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기술전쟁 2R]④ 'HDR10 vs 돌비비전', 영상기술에서도 맞붙은 삼성·LG

편집자주 ...TV 화질기술을 두고 2차 대전이 발발했다. 2000년대 초반 한국과 일본의 내로라하는 TV메이커들은 PDP와 LCD 등 새로운 평판 TV로 크기와 화질 전쟁을 벌였다. 이젠 퀀텀닷과 OLED가 다시 맞붙었다. 퀀텀닷이 우세한지, OLED가 우세한지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초고해상도 화질을 둘러싸고 RGB와 RGBW의 논쟁이 벌어지고, HDR10과 돌비비전의 화질 개선 프로세스도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 TV메이커가 중심에 선 TV 화질 전쟁 2라운드의 이모저모를 짚어본다.

마이크 차오 돌비 아태지역 총괄이 24일 코엑스에서 열린 '돌비비전 기자간담회'에서 돌비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잇다. @News1

(서울=뉴스1) 박종민 기자 = TV의 화질연구는 자연색을 표현하기 위한 여정이다. 올해 화질 개선 작업의 화두는 HDR이다. HDR(High Dynamic Range)은 TV 화면에서 밝은 부분은 더 밝게, 어두운 부분은 더 어둡게 표현해 실제와 같은 색을 구현하는 고명암비 기술을 말한다.

HDR을 구현하는 방식을 두고 삼성과 LG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삼성은 HDR10 방식을, LG전자는 돌비비전을 강화하고 있다. LG전자는 HDR10도 함께 지원하지만 최근 돌비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두 진영의 경쟁이 어떻게 진행될 지 아직 미지수다. 누구나 참여하는 오픈 플랫폼을 지향하는 HDR10에 더 많은 전자업체가 참여하고 있지만 돌비비전은 돌비란 회사의 마케팅력 덕에 빠르게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어떤 결론이 나오든 양측의 경쟁은 더 좋은 디스플레이를 만드는 데 기여할 전망이다.

◇ HDR이 무엇?…"자연색을 표현해라"HDR은 명암을 보다 세밀하게 분석해 마치 사람의 눈에서 보는 것과 같은 영상을 구현하는 기술을 말한다. HDR은 소프트웨어 및 반도체 기술을 더해 같은 패널을 이용해도 더 선명한 영상을 즐길 수 있다.

HDR은 지난해 'UHD 얼라이언스'가 출범하면서 업계 표준으로 제시됐다. UHD 얼라이언스는 'HDR10'이란 규격으로 고명암비 기술을 채택했다. UHD 얼라이언스는 헐리우드의 영화사나 콘텐츠 제작사, 영상기술 업체의 연합체다. HDR10은 오픈 스탠다드로 누구나 무료로 사용 가능하다.

돌비는 지난해 '돌비비전'이란 새로운 기술의 HDR 시스템을 선보이며 HDR10에 도전장을 냈다. 음향스테레오 업체였던 돌비는 돌비비전을 통해 영상을 포함하는 종합 기술기업으로 탈바꿈했다.

돌비비전은 돌비가 7년간의 연구개발을 거쳐 지난해 출시한 HDR기술이다. 돌비비전은 별도의 소프트웨어와 구동칩이 필요하며 TV 한 대당 6~7달러의 로열티를 돌비에게 지급해야 한다.

수치상으로는 돌비비전이 우수해 보인다. 돌비는 돌비비전이 이론적으로 1만니트까지 영상을 재현하는 기술이라고 소개했다. 토르스튼 핑크 돌비 영상부문 부사장은 "돌비비전은 미래의 디스플레이 기술 발전까지 고려해 1만니트의 밝기와 12비트 컬러까지 지원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미래의 얘기일 뿐이다. 현재 1만니트를 표현할 수 있는 기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 판매되는 삼성의 퀀텀닷 TV는 1000니트, LG의 OLED TV는 800니트 수준의 밝기를 구현한다. UHD 얼라이언스 참여 기업들의 기술 개발이 이어지면 HDR10도 휘도를 더욱 개선할 수 있다. 니트는 1㎡ 공간에 촛불이 한 개 켜진 밝기로 휘도의 단위다.

조 스틴지아노 삼성전자 미국법인 상무가 지난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삼성 프레스 콘퍼런스에서 'UHD 얼라이언스'를 소개하고 있다.ⓒ News1

◇ 삼성은 HDR 10, LG는 돌비비전...콘텐츠업체의 선택은?

현재 삼성전자와 LG전자, 샤프, 소니 등 대부분의 TV 제조사들은 HDR10에 참여하고 있다. 돌비비전은 LG전자와 미국 비지오 등이 참여한다. HDR10에 참여한 TV제조사가 돌비비전 참여 기업보다 2배 가량 많다.

최근 들어 LG전자가 올레드TV에 돌비비전을 도입하면서 LG전자는 돌비비전 진영의 하드웨어 분야 선두주자로 떠올랐다.

콘텐츠업체들은 돌비비전의 HDR 기술을 대거 채택하고 있다. 스트리밍업체인 넷플릭스, 아마존, 부두와 영화제작사인 MGM, 소니, 유니버설 등은 돌비비전을 지원하는 콘텐츠 출시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양측의 기술적 차이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HDR10이나 돌비비전의 영상을 육안으로 구분해 내기란 쉽지 않다. 두 기술 모두 지난해에 막 시장에 나온 기술이고 앞으로 발전 가능성도 많다.

콘텐츠업체들과 네트워크가 강한 돌비가 돌비비전을 집중 마케팅하고 있지만 비용 부담이란 측면에서 오픈플랫폼을 지향하는 HDR10의 장점도 무시하기 힘들다

업계 관계자는 "HDR10은 UHD얼라이언스라는 표준 기구에서 오픈 소스로 제공하는 공통 규격인 반면, 돌비비전은 돌비가 자체 상품을 들고 새로운 표준을 생성한다는 차원에서 일종의 비즈니스"라며 "추가 비용이 발생함에도 돌비비전을 써야만 하는 확실한 시장 환경이 조성되지 않는 한 두 표준 간의 주도권 싸움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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