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다"…삼성전자, 소프트웨어 경쟁력 자아비판

"소프트웨어 동작 꾸리는 역량 매우 부족"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소프트웨어에서 아키텍처 역량이 중요해지고 있다. 하드웨어적 방식을 고수한다면 심각한 품질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삼성이 소프트웨어 역량에 대한 냉정한 진단과 혁신방향을 내놓았다.

5일 삼성은 사내방송 SBC의 특별기획 '삼성 소프트웨어 경쟁력 백서 2부 우리의 민낯'을 통해 소프트웨어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한 조직 혁신을 주문했다. SBC는 1993년 이건희 삼성 회장의 신경영 선언(프랑크푸르트 선언)을 촉발한 사건인 삼성전자 불량 세탁기 제조현장을 고발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삼성전자를 포함해 모든 계열사에 동시중계된 이 방송은 지난달 21일 1부 '불편한 진실'에 이은 2탄이다. 약 20분 분량의 다큐멘터리에는 삼성의 소프트웨어 역량에 대한 내외부의 냉정한 평가와 통렬한 자기 반성이 담겼다.

이날 방송에서 삼성은 소프트웨어의 기본골격인 아키텍처(architecture) 역량 확보를 강하게 주문했다. 삼성은 방송에서 "설계가 잘된 소프트웨어는 새롭게 바꾸거나 확장하기 쉽지만, 설계가 잘못되면 작은 개선도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SW의 동작속도와 효율을 구현하는 아키텍처 역량이 경쟁사에 비해 매우 부족하다는 냉철한 자기반성을 내놓은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서로가 수평적으로 상호평가하는 '코드 리뷰'를 활성화하고, 엔지니어들의 조직관리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개선방향도 제시했다.

삼성은 방송에서 "코드리뷰를 통해 실시간으로 서로의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고 이를 바로잡는 시스템이 정착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수평적 조직문화가 빠른 시일내 자리잡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의 능력 발휘를 위한 조직개편의 가능성도 제시했다. 삼성은 "엔지니어들이 고직급으로 올라갈수록 조직관리 부담으로 소프트웨어 개발 실무에 집중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며 "앞으로 엔지니어들의 조직관리 부담을 줄여주는 방향으로 인사제도가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

매니지먼트에 신경쓰지 않고 기술 개발에만 매진하고 싶은 엔지니어들에게 더 넓고 자유로운 기회의 장을 열어주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삼성은 지난달 21일 1탄 방송을 통해 삼성전자와 삼성SDS 등 주요 IT 계열사의 SW 역량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특히 그룹 SW 인력의 수준이 "구글에 비하면 100분의 1 수준"이라는 자극적 표현까지 썼다.

한 대학 교수는 방송에 출연해 "삼성전자 SW 엔지니어는 문제 해결 능력에 대한 훈련을 많이 한 것 같지 않다. 지금 당장 문제해결 평가 방식으로 구글에 입사를 시도한다면 1~2%만 제외하고는 어려울 것"이라고 작심 비판했다.

하드웨어 투자에 치우쳤던 삼성은 지난 10여년간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양적 투자를 늘렸지만 질적인 수준은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삼성은 이에 대해 "10년 간의 투자를 통해 실리콘밸리의 어느 정보기술(IT) 기업보다 인력은 많지만, 이런 양적인 성장이 질적 경쟁력을 담보하지 못했다"고 자평했다.

see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