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땐 일하라'…삼성전자, 연말 장기휴가 실종되나
- 서송희 기자

(서울=뉴스1) 서송희 기자 = 지난해까지만 해도 남은 연차를 소진시키기 위해 직원들에게 장기휴가를 권장했던 삼성전자가 올해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연말휴가를 장려하는 분위기는 온데간데없고, 연일 '위기'를 강조하고 있어 연말휴가를 떠나려는 직원들이 회사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다.
17일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연차 소진을 장려해왔지만 올해는 회사 차원에서 연말 장기연휴를 장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매년 연말이면 10일 이상 휴가를 다녀왔던 직원들은 회사 눈치만 보고 있다는 것.
경영지원 업무를 담당하는 본사의 '스텝'들은 아예 연차쓰는 것을 포기하고 있다. 한 직원은 "글로벌 전자전시회 CES 등 큰 일을 앞두고 연말에 장기휴가를 쓰는 건 쉽지 않다"며 "평소 원하는 기간에 원하는 만큼 휴가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연말휴가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는다"고 했다.
회사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긴장모드'로 돌아서다보니, 올해 휴가를 달랑 4일만 사용한 직원들은 남은 연차를 사용할 수 없게 되자 크게 실망하고 있다. 게다가 실적악화로 연말성과급까지 삭감될지 모른다는 소문에 우울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창립기념일인 11월 1일 근무하는 대신 크리스마스 이브인 12월 24일에 쉬도록 했지만, 올해는 창립기념일에 아예 4일치 근무수당을 지급했다. 앞으로 4년간 창립기념일은 물론 크리스마스 이브에도 근무하라는 의미다.
올들어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직원들의 주말근무를 자제시켰던 삼성전자가 연차를 소진시키는 대신 연차 수당을 감당하기로 한 것은 직원들에게 긴장감과 위기 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올들어 회사 실적이 크게 나빠진데다 내년 경기상황도 호전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반토막이 난 4조600억원 선이다.
여기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도 입원중이어서 연말의 흥청망청 분위기를 자제하자는 사내 분위기도 반영됐다. 이 회장은 지난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후 삼성서울병원에 장기입원중이다. 삼성은 신년하례식도 별도로 열지 않기로 했다. 삼성전자 한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 연휴 소진에 대한 언급이 없어도 임직원들이 자유롭게 연차는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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