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선물세트 사러 왔는데 없어요"…회생인가 2주 홈플러스 '한산'
월드컵점·합정점 가보니…"물건 많이 비어" vs "웬만한 건 다 있어"
명절 앞두고 선물세트 구색 부족 지적…점포 상인 "물건만 많으면 더 잘될 것"
- 유민주 기자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추석이 되니까 선물세트를 사려고 왔는데 하나도 없어요.벌써 깔고도 남았어야 하는데…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홈플러스 월드컵점에서 만난 서 모 씨(67)는 선물세트를 사러 매장을 찾았다가 발길을 돌려야 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가 법원의 회생계획 인가를 받은 지 보름이 지났지만 추석 대목을 앞둔 매장에서는 아직 예년과 같은 활기를 체감하기 어려웠다.
식품과 생필품 등 일상적인 장보기에 필요한 상품은 상당 부분 다시 채워졌다는 고객들이 많았지만 일부 상품은 구색이 부족하다는 반응도 나왔다. 특히 추석을 앞두고 선물세트를 찾은 고객들의 아쉬움이 컸다.
이날 오전 10시 문을 연 서울 마포구 합정점은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었다.
일부 공간은 불이 꺼져 있었고 기존 입점업체가 빠져나간 자리도 눈에 띄었다. 매대에는 상품이 채워져 있었지만 일부는 한두 종류의 상품을 넓게 진열한 모습도 보였다.
합정점에서 만난 30대 후반 주민 A 씨는 "처음 재오픈했을 때보다 물건이 많이 들어온 게 체감된다"면서도 "아직 덜 열린 곳도 있고 큰 불편은 아니지만 조금씩 비어 있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상적인 장보기에는 큰 불편이 없다고 했다.
A 씨는 "과일이나 채소 같은 것도 처음에는 다 있지 않았는데 지금은 웬만한 건 다 있어서 크게 불편한 것은 못 느낀다"며 "그냥 이대로만 유지되면 좋겠다"고 했다.
다른 고객들의 반응도 엇갈렸다.
저녁 장사를 위해 항상 오전에 장을 보러 나온다는 주민 B 씨는 "예전에 비하면 많이 비어 있다"며 "오늘은 고기하고 이것저것 사려고 왔는데 둘러보고 살 생각"이라고 했다.
또 다른 주민은 "예전보다 많이 채워졌지만 아직 조금 부족하다"고 말했다.
반면 합정점에서 만난 한 주민은 "생필품이나 식품 등 항상 있던 제품들은 있는 것 같다"며 상품 부족에 따른 불편을 크게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추석 상품을 찾는 고객들의 체감은 달랐다.
월드컵점에서 만난 서 씨는 "지난주에도 선물세트를 사러 왔는데 없었고 오늘도 물어보니 없다더라"며 "명절이면 이 시간에도 사람이 더 많았는데 예전 같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동네에는 대형마트가 여기 하나인데 없어지면 살 데가 없다"며 "젊은 사람들은 앱으로도 주문하지만 나이 든 사람들은 직접 눈으로 보고 사야 한다"고 했다.
원하는 상품이 없으면 수색역 인근 다른 마트를 찾아야 하지만 차량이 없어 이동도 쉽지 않다고 했다.
홈플러스는 이날부터 추석 할인 행사를 시작했다. 오는 27일까지 사과·배·한우 등 선물세트를 할인 판매하고 신선식품과 간편식 등 3600여 종을 대상으로 할인 행사도 진행한다.
하지만 취재진이 찾은 일부 매장에서는 고객들이 기대하는 수준의 명절 상품 구색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반응이 나왔다.
합정점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점주는 "여기가 원래 마트가 잘되는 곳이라 물건만 더 많으면 더 잘될 텐데 아무래도 물건 가짓수에 제약이 있는 것 같다"며 "오는 사람들은 동네 장사다 보니 꾸준히 온다"고 말했다.
이어 "원래 명절을 앞두고 선물세트가 많이 깔려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구색만 갖춰지면 사람들이 더 올 것"이라고 했다.
점포를 둘러싼 상권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월드컵점에 장을 보러 온 30대 후반 마 모 씨는 최근 올리브영이 철수한 데 대해 "마트에 온 김에 갈 수도 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기존 입점업체가 빠져나간 공간에 대해서는 "전체적인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며 "예전에는 복잡했는데 지금은 한산하고 쾌적해졌다"고 했다.
회생절차 장기화로 홈플러스 내부에 입점한 점포들의 부담도 이어지고 있다.
합정점의 한 점포 관계자는 "저희는 지금도 받아야 할 돈을 못 받고 있는데 6월부터 받지 못했다"며 "파산하면 더 길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납품업체 중에도 돈을 못 받은 곳이 많다"며 회생계획에 따른 변제가 제대로 이뤄지기를 기대했다.
홈플러스는 지난 2일 서울회생법원으로부터 회생계획 인가를 받으며 청산 위기를 한 고비 넘겼다.
하지만 인가가 곧 영업 정상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밀린 거래대금 지급과 상품 공급 정상화, 고객 회복을 통해 매출을 다시 끌어올려야 한다.
추석은 회생계획 인가 이후 맞는 첫 대목이다.
홈플러스가 이날부터 할인 행사를 열고 고객 유입에 나선 가운데 매장에서 만난 고객들의 반응에서는 정상화에 대한 기대와 아직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동시에 나타났다.
상품이 다시 채워지기 시작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지만 명절 대목에 필요한 상품 구색을 얼마나 빠르게 정상화하느냐가 고객을 다시 매장으로 끌어들이는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youm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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