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10년만에 올레드TV 유턴…LG와 '번인' 2라운드
삼성전자, 55·66·77형 올레드TV 출시…"소비자 선택 폭 넓혔다"
고질적 단점 '번인' 해결이 판가름…"구매 결정에 핵심 요소"
- 김민성 기자
(서울=뉴스1) 김민성 기자 = 삼성전자가 'LG의 텃밭'으로 불리던 올레드(유기발광다이오드, OLED) TV 시장에 다시 도전장을 내밀었다. 삼성전자가 국내에서 올레드TV를 다시 내놓은 것은 10년 만이다.
LCD(액정표시장치) 기반의 QLED TV에 주력했던 삼성이 다시 올레드에 뛰어든 건 글로벌 가전시장 침체 속에서 올레드 TV를 완전히 포기하는 건 위험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10년간 올레드 TV 시장에서 강자로 군림해온 LG전자(066570)와 건곤일척의 승부가 불가피하다.
올레드 TV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목됐던 '번인'(잔상)을 두고 과거 1차전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불꽃 튀는 공방을 주고 받았던 만큼 앞으로 시장의 주도권은 결국 이를 해결할 올레드 기술력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005930)는 9일 네오(Neo) QLED·올레드 등 2023년형 TV 신제품을 국내 시장에 공식 출시한다고 밝혔다. 올레드TV는 77·65·55형 3가지 크기로 출시됐다. 삼성 OLED는 뉴럴 인공지능(AI) 퀀텀 프로세서 4K를 탑재했다. 이를 통해 OLED 기술의 장점을 유지하면서 높은 수준의 밝기와 색상을 구현했다고 삼성전자는 설명했다. 황태환 삼성전자 한국총괄 부사장은 "삼성 TV의 기술력이 완성한 OLED를 처음 선보이며 소비자 선택 폭을 넓혔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2023년형TV 사전 예약 판매 대수는 1200여대를 웃돌고 지난해 예약 판매 실적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예약 판매에서 네오 QLED와 OLED가 차지한 비중은 각각 80%, 20%였다.
◇ OLED 성장세 커지자 전략 수정…JY가 힘 실은 QD-OLED 대규모 투자 이어질 듯
"올레드 TV는 절대 만들지 않겠다"고 공언했던 삼성전자가 국내에서 올레드 TV 신제품을 내놓는 것은 2013년 이후 10년 만이다. 삼성전자는 2013년 55형 올레드 TV를 선보인 뒤 후속작은 내놓지 않았다. 당시 기술 문제와 시장성 등을 이유로 2015년 시장에서 철수했고 LCD 패널을 기반으로 한 QLED TV에 초점을 맞춰왔다.
삼성은 디스플레이 기술이 향상되고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올레드 TV 성장세가 두드러지자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OLED TV 출하량은 전년 대비 약 14%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삼성의 대형 OLED 패널에 대한 과감한 투자 여부도 주목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달 7일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를 찾아 QD-OLED 패널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사업 전략을 점검하면서, 향후 삼성의 대형 OLED 투자에도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이 회장이 올레드 TV 출시를 앞두고 사업장을 방문해 신제품 TV 리모콘 버튼 하나까지 세심하게 챙길 정도로 신경을 쓴 작품이다.
◇ 결국 기술력…'번인' 공방 주고받은 삼성 vs LG '2라운드' 예고
이미 전날(8일) 2023년형 올레드 TV 신제품을 공개한 LG전자는 삼성전자의 올레드 시장 재진출에 대해 "웰컴(환영)"이라며 '프리미엄 TV 대전' 개막을 알렸다. 삼성전자는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이날 언론에 올레드 TV 신제품 체험 행사를 열고 반격에 나섰다.
업계 안팎에선 앞으로 TV 시장의 주도권이 올레드 기술력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올레드의 고질적인 단점으로 꼽히는 '번인'(잔상)을 둘러싼 대결이 주목된다.
번인은 장시간 같은 화면을 켜둘 경우 화면에 잔상(얼룩)이 영구적으로 남는 현상이다. 올레드는 LCD 기반 TV보다 반응속도·화질·명암비가 좋지만 유기물질을 사용하다 보니 태생적으로 '번인'에 취약하다.
이런 탓에 LCD TV가 주력이었던 삼성전자는 과거 올레드 TV를 판매해 온 LG전자를 겨냥해 "번인 현상이 단점"이라며 공세를 펼쳤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10월 공식 뉴스룸에서도 "스마트폰은 평균 사용 기간이 2~3년 정도로 길지 않기 때문에 OLED를 사용하더라도 번인 현상이 눈에 띄지 않지만 장시간 사용하는 TV나 게이밍 모니터의 경우는 다르다"며 TV엔 올레드 패널이 맞지 않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러던 삼성전자가 다시 올레드 TV를 들고 나온 만큼 이제 LG전자가 삼성의 올레드 TV 공격 논리를 그대로 상대에게 돌려줄 판이다. LG전자 측은 북미 IT 제품 리뷰매체 알팅스의 테스트 결과를 인용해 삼성전자의 '퀀텀닷(QD) 올레드 TV'가 번인 현상에 취약하다고 주장했었다. 전날 기자간담회에선 "(번인 현상은) 테스트를 넘어 경험의 축적으로만 극복이 가능하다"며 10년간 올레드 TV 사업을 이어온 LG전자의 우위를 우회적으로 강조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유기물을 발광 소자로 사용하는 올레드 TV는 번인 문제에 완전하게 자유로울 순 없다"며 "번인이 앞으로 올레드 TV 구매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m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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