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시장 고속 성장에…SK실트론, '전력반도체' 베팅 가속
美 베이시티 신공장·구미공장서 7월 SiC 웨이퍼 생산 예정…생산능력 확대 가시화
2025년까지 점유율 26% 달성 목표…SK그룹 자회사 '예스파워테크닉스'와 시너지
- 노우리 기자
(서울=뉴스1) 노우리 기자 = 국내 유일한 반도체 웨이퍼 제조사 SK실트론이 차세대 전력반도체 소재인 ‘실리콘 카바이드(SiC)’ 웨이퍼 시장 개척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기차 필수 부품인 차세대 전력 반도체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주요 원자재인 SiC 웨이퍼 생산능력(CAPA)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다.
지난해 증설 투자한 미국 신규 공장의 SiC 웨이퍼 생산 시점이 임박했다. 국내 구미공장에서도 하반기부터 SiC 웨이퍼를 양산한다. SK실트론은 향후 3년내 SiC 웨이퍼시장에서 최소 2위로 올라선다는 계획이다.
1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SiC 웨이퍼를 생산하는 SK실트론의 손자회사 미국 SK실트론 CSS는 이달부터 미국 미시간주 베이시티 신공장에서 SiC 웨이퍼 제조를 위한 자재 생산을 시작했다. 7월부터는 SiC 웨이퍼 완제품이 나올 예정이다. 회사 측은 올해 가을이 지나기 전 1라인(phase 1)을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국내에서도 SiC 웨이퍼 생산능력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SK실트론은 경상북도 구미2공장에 SiC 웨이퍼 제조 시설을 증설 중이다. 구미공장의 경우 미국에서 생산된 SiC 웨이퍼 일부를 들여와 후공정과 마무리 작업 역할을 맡는다.
앞서 SK실트론은 전력 반도체 웨이퍼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2019년 9월 미국 듀폰의 SiC 웨이퍼 사업부를 약 5400억원에 사들였고 지난해 7월과 11월 사업 고도화를 위해 증설 투자에 향후 5년간 6억 달러(약 747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웨이퍼의 가장 기초가 되는 ‘잉곳’을 만들기 위한 공정 중 하나인 ‘그로잉(Growing)’이 미국에서 핵심 기술로 인지돼 현지법인에서만 이를 활용할 수 있다”며 “증설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구미공장과 미국 신공장의 유휴공간 등을 고려해 투자 상세 계획을 짠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SiC는 기존 웨이퍼 소재인 실리콘(Si)과 비교해 전력 효율과 내구성이 뛰어난 3대 신소재(실리콘 카바이드, 질화갈륨, 갈륨옥사이드) 중 하나다. 같은 크기의 반도체라도 더 많은 용량을 처리할 수 있는 만큼 부품 소형화가 가능하고 전력 소모도 줄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특히 많은 양의 전력을 소화하면서도 경량화가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전기차 산업의 숙제를 해결해줄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2018년 테슬라가 ‘모델3’에 SiC 전력 반도체를 처음으로 도입한 후 시장이 점점 커졌고, 현재 전체 전기차의 3분의 1이 SiC 반도체 부품을 채택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욜디벨롭먼트에 따르면 SiC 전력 반도체 시장은 2027년까지 연평균 34% 성장해 63억 달러(약 7조8221억원)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증설 투자의 성과가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하면 SK실트론은 현지 EV(전기차) 관련 밸류체인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최종 고객(자동차 제조사)은 물론 전력 반도체 관련 부품·소재사들이 미시간주를 기반으로 모여들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SK실트론은 SiC 전력 반도체 웨이퍼 시장에서 미국 크리, II-VI(투식스)에 이어 3~4위권 수준인데, 증설 투자가 모두 마무리될 2025년에는 시장점유율 26%를 달성해 1~2위권에 안착한다는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시장이 개화기에서 안정기로 자리잡는 시기에 과감한 증설 투자를 통해 ‘톱2’ 안에 진입하겠다는 뜻”이라며 “SiC 웨이퍼 시장은 아직 개화기라 대형 고객사 발주 현황에 따라 점유율 순위가 쉽게 뒤바뀌는 만큼 충분히 달성 가능한 목표”라고 설명했다.
SK그룹 계열사와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앞서 SK는 지난달 1200억원을 들여 SiC 전력반도체 설계·제조사 예스파워테크닉스 경영권을 인수하며 전력 반도체 사업 강화 의지를 드러냈다. 예스파워테크닉스는 SK실트론을 통해 안정적으로 SiC 웨이퍼를 공급받을 수 있고 SK실트론은 연구·개발(R&D) 분야에서 협력 기반을 단단하게 다질 수 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웨이퍼 생산부터 SiC 전력반도체 설계, 제조까지 이르는 밸류체인이 완성된 것으로 평가된다"며 "장당 70~100달러 수준인 실리콘 웨이퍼에 비해 SiC 웨이퍼의 장당 단가는 1000달러 수준으로 약 10배 이상 높은데, 본격적인 매출 효과가 반영되는 2023년엔 SK실트론 CSS의 흑자전환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we122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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