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밥·육개장 이어 이번엔 어묵…CJ-동원 '패키지 전쟁' 또 붙었다

지재처, 동원F&B '추억의 부산어묵 리뉴얼 ' 포장 디자인 강제수사
컵밥·죽·국물요리 이어 또 충돌…과거와 달리 형사처벌 가능성도

CJ제일제당 '삼호 부산어묵'(왼쪽)과 동원F&B '동원 부산어묵' 제품 사진. (온라인몰 갈무리)

(서울=뉴스1) 황두현 기자 = CJ제일제당(097950)과 동원F&B가 이번에는 어묵 포장 디자인을 놓고 충돌했다. 과거 컵밥과 죽, 육개장 등 가정간편식(HMR) 패키지를 둘러싸고 잇달아 갈등을 빚은 데 이어 양사의 '패키지 전쟁'이 다시 불붙은 모습이다.

특히 과거 분쟁이 가처분이나 민사소송, 특허청 신고 등으로 진행됐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특별사법경찰의 강제수사까지 이뤄지면서 양사의 디자인 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지식재산처 특별사법경찰은 최근 동원F&B의 어묵 제품 패키지 디자인과 관련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동원F&B '추억의 부산어묵 리뉴얼'(동원 부산어묵) 제품 포장이 CJ제일제당 '삼호 부산어묵' 디자인과 유사한지가 쟁점이다.

CJ제일제당은 올해 상반기 동원F&B 제품 포장의 색상과 디자인 등이 자사 제품과 비슷하다는 취지로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한 법적 절차도 진행 중이다.

동원F&B는 모방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어묵 제품에는 비슷한 색상과 디자인의 포장이 시장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제품 출시 전 법무법인과 특허법인의 검토도 거쳤다는 설명이다.

컵밥은 CJ 패소, 국물요리는 동원이 디자인 변경

두 회사가 제품 디자인을 놓고 맞붙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7년에는 컵밥 용기 형태를 놓고 법정 공방을 벌였다. CJ제일제당은 자사 '햇반 컵반'과 유사한 형태의 제품을 내놨다며 동원F&B와 오뚜기를 상대로 부정경쟁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컵 모양의 메인 용기 위에 즉석밥 용기를 결합한 제품 형태를 무단으로 모방했다는 주장이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재판부는 경쟁사 제품과 CJ제일제당 제품의 형태가 동일하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컵 형태의 메인 용기와 즉석밥 용기 등이 즉석식품에서 흔히 사용되는 형태인 만큼 부정경쟁행위의 보호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2019년에는 죽 제품으로 갈등이 옮겨붙었다. CJ제일제당은 동원F&B의 파우치죽이 '비비고죽' 패키지와 디자인 구성이 유사하다며 당시 특허청에 부정경쟁행위로 신고했다.

이듬해에는 국물요리 패키지가 문제가 됐다. 동원F&B가 '양반' 국물요리를 선보이면서 CJ제일제당의 '비비고' 제품과 디자인이 유사하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비비고와 양반 차돌육개장 등은 음식 사진의 배치와 갈색 계열의 배경, 상아색 계열의 상품명 영역, 붉은색 계열의 하단부 등에서 유사성이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결국 CJ제일제당은 2021년 1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동원F&B를 상대로 부정경쟁행위 금지 등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양측의 법정 공방은 그해 합의로 마무리됐다. 동원F&B가 국물요리 제품 디자인을 변경하는 조건으로 양측이 합의하면서 CJ제일제당은 같은 해 10월 소송을 취하했다.

컵밥에서 시작된 양사의 디자인 갈등이 죽과 국물요리를 거쳐 이번에는 어묵으로 옮겨붙은 셈이다.

CJ제일제당 비비고 제품(위)과 동원F&B 양반 제품(사진=각사) ⓒ 뉴스1
"독자적 디자인" vs "흔한 디자인"…이번엔 강제수사까지

이번 어묵 분쟁의 쟁점 역시 과거와 닮았다.

CJ제일제당은 자사 제품 디자인에 대한 권리 침해를 문제 삼고 있지만 동원F&B는 어묵업계에서 비슷한 색상과 디자인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양사 제품의 디자인 유사성과 CJ제일제당이 보유한 권리의 보호 범위 등이 수사 과정에서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다만 이번 분쟁은 과거 사례와 진행 방식에서 차이가 있다.

컵밥 사건은 법원의 가처분 기각으로 CJ제일제당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국물요리 분쟁은 민사소송 끝에 양측의 합의로 마무리됐다. 반면 이번에는 특별사법경찰의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가 이뤄진 만큼 수사 결과에 따라 형사처벌 여부까지 가려질 수 있다.

식품업계에서 패키지는 제품의 정체성을 소비자에게 전달하고 경쟁 제품과 구분하는 주요 수단으로 꼽힌다. 유사한 제품이 많은 가공식품 시장에서 색상과 이미지 배치, 글자체 등 패키지 디자인을 둘러싼 업체 간 갈등이 법적 분쟁으로 번지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지식재산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검찰에 송치된 디자인 침해 사범은 64명으로 전년 동기 27명보다 137%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식품 패키지에는 비슷한 색상과 제품 구성 방식이 널리 사용되는 만큼 어디까지를 독자적인 디자인으로 인정할지가 관건"이라며 "아직 수사 초기 단계인 만큼 실제 디자인권 침해 여부에 대한 판단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ausu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