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손님은 돌아왔는데…서울 객단가 40% 급락한 까닭

외국인 구매객 39%↑·매출 8%↑…구매인원당 매출 22%↓
서울 외국인 구매객 73% 늘 때 매출은 5%↑…시내면세점도 33%↓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시작된 31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면세점이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2026.7.31 ⓒ 뉴스1 권현진 기자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방한 외국인 관광객 증가로 국내 면세점 구매객은 빠르게 늘고 있지만 구매인원당 매출은 오히려 줄고 있다. 특히 서울과 시내면세점에서 하락 폭이 두드러지면서 과거 '다이궁'(중국 보따리상) 등 고액 구매객 중심이던 면세점 소비 구조가 개별관광객(FIT)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올해 8월 국내 면세점 외국인 구매인원은 138만653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9.1% 증가했다. 반면 외국인 매출은 7915억원으로 8.0% 늘어나는 데 그쳤다.

매출을 구매인원으로 단순 나눈 구매인원당 매출액은 약 73만6000원에서 57만1000원으로 22.4% 감소했다. 협회 구매인원에는 중복 구매자가 포함돼 실제 개인별 객단가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같은 기준으로 비교하면 외국인 고객 증가가 매출 증가로 충분히 이어지지 않았다는 흐름은 분명하다.

이 같은 하락은 8월에만 나타난 현상도 아니다. 올해 외국인 구매인원당 매출액은 1월 약 83만5000원에서 2월 77만4000원, 3월 78만2000원, 4월 73만7000원, 5월 69만7000원, 6월 71만7000원, 7월 63만3000원, 8월 57만1000원으로 낮아졌다. 1월과 비교하면 8월 구매인원당 매출액은 31.6% 줄었다

지역별로는 서울의 변화가 가장 컸다. 8월 서울 외국인 구매인원은 51만6189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73.4% 늘었지만 외국인 매출은 5867억원으로 5.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구매인원당 매출은 약 187만원에서 113만7000원으로 39.2% 감소했다.

형태별로도 시내면세점에서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외국인 구매인원은 58.2% 증가했지만 매출은 5.4% 늘었고, 구매인원당 매출은 약 154만3000원에서 102만9000원으로 33.3% 줄었다.

반면 출국장 면세점은 외국인 구매인원이 27.1%, 매출이 19.7% 증가해 구매인원당 매출 감소폭이 5.8%에 그쳤다. 인천 지역 역시 감소폭은 6.6% 수준이었다.

객단가 하락이 면세업계 전반에 동일하게 나타나기보다는 서울과 시내면세점에 상대적으로 집중된 셈이다.

ⓒ 뉴스1 김초희 디자이너
손님은 늘고 매출은 정체…다이궁 빈자리 FIT가 채워

전체 시장에서도 구매객 증가 속도가 매출 증가를 앞질렀다.

8월 국내 면세점 전체 구매인원은 293만3446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1.7% 증가했지만 매출은 1조614억 원으로 4.1% 늘었다. 구매인원당 매출은 약 38만8000원에서 36만2000원으로 6.8%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외국인 고객 구성의 변화를 주요 배경으로 꼽는다.

과거 시내면세점 매출을 끌어올렸던 중국 다이궁 등 상업성 고객의 대량 구매가 줄고 상대적으로 1인당 구매 규모가 작은 FIT 비중이 커지고 있어서다.

실제 롯데면세점의 올해 1~8월 상업성 고객을 제외한 외국인 구매객은 전년 동기 대비 약 74% 증가했지만 구매인원당 매출은 약 19% 감소했다.

외국인 매출에서 FIT가 차지하는 비중도 2024년 1~8월 11%에서 올해 같은 기간 39%로 확대됐다.

면세점을 찾는 외국인은 빠르게 늘고 있지만 과거처럼 소수의 상업성 고객이 대량 구매하는 시장에서 다수의 개별 관광객이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을 구매하는 시장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K-뷰티·AI 검색까지…늘어난 관광객 '구매 전환' 경쟁

면세업계도 변화한 고객 구성에 맞춰 K-뷰티·K-푸드 등 FIT 선호 상품을 확대하고 쇼핑 편의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최근 모바일 앱에 AI 상품검색 서비스를 도입했다. 고객이 가격대와 용도, 취향 등을 문장으로 입력하면 인공지능이 적합한 상품을 추천하는 방식이다. 기존 AI 상품추천·리뷰 요약 기능과 지난 7월 선보인 챗GPT 기반 쇼핑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은 K-뷰티·K-푸드를 중심으로 FIT 상품군을 강화하고 있다. 올해 1~5월 FIT 기준 K-뷰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40% 증가했다.

현대면세점은 무역센터점에 K-더마 브랜드를 모은 K-뷰티 편집숍 '스킨랩 서울'을 운영하는 등 외국인 관광객 수요 대응에 나서고 있다.

과거 소수 고액 구매객에 의존하던 면세시장이 다수의 개별관광객을 확보하고 이들의 방문을 실제 구매로 연결해야 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구매인원당 매출 감소가 곧바로 수익성 악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실제 수익성은 상품별 마진과 판촉비, 알선수수료 등 비용 구조까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somangcho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