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과외 받은 비상장 '대창' 냉장고 제빙기로 '우뚝'

[상생시대]① 1차 협력사 대창, 제빙기 생산량 10여년 만에 100만개로
협업으로 터특한 노하우 2차 협력사로 트리클 다운

편집자주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대기업-중소기업 상생협력이 다시 사회적 화두가 되고 있다. 현재 대기업-중소기업 상생협력은 자금을 지원하는 초기 단계를 거쳐 2·3차 협력사로까지 범위가 확대되면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모범사례를 발굴, 건전한 상생 문화가 확산되도록 하기 위한 기획시리즈를 마련했다.

가전부품회사 대창의 연구소에 전시된 주요 제품.ⓒ News1

(정읍=뉴스1) 이헌일 기자 = 고급 냉장고에는 제빙기가 필수품이다. 삼성전자 고급냉장고에 들어가는 제빙기는 1차 협력사이자 비상장사인 '대창'이 공급한다. 가전 및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회사지만 코스피 시장 상장사 '대창'과는 전혀 관계없는 회사다.

지난 4일 전라북도 정읍에 위치한 대창 공장을 찾았을 때도 제빙기 생산라인에서는 제품이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었다. 대창은 제빙기 외에도 냉장고 선반, 세탁기의 자동세제공급장치 등 다양한 가전 부품을 삼성전자에 납품하고 있다. 매출은 연간 1000억원 이상이다.

◇ 삼성전자의 과외...제빙기 분야 최대 협력사로 성장

이 회사의 제빙기 생산능력은 연 100만개다. 처음부터 이같은 능력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제빙기라는 물고기를 잡는 법은 삼성전자가 가르쳐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전자와 대창의 협력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성전자는 미국에 판매할 냉장고에 들어갈 제빙기가 필요해 대창에 개발을 제안했다. 당시 국내에서는 제빙기라는 개념이 생소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냉장고에 필수적으로 탑재되는 제품이었다.

대창의 주력 제품인 냉장고용 제빙기의 구조.(대창 제공) ⓒ News1

문제는 일본이었다. 당시 일본 기업이 제빙기 관련 특허를 대부분 보유하고 있어 이를 피해서 제품을 개발해야 했다. 우선 삼성전자는 기초조사를 맡았다. 일본 기업이 보유한 특허가 어떤 것이 있는지 세밀하게 파악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특허전문 변호사와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대창 입장에서는 엄두를 내기 힘든 작업이었다.

이에 대해 이길상 대창 대표는 "일본 기업이 보유한 해외 특허를 우리가 다 조사하기에는 인력, 시간에 한계가 있었다"며 "삼성전자가 이 작업을 해줘서 특허 침해를 피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정기중 삼성전자 상생협력센터 컨설팅센터 부장은 "제빙기에 들어가는 세부 기술이 굉장히 많다"며 "대창에 '이런이런 기술들이 필요하다'고 제안하는 식으로 개발 단계부터 협업했다"고 설명했다.

제빙기 개발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었다. 2012년에는 삼성전자에 공급될 제빙기 물량을 일부 일본 기업에 뺏기기도 했다. 문제는 원가였다. 일본업체는 부품을 사다가 조립하는 업체였던 까닭에 업체와의 원가 경쟁에서 밀린 때문이었다.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해야 하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두 회사는 다시 머리를 맞댔다. 공정을 개선하고 추가로 기술을 개발해 원가를 낮추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는 작업에 돌입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제빙기에 콘트롤러와 DC(직렬)모터를 탑재해 경제성을 높이면서도 기존제품보다 작고 가볍게 만들었다. 이에 따라 대창은 지난 2014년과 2017년에 각각 주요 제빙기 물량을 되찾아 오는데 성공했다.

대창은 삼성전자의 지원을 받아 작업자의 근골격질환 예방을 위해 스크류 자동체결기를 설치했다. 사진은 기기 도입 전(위)과 도입한 뒤 작업장 모습.(삼성전자 제공) ⓒ News1

대창과 삼성전자는 세탁기용 자동세제공급장치도 비슷한 협업을 이뤘다. 2014년 생산을 시작, 지난해에는 연간 생산량 20만대를 돌파했다. 대창과 삼성전자는 수시로 협업 과제를 제안해 목표를 설정하고 수행해왔다. 이를 테면 한 부품의 생산단가를 30% 낮추자는 목표를 정한 뒤 이를 위해 제품 설계부터 생산 공정까지 세밀하게 분석, 해법을 찾아내는 식이다.

이 대표는 "(이런 협업 활동은) 저희에게도 도움이 되고 삼성전자도 이점이 있다"며 "우리는 인력을 지원받으니 좋고 삼성전자도 이런 세세한 작업을 직접 다 하려면 인원이 많이 들어가는데 우리에게 한 두 명만 지원하면 되니까 '상생'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 삼성전자와 협업에 얻은 노하우, 2차 협력사로 전파

삼성전자와 함께 '물고기 잡는 법'을 터특한 대창은 다시 노하우를 2차 협력사로도 전수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1차 협력사뿐 아니라 2차 협력사까지 기업운영자금을 낮은 이자로 대출해주는 한편 연구개발, 사업장 안전환경 개선 등을 지원하는 등 상생활동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또한 1차 협력사가 2차 협력사 지원 활동을 주도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대창과 삼성전자는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대창의 2차 협력사에 전문인력을 파견해 열악한 사업장 안전환경을 집중적으로 점검, 개선하는 활동을 펼쳤다. 작업자들이 유해한 화학물질에 노출되거나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기존 생산라인을 재정비하는 한편 새 설비를 설치하는 작업을 지원했다.

정기중 부장은 "몇몇 2차 협력사는 직원이 화학물질을 이용해 세척을 하는 공정을 방독 마스크가 아닌 일반 마스크만 쓰고 하고 있었다"며 "이럴 경우 작업자가 화학물질에 노출될 뿐 아니라 세척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이 밀폐된 공장 내에 흩어져 머물게 된다"고 한 사례를 소개했다. 지난 6월 삼성전자와 대창은 컨설팅을 거쳐 이 작업을 실시할 공간을 만들고 배기구를 설치하도록 했다. 삼성전자는 이 과정에서 설비비용 등으로 한 업체당 1000만원씩을 지원했다.

이길상 대표는 "대창이 '중기업'이라면 2차 협력사는 '소기업'이라 안전환경이 더욱 열악한 경우가 많다"며 "이런 2차 협력사뿐 아니라 대창과 같은 1차 협력사도 (안전 관련 설비를)몰라서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신경을 썼어도 미흡한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부분에서 대창이 삼성전자에게 도움을 받은 부분을 바탕으로 2차 협력사에게 알려주고 지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창과 삼성전자는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대창의 2차 협력사에 전문인력을 파견해 열악한 사업장 안전환경을 집중적으로 점검, 개선하는 활동을 펼쳤다. 사진은 한 2차 협력사에 국소배기장치를 설치하기 전(왼쪽)과 설치한 뒤 모습.(삼성전자 제공) ⓒ News1

대창은 삼성전자와 함께 하는 활동 외에도 직접 '대창협력사협의회(대협회)'를 조직해 2차 협력사를 지원하고 있다. 대협회에는 사출 전문회사 5개사를 포함, 총 12개 2차 협력사가 소속돼 있다. 대창은 수시로 2차 협력사를 방문해 생산라인의 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컨설팅해주는 생산성 향상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대표는 "2차 협력사도 다 부품 제조사인 만큼 공정 혁신 등 부문에서 우리의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며 "우리가 잘 모르는 부분은 삼성전자에 자문을 구해 2차 협력사를 돕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정 부장은 "2차 협력사는 심한 경우는 불량률이 30~40%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며 "공정 개선을 통해 불량률을 개선하면 협력사나 우리나 서로 이득"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우리에게 최고 품질의 부품이 들어와야 우리도 최고 부품을 삼성전자에 납품할 수 있다"며 "우리가 최고 부품을 공급해야 삼성전자도 최고의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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