한 스마트 배전과 마이크로그리드 관련 기술 노하우 덕이 컸다"고 했다.

LS일렉트릭의 UL인증 데이터센터향 배전반 제품(LS일렉트릭 제공)
"배전 시장, 송전 시장의 6배"…美 현지 캐파 더 키운다

LS일렉트릭은 미국 AI 산업 규모가 향후 더 확대될 것으로 보고 북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구글 2025년 환경 보고서에 따르면, 구글의 지난해 전력 소비량은 32.18테라와트시(TWh)에 달했다. 이는 덴마크의 연간 전력 소비량과 맞먹는 규모로, 구글의 전년(25.3TWh) 전력 소비량 대비 27%, 2020년(15.14TWh)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주력인 배전 시장이 향후 송전 시장보다 최대 6배 더 커질 것이란 전망도 기대감을 키우는 대목이다. 통상 배전 시장은 송전 시장의 2~3배 더 큰 것으로 추산되는데, 특히 북미 배전 시장은 초고압 변압기 시장보다 6배 규모로 관측되고 있다. 발전소에 가깝게 구축되는 초고압 송전 전력인프라에 이어 수용가들에 실제 전력을 공급하는 배전시장 확대는 필연적이란 계산이다.

LS일렉트릭은 미국 빅테크 데이터센터향 중·저압 전력기기 및 배전시스템을 생산하는 텍사스주 배스트럽 캠퍼스와 유타주 배전시스템 생산 자회사 MCM 엔지니어링Ⅱ를 북미 양대 거점 기지로 삼고 있다. 이중 배스트럽 캠퍼스는 올해 4월 준공했는데, 향후 5년간 2억4000만 달러(약 3350억 원)를 추가 투자해 생산 능력을 더 키울 계획이다.

LS일렉트릭 관계자는 "일부 품목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경쟁사와는 달리 LS일렉트릭은 배전반과 전력기기, 변압기 등 전력 시스템 풀라인업 공급 역량을 확보해 안정적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 며 "관세 대응을 위한 현지화 전략과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역량을 바탕으로 '트럼프 라운드'를 기회 삼아 글로벌 사업 퀀텀 점프를 이뤄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