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잠실 키우고 갤러리아 타임월드는 매각…百 '점포 재편' 본게임

상위 10개점이 전체 거래액 49.8%…대형점 쏠림 갈수록 심화
저효율점 정리하고 핵심점엔 투자…'점포 수'보다 '강한 거점' 경쟁

롯데백화점 잠실점 전경(롯데백화점 제공)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잘되는 백화점에는 돈을 더 붓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점포는 정리하는 백화점 업계의 '선택과 집중'이 본격화하고 있다. 매출이 일부 대형점으로 빠르게 쏠리면서 백화점 경쟁의 무게중심도 '많은 점포'에서 '강한 거점'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지난 8일 이사회를 열고 약 800억 원 규모의 롯데백화점 잠실점 리뉴얼 투자안을 승인했다.

1988년 문을 연 잠실점 본관을 대대적으로 손보는 것으로 이르면 연내 지하 식품관 등 저층부를 시작으로 명품과 패션 매장까지 순차적으로 재단장할 예정이다.

잠실점은 지난해 거래액 3조 원 이상을 기록한 국내 대표 백화점이다. 이미 국내 최상위권 점포에 다시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셈이다.

반면 롯데는 지난 3월 분당점 영업을 종료했고 미아점 매각도 추진하는 등 점포 효율화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지역 거점에는 투자를 이어간다. 롯데는 지난 5월 3년여에 걸친 인천점 리뉴얼을 마쳤다. 인천점의 지난해 거래액은 8298억 원으로 올해 1조 원 점포 진입을 노리고 있다. 노원점도 최근 전체 영업면적의 약 80%를 새로 단장했으며 부산본점과 서울 소공동 본점에서도 장기 리뉴얼을 진행하고 있다.

갤러리아타임월드 전경. (갤러리아타임월드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5.10.16 ⓒ 뉴스1 이동원 기자
6000억 타임월드도 매각…'부진점 정리'만은 아니다

한화갤러리아의 움직임은 최근 백화점 업계의 점포 재편이 단순한 부진 점포 정리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최근 노동조합에 대전 타임월드점 양도 관련 논의를 시작한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내고 직원 설명회를 열었다.

전날 회사는 공시를 통해 "한화갤러리아의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타임월드 매각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업계와 부동산 시장에서는 롯데쇼핑도 인수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으나 실제 거래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눈에 띄는 점은 타임월드가 단순한 매출 하위 점포가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해 거래액은 6032억 원으로 갤러리아 5개 점포 가운데 서울 압구정 명품관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한화갤러리아는 동시에 압구정 명품관 재건축 등 서울 핵심 사업에는 대규모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단순히 매출이 낮은 점포를 정리하기보다 향후 성장 가능성과 상권 지배력, 투자 효율 등을 따져 장기적으로 가져갈 핵심 거점을 다시 고르는 포트폴리오 재편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전경(신세계백화점 제공)
백화점 65곳 중 10곳이 매출 절반

백화점 업체들이 '선택과 집중'에 나서는 배경에는 갈수록 심해지는 점포 간 매출 쏠림이 있다.

2025년 국내 주요 백화점 65개점의 전체 거래액은 40조4402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상위 10개점의 거래액은 20조1039억 원으로 전체의 49.8%를 차지했다.

상위 10개점의 거래액 비중은 2021년 약 42%에서 2023년 44.9%, 지난해 49.8%까지 높아졌다.

올해 들어 백화점 업황 자체는 크게 개선됐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주요 백화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1% 증가했다. 소비심리 개선과 외국인 관광객 증가 등이 영향을 미쳤고 해외 유명 브랜드 매출은 상반기 내내 20~30%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성장의 온기가 모든 점포에 똑같이 퍼진 것은 아니다. 지난해 거래액 상위 10개점은 모두 전년보다 성장한 반면 20위권 밖 46개점 가운데 35곳은 거래액이 감소했다.

백화점 시장 전체가 성장하더라도 소비자와 브랜드가 경쟁력 있는 대형점으로 몰리는 현상이 심해지면서 업체 입장에서는 모든 점포에 동일하게 투자하기보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핵심 거점에 자본을 집중할 필요성이 커진 셈이다.

현대백화점 판교점 전경(현대백화점 제공)
신세계·현대도 '강한 점포'에 집중

신세계와 현대백화점도 핵심 거점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힘을 싣고 있다.

신세계는 강남점과 본점뿐 아니라 지방 핵심점에도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대구신세계는 개점 10년을 맞아 첫 대규모 전 층 리뉴얼에 돌입했다. 지난 6월 여성패션 전문관을 전면 새단장한 데 이어 2027년까지 전 층을 순차적으로 개편할 계획이다.

지난해 거래액 1조6629억 원으로 전국 6위에 오른 대구신세계를 향후 2조 원 점포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부산 센텀시티와 대전신세계 등도 광역상권을 흡수하는 지역 핵심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역시 압구정본점·무역센터점·판교점 등 기존 핵심점에 투자하는 동시에 '더현대'를 새로운 광역 거점으로 확대하고 있다.

더현대 서울과 대구에 이어 부산·광주에서도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반면 디큐브시티점은 영업을 종료하는 등 점포 효율화도 병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점포 수를 늘려 외형을 키우는 것이 중요했다면 최근에는 핵심 점포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투자가 집중되는 추세"라며 "상권을 넓게 흡수할 수 있는 대형 점포를 중심으로 백화점 업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somangcho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