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원하던 주가가 지금은…" SK하이닉스 성공을 이끈 힘은?

SK하이닉스 이천 정문. 2013.07.25/뉴스1 ⓒ News1

(서울=뉴스1) 최명용 기자 = 2003년 3월, SK하이닉스는 장중에 주가가 125원으로 곤두박질치는 치욕을 맛봐야 했다. 역대 최저 주가다. 그로부터 11년이 흐른 2014년 7월 17일 SK하이닉스 주가는 장중에 5만2400원까지 치솟았다.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역대 최저가와 최고가의 차이는 무려 400배가 넘는다. 21대 1로 자본을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실제 주가 상승은 2650원에서 5만2400원으로 20배 수준이다. 20배이건, 400배건 11년 4개월만에 SK하이닉스는 환골탈태하는데 성공했다.

SK하이닉스를 변화시킨 힘은 어디서 비롯됐을까. 전문가들은 SK그룹으로 편입된 게 가장 결정적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SK하이닉스는 현대그룹에서 분리된 뒤 10여년간 주인없는 회사로 지내며 주요 자산을 매각해야 했다. 중장기적인 투자 계획보다 채권단에 채무를 갚는데 급급했다. SK그룹으로 편입된 뒤 신용등급이 상향되고 중장기적인 성장 계획을 수립한 것이 무엇보다 큰 변화다.

때마침 글로벌 반도체 시장도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2000년대 들어 반도체 메이커들은 증설 경쟁을 벌이며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였다. D램에 의존하던 하이닉스는 시장의 공급과잉에 실적이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

10여년간 지속되던 치킨게임은 최근 종식됐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증설 경쟁보다 미세화 공정 경쟁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공급 과잉 이슈는 해소됐고, 기술장벽 덕에 신규업체 진입은 어려워졌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반도체 시장이 안정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이렇게 되면 SK하이닉스의 실적 개선이 당분간 이어지고 글로벌 경쟁력도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미운오리에서 백조로 변신한 SK하이닉스

11일 증시에서 SK하이닉스는 1.81% 상승한 주당 4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17일 장중 5만2400원대비 다소 하락했으나 애널리스트들은 목표 주가 6만3000원~7만원선을 유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 2분기에 영업이익 1조838억원을 기록, 2분기 연속 1조 클럽을 달성했다. 상반기 누적 영업이익은 2조1411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4305억원 대비 49.7% 늘었다.

SK하이닉스는 약 10년 전인 2003년 3월 장중 주가 125원을 기록한 바 있다. 조단위 손실이 이어지면서 지속적인 증자로 주식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자본감소 의결까지 예고돼 주가가 급락하던 시기다.

SK하이닉스는 2003년 2조246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02년엔 1조9580억원 손실을 기록하는 등 2000년 이후 2003년까지 4년연속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10여년 만에 1조원 손실 기업이, 분기 1조원 이익을 내는 회사로 탈바꿈했다.

2014.08.11/뉴스1 ⓒ News1

◇SK그룹 시너지 효과…신용등급 오르고 재무구조 개선

SK하이닉스는 2012년 2월 SK텔레콤이 21.1%의 지분을 확보하면서 SK그룹에 편입됐다. 최태원 회장은 SK하이닉스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검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도 최 회장은 SK하이닉스 인수를 지속적으로 챙겼다.

SK그룹 피인수 당시 SK그룹과 하이닉스의 시너지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비판도 많았다. 하지만 신용등급 개선만으로도 큰 시너지를 누리고 잇다.

SK하이닉스는 SK그룹 편입 이후 국내외 신용평가사들의 등급이 2~3단계씩 뛰어올랐다. 무디스는 SK하이닉스 신용등급을 2012년 Ba3(긍정적)으로 한단계 올렸고 이듬해 다시 Ba2로 상향했다. S&P는 B+에서 최근 BB+까지 세단계 올렸다. 한국기업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사 3개사는 하이닉스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두단계씩 올렸다.

신평사들은 "SK그룹 편입에 따라 경영권 변동 위험이 해소되고 대외 신인도가 우수한 SK그룹 편입으로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며 "SK그룹의 직간접적인 지원 가능성은 재무융통성을 강화시키는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신용등급 상승으로 차입금 조달 비용이 줄어들고 글로벌 파트너와 제휴 관계, 거래 관계에 모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며 "독자 생존과 달라 그룹 편입으로 중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 데 더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그룹 편입 덕에 중장기적인 투자 계획을 세운다는 점도 강점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약 4조원의 투자 계획을 세운 바 있다. 중국 우시공장에 대해 1억달러 증자를 결정했고 이천 M14 라인 건설 등도 진행하고 있다. 국내외 꾸준한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전자 제조업이 없는 SK그룹이 갖는 보이지 않는 시너지도 있다. 애플 등 주요 반도체 수요처 입장에선 경쟁관계에 있는 삼성전자보다 비슷한 기술력을 보유한 SK하이닉스와 선택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SK하이닉스의 애플향 공급 물량이 늘어나는 것으로 안다"며 "애플과 삼성의 갈등 등에서 SK하이닉스가 반사익을 누리는 부분도 있다"고 전했다.

◇반도체 시장 치킨게임 마무리…경쟁력 강화 가능성

반도체 시장의 정상화도 한몫했다. SK하이닉스의 그룹 편입 시점과 비슷한 시기에 글로벌 반도체 업체간 치킨게임도 일단락됐다.

2000년 초반부터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삼성전자 하이닉스 마이크론 엘피다 키몬다 등이 증설 경쟁을 벌이며 치열한 가격 경쟁을 벌였다. 10여년간 치킨게임을 벌이며 원가이하로 반도체 유통 가격이 하락, 후발주자들은 위기를 겪었다. 독일 키몬다(2009년)와 일본 엘피다(2012년)는 최근 각각 파산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삼성전자 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으로 재편됐다. 엘피다는 마이크론으로 경영권이 넘어갔다.

올 1분기 글로벌 D램 반도체 시장의 점유율은 삼성전자 37%, SK하이닉스 28%, 마이크론(엘피다 포함) 27%로 재편됐다. 시장이 재편되면서 반도체 업체들은 증설 경쟁보다 미세화 경쟁을 벌이고 있다. 마이크론 등은 더이상 공격적인 증설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재편된 반도체 시장은 더이상 신규 업체가 진입하기 힘든 구조가 됐다. 10나노~20나노 미세화 공정은 신규 업체가 단시일내에 확보하기 어려운 기술이다. 반면 모바일 기기 확산과 정보통신 기술의 확대로 메모리 및 시스템 반도체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서원석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D램업체들의 공급 증가가 제한적인 가운데, PC 수요 회복 및 스마트폰의 D램채용량 증가 등 수요 개선이 가세하면서 D램 공급 부족은 심화되고 있다"며 "올해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을 4.9조원으로 예상하며 내년엔 구조적인 호황 덕에 영업이익 5.6조원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SK그룹이 SK하이닉스 인수 당시엔 글로벌 시장도 정상화되지 않았고 SK그룹과 SK하이닉스의 시너지효과를 부정적으로 보는 의견이 많았다"며 "최태원 회장이 SK하이닉스 인수를 적극적으로 추진한 것이 주효해 지금의 SK하이닉스를 만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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