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실적 쇼크' 부른 반도체…"감산 없다" 입장 바뀔까
三電, 4분기 반도체 실적 부진에 영업이익 69% 급감
반도체 적자도 코앞…"하반기 공급조절 동참" 전망도
- 문창석 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의 부진 여파로 지난해 4분기(10~12월)에 '어닝 쇼크(실적 충격)'를 기록했다. 14년 만에 반도체 사업에서 적자를 거둘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는 가운데 그동안 '감산과 투자 축소는 없다'고 했던 삼성전자의 입장이 변화할지 주목된다.
9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2022년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69% 감소한 4조3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분기 기준 영업이익이 4조원대를 기록한 건 지난 2014년 3분기(4조600억원) 이후 8년 만이다.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이유는 반도체 사업이다. 반도체 사업은 지난 2021년 4분기 삼성전자 연간 영업이익(13조8700억원) 중 63.7%(8조8400억원)를 올렸을 정도로 전체 실적을 지탱한 바 있다.
이렇게 비중이 높은 반도체 사업이 부진하면서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도 크게 끌어내린 것이다. 증권업계는 삼성전자가 4분기 반도체 사업에서 전년 동기 대비 5분의 1 수준인 1조원 중반대의 영업이익을 거뒀을 것으로 예상한다. KB증권은 4분기 반도체 영업이익이 3000억원에 그친 것으로 집계하기도 했다.
문제는 아직도 바닥이 아니라는 점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직전 분기와 비교해 올해 1분기 D램 범용제품의 고정거래가격이 15~20%, 낸드플래시 가격은 10~15%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
4분기 삼성전자 잠정 실적이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보다 크게 낮았다는 점도 '반도체 다운턴(하강국면)'이 더욱 깊어질 것이란 전망에 무게를 싣고 있다. 강성철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학회 선임연구위원은 "뚜껑을 열어보니 실제 영업이익이 전망치보다 크게 하락했다는 건 실적을 예측한 시점과 집계한 시점 사이에 반도체 가격이 더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현재의 실물거래도 예상보다 더욱 부진할 수 있다는 걸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반도체 사업이 적자 전환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대신증권은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에서 △1분기 2조1860억원 △2분기 2조1570억원 △3분기 8330억원의 영업손실을 거둘 것으로 예상한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이 적자를 기록한 건 14년 전인 2009년 1분기(6700억원)가 마지막이다.
전세계적인 반도체 산업 불황에 주요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은 모두 감산에 나섰다. 업계 2위인 SK하이닉스는 수익성이 낮은 상품을 중심으로 감산에 들어갔으며, 3위인 미국의 마이크론도 지난해보다 20% 이상 감산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며 메모리 반도체 업계에서 유일하게 생산과 투자 활동을 정상대로 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하지만 최근 반도체 시황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일각에선 삼성전자도 입장 변화를 고려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위민복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업계 내 최고의 원가 경쟁력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4분기 낸드플래시 영업적자를 시작으로 올해 1분기는 반도체 부문 적자, 2분기에는 D램까지도 영업적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를 고려하면 하반기부터는 공급 조절에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황이 매우 부진한 상황인 만큼 설비투자가 보수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마이크론은 올해 설비투자를 전년보다 30% 이상, SK하이닉스도 내년 투자 규모를 올해보다 50% 이상 줄이는 고강도 조치를 진행하기로 했다. KB증권은 삼성전자도 올해 메모리 설비투자를 기존 계획 대비 15% 축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는 금리 인상의 누적 효과로 인한 수요 둔화와 메모리 재고 조정으로 반도체 실적의 추가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them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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