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SK 'ESG 경영' 가속…LNG발전 '오·폐수 제로' 추진

SK하이닉스, 이천 LNG발전소 오·폐수 '무방류' 계획 변경
재활용률 31%→100% 목표…SK "환경 영향 최소화 결정"

SK 하이닉스 분당사무소의 모습./뉴스1 ⓒ News1

(서울=뉴스1) 주성호 기자 = 세계 2위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SK하이닉스가 이천에 건립하고 있는 LNG(액화천연가스) 열병합 발전소에서 오·폐수 방류 '제로(zero)화'에 나선다.

SK하이닉스는 올 상반기 정부로부터 환경영향평가를 받을 때만 하더라도 하루에 발생할 9000㎥(약 900만리터)에 육박하는 오·폐수를 자체 정화시설에서 처리한 뒤 인근 하천으로 방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최근 내부 논의를 거쳐 SK하이닉스는 이천 LNG 발전소 외부에 오·폐수를 아예 배출하지 않는 '무방류 설비'로 운영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주변 환경과 자연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최태원 회장이 주도하고 있는 SK그룹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혁신에 가속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지난달 이같은 내용을 담은 '이천 스마트에너지센터(LNG 발전소) 건설사업' 환경영향평가 변경협의안에 대해 환경부의 '조건부 동의' 결정을 받았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3월 국가 주요 수출품목인 반도체를 생산하는 이천 공장에서 원활한 전력 공급을 위해 액화천연가스(LNG)를 이용한 열병합발전소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이천시 부발읍 가좌리 일대에 5만5031㎡ 크기로 585MW(메가와트) 용량의 발전 설비를 구축하는 것으로, 총 사업비는 약 8700억원에 달한다.

관련법에 따라 SK하이닉스는 지난해 5월부터 환경영향평가에 착수했고 지난 3월에야 환경부로부터 최종적으로 '환경영향평가 본안'에 대해 조건부 동의를 받았다.

지난 3월말 기준 SK하이닉스가 이천 스마트에너지센터(LNG발전소) 사업계획상 준비했던 폐수처리시설 및 폐수 방류 지점의 위치(자료=EIASS) ⓒ 뉴스1

본안 통과 당시인 지난 3월까지만 하더라도 SK하이닉스는 2022년 8월부터로 예상된 이천 LNG 발전소 정상 가동시 발생할 오·폐수 '8982.73㎥/일'를 내부 처리시설에서 정화 처리한 후 사업장 인근 죽당천으로 방류할 계획을 추진했다. 이같은 내용에 대해 환경부도 수질 환경상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고 동의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지난 8월 SK하이닉스는 반년 가량의 내부 검토를 거쳐 LNG 발전소 주변 환경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외부로 배출되는 오·폐수가 없도록 '폐수 무방류 설비'로 변경하기로 했다. 이같은 내용을 담은 사업계획 변경안도 정부에 제출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SK하이닉스 내부에서도 쉽지 않은 일이란 평가가 많았지만 가능한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 이같은 사업계획 변경을 도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당국의 요청이 없었는데도 SK하이닉스가 선제적으로 친환경 운영정책을 강화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SK하이닉스는 LNG 발전소 내에서 사용할 용수 공급계획을 수정했다. SK하이닉스에 따르면 냉각수를 비롯해 LNG 발전소에서 필요한 각종 용수로는 이천사업장에서 자체 폐수처리한 방류수를 공급받아 쓰기로 했다.

애초에 예상됐던 LNG 발전소의 필요 원수 사용량은 2만3000㎥/일 수준이었다. 또 발전시설 운영 이후 발생할 8878.2㎥/일의 일상폐수 중에서 31.2%를 재활용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사업계획안 변경을 통해 하루에 필요한 원수 사용량을 1만4000㎥/일까지 낮추기로 했다. 애초에 공급되는 원수 자체가 9000㎥/일 가량 감소하다보니 발생하는 폐수량도 1453.5㎥/일로 종전보다 약 84% 줄이게 된 것이다.

SK하이닉스가 지난 10월 환경부에 제출해 '조건부 동의'를 얻은 이천 스마트에너지(LNG발전소) 사업계획 변경안에 담긴 오·폐수 처리 계획 변경안의 내용(자료=EIASS) ⓒ 뉴스1

SK하이닉스는 사업계획 변경으로 80% 이상 줄어든 폐수도 무방류 설비로 유입해 처리한 뒤에 냉각탑 보충수로 재활용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이천 LNG 발전소의 오·폐수 재활용률은 100%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온수 폐수 방류로 인한 생태계 교란 및 예상치 못한 오염물질로 인한 생태계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총동원한 결과 오·폐수 무방류 원칙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재계에선 SK하이닉스의 이같은 결정이 최근 '친환경'을 핵심 화두로 내세우고 있는 SK그룹의 경영 방침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최근 공개석상에서 "기업이 경제적 가치만 고려했던 방식에서 벗어나 사회적 가치를 고려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도입해야 한다"면서 "SK는 한국이 ESG 트렌드를 선도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지속적으로 강조한 바 있다. 지난 1일에는 SK그룹이 국내 기업 최초로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목표로 하는 'RE100'에 가입하기도 했다.

다만 이같은 '폐수 무방류' 운영 계획은 우선 이천에만 적용되며, 동일한 규모의 LNG발전소 건립을 추진 중인 청주 사업장에도 확산될지는 정해진 게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청주 LNG발전소의 경우 최근에야 환경영향평가 본안이 통과됐으며 사업 추진 일정과 계획이 이천과는 조금씩 다르다"면서도 "인접한 곳에 한강을 끼고 있는 이천의 환경평가 기준이 더욱 까다로운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오·폐수 무방류 외에도 이천 LNG발전소 '사업계획 변경안'에 태양광 발전시설 용량을 기존 20kW(킬로와트)에서 80kW로 확대하고 냉각탑 형식을 양흡입에서 편흡입으로 바꾸는 등의 내용도 포함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월 9일 오전 대한민국 소재.부품.장비 산업현장인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내 분석측정센터를 방문해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최태원 SK그룹 회장, 문 대통령,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청와대 제공) 2020.7.9/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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