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포는 크루즈, 민락은 '올영호'…올리브영 부산 공략법[르포]

남포타운 외국인 매출 72%…크루즈 관광객 겨냥 '빠른 K뷰티 쇼핑'
민락선 수산시장 감성 입힌 매장…상권별 콘텐츠로 외국인 잡는다

올리브영 부산 남포 타운 매장 전경 ⓒ 뉴스1 박혜연 기자

(부산=뉴스1) 박혜연 기자

피부가 건조하다고 나오네요.호주에서 이런 진단을 받으려면 비싼데 여기서는 무료라니 좋아요.

11일 부산 중구 올리브영 남포타운 4층. 호주에서 온 소피아(26)가 피부 상태를 진단하는 '스킨스캔 포 페이스' 기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옆 '마스크팩 라이브러리'에서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빼곡하게 진열된 제품을 바구니에 담고 있었다.

매장 곳곳에서는 영어와 일본어, 중국어로 고객을 응대하는 직원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특히 중국어가 가능한 직원에게는 도움을 요청하는 고객들이 쉴 새 없이 몰렸다.

CJ올리브영(340460)이 부산 주요 관광 상권의 특성을 매장에 녹여 외국인 관광객 잡기에 나섰다. 남포동에서는 체류 시간이 짧은 크루즈 관광객을 겨냥해 한 곳에서 빠르게 K뷰티를 경험하도록 하고, 민락동에서는 수산시장과 바다 등 부산의 로컬 문화를 매장에 담는 식이다.

남포는 크루즈…짧은 시간에 K뷰티 '집중 쇼핑'

14일 업계에 따르면 올리브영은 지난달 28일 부산 남포타운을 열었다.

남포동은 북항과 영도 터미널을 통해 크루즈 관광객이 유입되는 부산 대표 관광 상권이다.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부산을 찾은 크루즈 관광객은 전년 동기 대비 122% 증가했다.

크루즈 관광객은 하선할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어 특정 시간대에 쇼핑이 집중되고 한 번 방문했을 때 여러 상품을 구매하는 특성이 있다는 게 올리브영의 분석이다.

실제 남포타운은 외국인 고객 비중이 높다. 지난 9일 기준 전체 매출 가운데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72%에 달했다. 기존 광복타운과 비교해 방문객도 약 3배 늘었다.

올리브영은 이런 상권 특성을 반영해 남포타운 1층에 전국 매장 가운데 처음으로 '특화 플로어'를 도입했다. K뷰티·웰니스 베스트셀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대량 진열해 인기 상품을 빠르게 발견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올리브영 부산 남포 타운 매장 1층 ⓒ 뉴스1 박혜연 기자

층별 목적도 명확하게 나눴다.

2층은 색조 중심으로 구성하고 이른바 '장원영 컬러렌즈'로 알려진 하파크리스틴 브랜드존을 마련했다. 3층에서는 K푸드와 웰니스·라이프스타일 상품을 판매한다. 빙그레 '바나나맛우유'를 비롯한 간식부터 부산을 모티브로 한 키링과 마그넷 등 관광 기념품도 배치했다.

4층에 올라서자 '마스크팩 라이브러리'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외국인 고객의 수요가 높은 마스크팩을 한곳에 모아 대량으로 진열한 공간이다. 국내에서는 센트럴 명동타운과 부산 남포타운 두 곳에서만 운영한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관심이 높아진 이른바 '약국 화장품'을 겨냥해 제약회사와 협업한 '어드밴스드 더마' 공간도 마련했다. 매일 두 차례 전담 직원이 제품을 소개하는 큐레이션 타임을 운영한다.

올리브영 부산 남포 타운 매장에서 피부 진단 기기를 이용하는 호주 관광객(왼쪽)과 마스크팩 라이브러리 공간 ⓒ 뉴스1 박혜연 기자

피부 상태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스킨스캔 포 페이스'도 외국인 고객의 발길을 붙잡았다.

소피아는 "이런 공간은 호주에 없어 상품을 둘러보고 직접 체험하는 게 재미있다"며 "건조한 피부라고 나왔는데 호주에서 이런 기술적인 진단을 받으려면 비싸지만 여기에서는 무료로 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한 매장 안에서 빠르게 K뷰티를 경험하고 다양한 수요를 충족할 수 있도록 각 층에 명확한 목적을 두고 서비스를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올리브영 부산 밀락더마켓점에서는 창밖을 통해 광안대교가 보인다. ⓒ 뉴스1 박혜연 기자
민락에선 수산시장 감성…'올영호' 타고 K뷰티 쇼핑

차로 이동해 찾은 부산 수영구 민락동의 모습은 달랐다.

지난달 30일 문을 연 '올리브영 밀락더마켓점'의 콘셉트는 민락항에 정박한 배 '올영호'다.

매장에 들어서자 그물과 배 등 수산물직판장을 연상시키는 소품과 빈티지 디자인의 포스터가 눈에 띄었다. 창밖으로는 광안리 바다와 광안대교가 펼쳐졌다.

남포타운이 외국인 관광객의 효율적인 쇼핑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곳에서는 민락항과 바다 등 지역의 이미지를 K뷰티와 결합해 쇼핑 자체를 하나의 관광 경험으로 만드는 데 방점을 찍었다.

민락동은 광안리해수욕장과 민락수변공원에 인접해 20·30세대를 중심으로 관광·여가 수요가 높은 지역이다. 외국인 관광객도 늘고 있다. 한국신용데이터에 따르면 최근 1년간 민락동의 외국인 카드 매출은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올리브영 부산 밀락더마켓점을 방문한 외국인 고객 ⓒ 뉴스1 박혜연 기자

올리브영이 입점한 '밀락더마켓' 역시 소품숍과 팝업스토어 등 다양한 콘텐츠가 들어선 복합문화공간이다.

상품 구성도 상권에 맞췄다. 올리브영 매장 최초로 냉동고를 설치해 아이스크림과 음료, 얼음컵 등을 판매하고 안주·과자류와 숙취해소제 등 식품 카테고리를 강화했다. 창밖의 광안리 풍경을 보며 앉아서 쉴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남포와 민락은 불과 부산이라는 같은 도시 안에 있지만 올리브영이 매장을 설계하는 방식은 달랐다.

외국인 관광객이 빠르게 늘면서 주요 관광 상권에 똑같은 형태의 매장을 확대하기보다 고객의 이동 동선과 체류 시간, 지역 문화를 분석해 상품과 서비스를 달리하는 전략이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남포타운과 밀락더마켓점은 부산의 서로 다른 상권 특성을 반영해 차별화된 K뷰티 경험을 구현한 매장"이라며 "관광객의 이동과 수요를 세밀하게 반영해 부산 곳곳에서 다양한 K뷰티를 경험할 수 있는 접점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hy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