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만큼 커진 증설의 유혹…"메모리반도체 '품귀'는 사라질 것"
D램 수요 견고하지만 잇딴 증설로 공급부족 소멸전망
낸드플래시도 공급부족 완화 전망
- 이헌일 기자
(서울=뉴스1) 이헌일 기자 =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으로 여겨지는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내년 전망을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D램의 경우 내년에도 공급부족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는 반면 업체들이 잇따라 증설에 나서면서 공급부족이 완화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낸드플래시의 경우에는 업체들이 새 공장을 가동하는 한편 3D(3차원) 낸드 전환이 빨라지면서 수급이 균형을 찾을 거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D램, 업체들 증설 가능성 솔솔
9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내년 D램 시장에서 공급보다 수요가 더 많이 늘어나면서 올해 내내 지속된 공급부족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내년 전체 D램 업체들의 빗그로스(메모리 용량을 1비트 단위로 환산해 계산한 메모리 반도체의 생산량 증가율)는 19.6%로 예상되는 반면 시장 수요는 20.6% 성장할 전망이다.
업체들이 생산량 확대에 소극적인 전략을 취하는 가운데 모바일에 탑재되는 메모리의 양이 늘어나고 서버 및 데이터센터의 수요도 증가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D램 업계 '빅3' 중 올해 안에 라인을 증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곳은 SK하이닉스 뿐이다. SK하이닉스는 이천 M14 라인의 남은 공간에 라인을 추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올해 순수 증설에 따른 생산량 증가분은 지난해 대비 3~5%가량으로 큰 폭의 변화는 아니다.
도현우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애플의 '아이폰X' 판매가 지연되면서 내년 1분기 수요 증가에 보탬이 될 것"이라며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도 올 하반기 새로운 모델을 출시하면서 상반기 대비 판매량이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애플의 10주년 모델인 아이폰 X는 11월 이후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과거 애플 최신 모델의 판매가 4분기에 집중되고 1분기에는 감소했던 추세가 이번에는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도 연구원은 또한 "서버용 D램 수요도 양호한 수준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내년 1분기까지 D램 가격 하락세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역대급 호황 속에서 D램 공급업체들이 증설의 유혹에 빠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나의 업체가 증설에 나설 경우 다른 업체들이 뒤따라 갈 것이란 분석이다.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츠는 "SK하이닉스가 D램 생산량을 늘린다는 계획을 내놓은데 대응해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이 뒤따라 설비 증설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일부 증설 계획을 밝힌데 더해 중국 우시의 새 D램 라인 완공을 내년 4분기로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이를 위해 지난 7월에 올해 시설투자 계획을 당초 7조원에서 9조6000억원으로 상향조정했다. 도현우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새 공장 가동을 앞당기면서 내년 하반기 수급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삼성전자는 2분기 경영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내년에 낸드플래시 생산라인 일부를 D램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일부 증설 가능성을 내비쳤다. 도 연구원은 "올 하반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연초 예상한 규모 이상으로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낸드플래시, 내년 공급부족 완화 전망
낸드플래시 시장은 내년 업체들의 증설 효과가 본격화하고 3D 낸드 비중이 확대되면서 공급부족이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내년 내년 낸드플래시 공급업체들의 빗그로스는 42.9%로 예상되는 반면 수요는 37.7% 증가하는데 그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올 7월부터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라인을 본격 가동했다. 이곳에서는 최첨단 64단 3D 낸드를 생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말까지 64단 3D 낸드가 전체 낸드플래시 생산량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도 올 3분기부터 이천 M14 2층의 낸드플래시 생산라인을 본격 가동하고 있다. 이곳에서 우선 48단 3D 낸드를 생산한 뒤 72단 3D 낸드를 생산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이런 증설과 공정전환을 통해 올해 말에는 전체 낸드플래시 생산량 중 3D 낸드의 비중을 절반 수준으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앨런 챈 D램익스체인지 연구원은 "올해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공급부족이 이어진 것은 삼성전자를 제외한 공급 업체들이 2D낸드에서 3D낸드로 공정을 전환하는 과정을 진행했기 때문"이라며 "이 과정에서 몇몇 업체들은 생산량이 줄어든데다 새로운 생산라인도 효율적으로 가동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내년에는 삼성전자 외 업체들이 64단 및 72단(4세대) 3D 낸드 생산에서 '성숙기(maturity)'에 도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D램과 낸드플래시의 고정거래가격은 나란히 최근에 상승세가 무뎌졌다. 통상 공급업체들은 고객사와 분기 단위 계약을 맺기 때문에 매분기 첫달에 가격이 크게 변한 뒤 이후에는 변동이 적다. D램 대표 제품(DDR4 4Gb 512Mx8 2133MHz)의 고정거래가격은 올 1월에는 전월 대비 38.7% 상승했지만 4월에는 상승폭이 12.4%로, 7월에는 다시 5.2%로 줄었다.
낸드플래시 대표 제품(128Gb 16Gx8 MLC)도 지난 1월에는 전월 대비 7.6% 올랐지만 7월에는 2.3% 오르는데 그쳤다. 9월에는 17개월 만에 처음으로 전월 대비 하락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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