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배터리 전쟁'…"세계 최고는 누구?"
- 최명용 기자
(서울=뉴스1) 최명용 기자 = 한국을 대표하는 두 그룹의 자존심 대결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삼성과 LG가 서로 자기 기술이 세계 최초, 최고 기술이라며 뽐내고 있다.
삼성과 LG의 자존심 대결은 오래된 일이다. 냉장고 용량을 둘러싼 공방전을 비롯해 디스플레이 특허 전쟁, 세계 최초 제품 대결 등 치열한 경쟁이 이어져 왔다.
최근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의 독주체제가 만들어지면서 두 회사의 자존심 대결이 예년만 같진 않다. 그래도 분야별 엔지니어들의 자존심을 건 '최고·최초' 경쟁은 여전히 치열하다. 그 치열함이 글로벌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플렉서블 배터리 LG화학 양산 개시
8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이달부터 휘어진 형태의 배터리를 첫 양산에 들어간다. 휘어지는 배터리가 개발된 경우가 많지만 양산하는 것은 LG화학이 처음이다.
LG화학은 또 케이블 모양으로 자유자재로 변형이 가능한 케이블 배터리 개발을 완료하고 세트업체와 함께 양산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케이블배터리는 웨어러블(입을 수 있는) 스마트 기기에 다양한 형태로 접목할 수 있어 IT 제품 디자인 혁신을 가져올 것이란 평가를 받는다.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 권영수 사장은 "LG화학만의 독자 기술로 세상에 없던 배터리를 개발했고 이를 통해 미래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며 "전기자동차 배터리,ESS 배터리는 물론 소형 배터리 분야에서도 세계 1위 달성을 위해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휘어진 형태의 배터리는 삼성SDI도 이미 개발을 완료했다. 박상진 삼성SDI사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휘어지는 디스플레이가 적용되려면 배터리도 휘어야 하는 데 기술구현이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SDI는 LG화학이 양산에 들어간 커브드배터리는 기술개발을 완료하고 양산시기를 가늠하고 있다고 전했다. 세트업체의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양산에 들어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SDI 관계자는 "커브드 배터리는 언제든 상업화가 가능하고 자유자재로 휘는 형태의 배터리도 연구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며 "케이블 형태가 될지 다른 형태가 될지는 아직 공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는 삼성이 먼저?
전날 LG디스플레이는 세계 최초로 스마트폰용 플렉서블 OLED 디스플레이 패널 생산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LG디스플레이는 6인치크기로 글래스(Glass)가 아닌 플라스틱(Plastic) 기판을 적용한 OLED 패널을 양산했다. 위아래로 오목하게 휘어진 곡면 타입 제품이다.
LG디스플레이는 플렉서블 OLED가 글래스 기판 대신 여러 개의 얇은 필름을 쌓아 6인치 대화면에도 0.44mm 두께로 얇고 무게는 7.2g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자유자재로 휘는 완전한 의미의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는 아니지만 휴대 중 떨어뜨리거나 외부의 충격이 있어도 잘 깨지지 않아 실용적이다.
LG디스플레이의 양산 발표에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미 지난달부터 양산을 시작했다'고 맞받아쳤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달부터 플렉서블 AMOLED를 양산해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 패널을 공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양산중인 플렉서블 OLED 패널은 5.7인치에 두께는 0.12mm에 불과하다. 무게도 5.2g로 LG디스플레이 제품보다 가볍다.
삼성전자는 이 플렉서블 패널을 채택해 스마트폰 출시를 앞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국립전파인증연구원을 통해 인증을 마치고 조만간 플렉서블 AMOLED 패널을 채택한 스마트폰을 출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가 내놓을 플렉서블 스마트폰은 '갤럭시라운드'란 이름으로 알려졌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를 통해 완제품까지 이미 예고돼 있다"며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했으며 앞선 기술력과 시장지배력으로 선도기업의 위상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0.1mm'를 더 줄여라..치열한 맞대결
삼성과 LG의 맞대결은 대형 디스플레이에서도 나타났다.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한국전자전과 IMID전시회에 대형 상업용 디스플레이를 전시하며 기술력을 뽐냈다.
상업용 디스플레이는 건물 외벽이나 행사장 등에서 대중들에게 보여주는 대형 화면을 말한다. 여러 대의 패널을 더해초대형 화면을 만들 수도 있다. 여러대의 패널을 맞붙일 때 문제는 패널과 패널 사이의 틈이다. 이 틈을 얼마나 줄이느냐가 기술의 핵심이다.
삼성전자는 한국전자전에 패널 사이의 틈(베젤)이 3.7mm에 불과한 55형 상업용디스플레이를 출품했다. 55형은 대각선 길이가 1.397m에 달하는 크기다. 삼성전자 상업용 디스플레이의 왼쪽과 위쪽 베젤은 각각 2.4mm, 오른쪽과 아래쪽은 1.3mm에 불과하다 가로세로로 이어 붙였을 때 연결 부분의 두께가 3.7mm 수준이다.
LG디스플레이는 0.1mm를 더 줄였다. LG디스플레이가 내놓은 상업용 디스플레이는 위쪽과 왼쪽 베젤을 2.35mm로, 오른쪽과 아래쪽은 1.25mm로 줄였다. 가로세로를 붙였을 때 연결 부위 틈이 3.6mm에 불과하다.
삼성이나 LG의 상업용 디스플레이 모두 3~4미터 거리에서 화면을 볼때 육안으로 경계를 식별하기 힘들다. 0.1mm의 차이는 식별이 불가능하다. 0.1mm는 엔지니어의 자존심 싸움에 불과하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각 분야별 세계 최초, 최고 경쟁이 결국 한국 전자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라며 "소모적인 다툼이 아니라 건설적인 경쟁이라면 두 회사의 기술력을 높이는 데 보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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