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서 못 판다" 치솟는 D램값 '황금기' 근접…K-반도체 '비상'

범용 D램 가격 연중 최고치…연초보다 5배 가격 급상승
쇼티지에 가격 인상에도 '불티'…삼성·SK 실적 기대감↑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D램 가격이 인공지능(AI) 초호황에 힘입어 천정부지로 솟으면서 2017년과 2018년 초호황기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 국내 메모리 제조사들의 실적 개선 기대감도 더 커지고 있다.

29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달 D램 범용제품(DDR4 8Gb)의 평균 현물가격은 5.868달러로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1분기까지 1달러 초반에 머물던 D램 가격은 최근 6달러에 육박하며 4배 넘게 뛰었다.

주류인 DDR5 16Gb의 현물 평균 가격도 6.927달러(D램익스체인지 집계)로 연초(4.7달러)보다 40% 넘게 상승,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반도체 최대 호황기였던 2018년 가격(7.19~8.19달러)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지만, 몸값이 가파르게 오르며 황금기에 다가서는 모습이다.

D램 가격이 뛴 이유는 AI 산업의 폭발적 성장 때문이다. 엔비디아, 구글 등 미국 빅테크와 텐센트, 바이두 등 중국 기업들이 대규모 투자에 나서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폭발했다. 여기에 AI 데이터센터 서버 교체 주기까지 돌아오면서 불황을 겪던 메모리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급기야 '품귀 현상'까지 빚고 있다. 주요 메모리 공급사들이 HBM 생산 능력 확보를 위해 범용 메모리 생산을 줄이고, 구형 제품인 DDR4의 생산을 중단하자 D램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을 끌어올렸다.

특히 미국 마이크론과 샌디스크, 삼성전자 등 제조사들이 최근 D램과 낸드 가격 인상에 나서면서 하반기 호실적이 예고됐다. 금융정보업체 와이즈리포트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시장 전망치(컨센서스)는 9조 6687억 원,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 10조 7459억 원이다.

실제 가격 인상에 앞장섰던 마이크론은 2025 회계연도 4분기(6~8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6% 늘어난 113억 2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깜짝 실적'을 올렸다. 이중 D램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약 70% 증가한 89억 8000만 달러로 전체 매출의 78%를 차지했다.

업계는 AI 산업이 견인하는 '메모리 황금기'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업황을 부정적으로 전망했던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최근 '메모리 슈퍼사이클' 보고서를 통해 한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의견을 '시장 평균 수준'(in-line)에서 '매력적'(attractive)으로 높였다.

특히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HBM 공급망' 진입을 앞두고 있어 이목이 쏠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지난 24일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의 내년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이 현재(17%)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한 30%를 상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AI 호황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분분하지만 당장 1~2년, 멀리는 2030년까지는 절정이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며 "그 중심에 있는 HBM 리더십을 한국 업계가 얼마나 유지하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