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하자, 중국이 표준…K-전기차·배터리, 中 생태계와 협력해야"

"中 자율주행·배터리 표준화 주도…대다수 글로벌 완성차와 협력"
"韓 자동차·배터리, 경쟁력을 확보려면 中 생태계 협력이 필수적"

중국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 CATL(컨템퍼러리 암페렉스 테크놀로지)의 본사.ⓒ AFP=뉴스1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한국 전기차·배터리 업계가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중국 전기차 생태계와 협업해야 한다는 진단이 8일 나왔다. 중국 화웨이·CATL 등은 국가 차원의 지원에 힘입어 자율주행과 배터리 시스템 표준화를 주도하고 있다.

대대수 글로벌 완성차는 중국 업체들과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른바 '전기차 생태계'가 중국을 중심으로 형성된 만큼,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차별화를 꾀하려면 일단 중국의 전기차 생태계와 손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창현 중국유럽국제경영대학원(CEIBS) 교수는 이날 한국경제인협회와 제이캠퍼스가 공동 주최한 '중국발 산업혁신과 전기차 대전환' 세미나에서 "중국은 기업 단위의 최적화를 넘어 산업 전체 차원의 최적화를 통해 중국 시장 밖에서도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이같이 제언했다.

김 교수는 화웨이와 CATL이 자율주행과 배터리 시스템 표준화를 주도하며 기존 공급망과 차별화된 전기차 생태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화웨이·CATL이 추진하는 모듈형(Modularity) 방식은 제품을 여러 개의 독립적인 모듈(부품·시스템)로 나눠서, 각 모듈을 표준화된 방식으로 결합하는 구조를 의미한다.

김 교수는 "향후 한국기업들이 중국 시장이나 글로벌 전기차·인공지능 생태계에서 대응할 때 모듈형(개방형) 생태계에 참여할 지, 자체 수직계열화(폐쇄형)를 강화할지에 대한 전략적 선택이 중요졌다"며 "한국 자동차와 배터리 업계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자율주행 전기차의 새로운 표준과 레퍼런스가 형성되고 있는 중국 전기차 생태계와의 협업과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모듈형 생태계는 화웨이·CATL이 주도하는 방식으로 배터리, 운영체제(OS), 자율주행 설루션 등 모듈을 표준화해 다수의 자동차 업체에 공급하는 방식이다. 빠른 확산과 산업 표준화, 다수의 파트너와의 협력이 가능하다. 수직계열형 생태계는 한 기업이 원재료부터 부품, 완성차, 소프트웨어(SW)까지 자체 생산하는 구조다. 중국 BYD와 샤오미가 대표적이다.

(한국경제인협회 제공)

양진수 HMG경영연구원 모빌리티산업실장도 패널 토론에서 "중국 시장에서 화웨이, CATL, BYD 등 기존 완성차가 경쟁하면서 전동화·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자율주행에서 혁신 속도(China Speed)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며 "이로 인해 중국 업체와 글로벌 완성차간 협력이 확대되는 추세"라고 봤다.

이어 "과거 중국은 판매와 이익의 원천이었지만, 이제는 기술 습득과 학습의 장으로 변모하고 있다"며 "리스크를 관리하면서도 중국을 활용하는 스마트한 협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중국이 자율주행·전기차 생태계의 표준을 주도하는 배경에는 정부 차원 일관된 정책과 전폭적 지원이 있다.

노은영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는 "중국의 혁신은 정부가 시장을 설계하고, 민간이 구현하는 구조"라며 "중국 정부는 규제와 허가를 하기 전에 기술의 사회적 효용성을 관찰하고, 방향성을 제시하며, 유예를 통해 실험을 허용한다"고 했다.

류성원 한경협 산업혁신팀장은 "중국은 오랜기간 과학기술 정책을 일관성있게 추진해 '제조2025'의 핵심기술 10대 분야 목표를 대부분 달성했고, 이제 새로운 10년 계획인 '중국표준2035' 계획을 추진한다"며 "우리도 과학기술, 혁신 등 이념과 상관없는 경제정책을 추진할 때 일관성 유지와 정책 신뢰도 유지가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은 중국 기업은 불과 1년 반 만에 신차를 내놓지만, 우리 완성차 업체는 여전히 3~4년이 소요되는 점을 지적하며 "이는 단순히 생산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 선점과 생태계 구축의 문제다. 우리 기업은 기민한 의사결정과 유연한 조직문화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