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 관세 100%? 15%? 0%?…韓 업계, 말말말에도 "일단 관망"

대통령 이어 상무장관도 "美에 반도체 공장 지으면 관세 면제"
92% 반도체 공급망 포괄할 지는 불분명…'최혜국' 적용법 주목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 로이터=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서울=뉴스1) 최동현 기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이어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도 100% 반도체 관세의 면제 조건으로 '미국 내 반도체 공장 건설'을 제시하면서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 국내 기업의 관세 면제 가능성이 일단 커졌다.

러트닉 장관은 7일(현지 시각) 폭스 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전날 발언에 대해 "'미국에 공장을 짓고 있는 동안에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고 미국에 공장을 짓지 않는다면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러트닉 장관은 구체적으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에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고 약속하고, 이를 상무부에 신고하며, 건설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감독받을 경우에는 반도체 관세 없이 칩을 수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 시간) 반도체 수입품에 대한 100%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하면서 "미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거나 미국에서 생산하겠다고 약속한 기업에는 관세가 면제된다"고 밝혔다.

이들의 말을 종합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관세 면제' 혜택을 누릴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오스틴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운영 중이고 2026년 가동을 목표로 텍사스주 테일러에 제2공장을 짓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28년 양산을 목표로 인디애나주에 38억 7000만 달러 규모의 고대역폭메모리(HBM) 공장을 짓기로 했다.

다만 관세 면제 조건이 '반도체 공급망'까지 포괄하는 것인지는 불분명해 여전히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직수출하는 반도체는 전체의 7.5%의 불과하다. 나머지는 아시아 지역에서 조립·포장을 거친 뒤 최종 납품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반도체 수출 비중은 중국(32.8%), 홍콩(18.4%), 대만(15.2%), 베트남(12.7%), 미국(7.5%) 순이었다. 미국 수출 물량을 뺀 나머지 물량(92.5%)에 관세가 부과된다면 국내 반도체 업계는 치명타가 불가피하다.

미국이 한국에 약속한 '최혜국 대우'가 어떻게 적용될지도 변수다. 아직 구체적인 세율과 범위가 명문화되지 않은 데다, 국가 간 합의가 '기업'에 적용되는 품목 관세에도 적용될지, 실효성이 있는지도 따져볼 문제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전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반도체가 100% 관세를 맞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만약 미국이 반도체 관세를 100%로 설정하더라도, 최혜국 세율이 15%로 정해진다면 한국도 그 수준의 세율을 적용받는다"고 했다.

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주 반도체 관세 행정명령에 서명할 때까지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언이 하루 이틀 만에 손바닥 뒤집히듯 바뀐 적이 많았고, 아직 세부 내용이 나온 것도 없다"며 "(서명 전까지는) 액션 플랜을 세우기 어렵다"고 했다.

dongchoi8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