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 피하자"…韓 기업, 미국·멕시코 생산 확대로 '돌파구'

현대차그룹, 관세에 이익 1.6조 증발…부품 현지화 확대
LG·삼성도 멕시코·미국 생산 강화…미국산 철강 사용 확대 검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앤드류스 합동 기지에서 스코틀랜드로 떠나기 전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류정민 특파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한국 기업들이 미국의 잇따른 고율 관세 압박을 피하기 위해 북미 지역 생산 거점을 확대하며 대응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현대차는 3조6016억 원, 기아는 2조 7648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8%, 24.1% 줄어든 규모다.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줄어든 것은 미국의 관세 여파가 컸다.

미국은 올해 4월부터 25% 관세를 부과했다. 현대차는 미국 관세로 인해 8282억 원을, 기아는 7860억 원의 영업이익을 상실했다고 밝혔다. 두 회사 손실액을 더하면 1조 6142억 원에 이른다.

문제는 3분기 관세로 인한 피해 규모가 커질 것이란 우려다. 2분기의 경우 미국 내 재고 물량이 있어 실제 관세 영향을 받은 기간은 5~6월이다. 그런데 3분기부터는 분기 전체가 관세 영향을 받는다. 업계에서는 하반기 현대차그룹의 영업이익이 4조 원 넘게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안은 미국 내 현지 생산 확대 및 생산 효율화다. 이승조 현대차 재경본부장(부사장)은 앞선 콘퍼런스콜에서 "재료비와 가공비 절감은 물론, 부품 소싱 변경을 추진해 생산 효율화를 통한 대응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25% 관세가 적용되는 자동차 부품 현지화를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꾸려 200개가 넘는 부품의 최적화한 조달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따르면 현대차·기아가 미국에서 생산하는 차량의 현지 부품 조달률은 48.6% 수준이다.

기아는 현지 생산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김승준 기아 재경본부장(전무)은 "미국 조지아 공장의 생산 물량을 현지 시장에 우선 공급하고, 한국산 미국 수출 물량은 캐나다 등으로 조정해 관세 영향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인기 있는 하이브리드 차량 생산 및 판매에 집중해 시장점유율을 높인다는 전략도 세웠다.

다만 미국 내 시장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는 만큼 가격 인상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관세 여파로 영업이익이 급감한 전자업계도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LG전자 2분기 영업이익은 6394억 원으로 전년보다 46.6% 급감했다. 미국향(向) 수출품에 4월부터 보편관세 10%가 붙은 것도 영업이익 감소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31일 2분기 실적을 공식 발표할 삼성전자 역시 미국 관세 영향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최근 전년 대비 55.9% 줄어든 4조 6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잠정 발표했다.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이 미국 관세 영향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영향으로 추정된다.

철강 비중이 큰 가전제품 특성을 고려할 때, 미국의 철강 품목 관세(50%)가 업계에 직격탄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전자 업계는 향후 상호관세 대상이 확대되거나 미중 갈등 등 통상환경 변화에 대비해 멕시코 및 미국 내 생산 확대를 검토 중이다. 특히 LG전자는 9월부터 멕시코에서 세탁기를 생산할 계획이다. 멕시코 생산품은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을 준수하면 상호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삼성전자는 미국 생산 가전에서 작은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산 철강 사용 확대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사업부인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도 내년 가동을 목표로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기업들은 북미 내 생산 확대를 통해 실질적인 피해를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관세가 영업이익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는 만큼, 전략 전환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pkb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