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주' 이월드, 5대1 병합으로 급한 불…실적·지배구조는 그대로
상폐 위험에 주식병합 카드…주가 숫자 바꿔도 기업가치는 그대로
이랜드 계열 지분 63%·핵심지표 준수율 13%…보유주식 대부분 담보로
- 박혜연 기자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이랜드그룹의 유일한 상장 계열사 이월드(084680)가 '동전주'에서 벗어나기 위해 5대1 주식병합에 나섰다. 1000원 미만 주가가 이어지면서 관리종목으로 지정되자 주당 가격을 높이는 카드를 꺼낸 것이다.
주식병합으로 당장의 상장 유지 부담은 덜 수 있지만 회사의 기업가치가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본업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데다 대주주 지배력에 비해 이사회 견제 장치가 취약하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어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업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월드는 현재 5대1 주식병합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이월드는 지난 7월 7일부터 30거래일 연속 주가가 1000원 미만에 머물면서 지난달 20일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정해진 기간 내 주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절차로 이어질 수 있다.
주식병합이 완료되면 발행주식 수는 5분의 1로 줄고 이론적인 주당 가격은 5배로 높아진다.
그러나 주식병합은 주식 수와 주당 표시 가격을 바꾸는 조치다. 회사의 자본이나 전체 기업가치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실적과 기업가치가 개선되지 않으면 주가를 장기적으로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실제 이월드의 본업은 최근 뒷걸음질 치고 있다.
2023년 매출 1153억 원, 영업이익 79억 원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매출은 887억 원으로 감소했다. 영업손실도 32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고 당기순손실은 약 229억 원에 달했다.
대구 테마파크와 주얼리 사업이 동시에 부진했다.
지난해 테마파크 사업의 티켓 매출은 218억 원으로 전년보다 13% 감소했다. 로이드·그레이스·오에스티(OST) 등을 운영하는 주얼리 사업 매출도 562억 원으로 21% 줄었다.
주식병합으로 주당 가격은 단숨에 높일 수 있지만 이월드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함께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시장에서 기업가치를 다시 평가받으려면 결국 양대 사업의 경쟁력과 수익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얘기다.
대주주의 높은 지배력에 비해 이를 견제할 지배구조 장치가 미흡하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이월드 최대주주는 이랜드월드다. 이랜드월드는 최근 이월드 주식 약 63만 주를 추가로 사들여 지분율을 43.87%까지 높였다. 계열사 이랜드파크가 보유한 19.22%까지 합치면 이랜드 계열이 쥔 지분은 63%를 넘어선다.
반면 이월드가 올해 처음 공개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서 핵심지표 준수율은 13.3%에 불과했다. 15개 핵심지표 가운데 준수한 항목이 2개뿐이었다.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으며 전체 이사 5명 가운데 사외이사는 2명이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도 별도로 설치하지 않았다.
주주총회 4주 전 소집공고와 전자투표제 도입, 배당정책 사전 통지 등 주주 권익과 관련된 핵심지표도 충족하지 못했다.
한국ESG기준원(KCGS)의 ESG 평가에서도 이월드는 낮은 등급을 받아왔다. 이사회 독립성과 내부통제 등 지배구조 전반에서 개선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는 평가다.
대주주가 60%가 넘는 지분을 확보한 상황에서 이사회의 독립적인 견제 기능과 일반주주 보호 장치를 얼마나 강화할 수 있을지가 과제로 남는 이유다.
대주주가 보유한 이월드 주식 상당 부분이 그룹의 자금 조달 과정에서 담보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지난달 기준 이랜드월드와 이랜드파크가 보유한 이월드 주식 가운데 약 85%가 금융기관 등에 담보로 설정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월드가 직접 차입한 자금이 아니라 최대주주와 계열사의 금융거래 과정에서 이월드 지분이 담보로 제공된 것이다.
대주주가 보유 주식을 금융기관 차입 등의 담보로 제공하는 것 자체가 위법하거나 이례적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월드가 이랜드그룹의 유일한 상장사라는 점을 고려하면 대주주의 높은 지분율과 대규모 담보 설정은 일반주주 입장에서도 주목할 사안이다.
특히 이월드는 실적 부진과 주가 하락으로 관리종목에 지정된 상황이다.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5대1 주식병합까지 추진하는 가운데 대주주가 보유 지분 상당 부분을 담보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장사 기업가치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식병합으로 '동전주'라는 꼬리표는 떼어낼 수 있다. 하지만 주식 수를 줄이고 주당 가격을 높이는 것만으로 이월드의 본업 경쟁력이나 지배구조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월드가 관리종목이라는 급한 불을 끄는 것을 넘어 실적과 지배구조를 함께 개선해 시장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지가 향후 과제로 남는다.
hy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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