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회생계획 법원 인가…청산 위기 넘기고 '정상화 시험대'(종합)

회생채권자 75.9% 찬성…담보권자·주주조도 법정 가결요건 충족
삼일 "공익채권 동의 전제 수행 가능"…김광일 "인가 후 M&A 추진"

홈플러스 회생계획안 의결을 위한 관계인집회가 열린 2일 서울 서초구 서울회생법원에 관계인, 민원인 등이 출입하고 있다. 2026.9.2 ⓒ 뉴스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최소망 유민주 이철 기자 = 청산 위기에 놓였던 홈플러스가 회생계획안에 대한 법원의 인가를 받으며 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 다만 공익채권 변제를 위한 유동성 확보와 영업 정상화, 자가점포 매각에 이은 인수합병(M&A) 등 실제 회생계획 이행 여부가 향후 정상화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서울회생법원 회생4부(재판장 정준영 법원장)는 2일 홈플러스 회생계획안 심리·결의를 위한 관계인집회를 열고 채권자와 주주 등의 표결을 거쳐 가결된 회생계획안을 인가했다.

재판부는 공익채권자들의 동의 상황 등을 고려해 채무자회생법이 정한 회생계획 인가 요건을 갖춘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채무자 홈플러스 주식회사에 대한 회생계획을 인가한다"며 "회생계획 인가 결정은 선고 즉시 그 효력이 생긴다"고 밝혔다.

이어 홈플러스에 "임직원과 협력업체가 잘 협력해 이 회생계획안을 잘 이행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회생채권자 75.9% 찬성…법정 가결요건 모두 충족

앞서 이날 관계인집회에서 홈플러스 회생계획안은 법정 가결 요건을 모두 충족했다.

회생계획안이 가결되려면 회생담보권자조에서 의결권 총액의 4분의 3 이상, 회생채권자조에서 3분의 2 이상, 주주조에서 의결권을 행사한 주식의 2분의 1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표결 결과 회생담보권자조는 찬성률 100%를 기록했다.

가장 관심이 쏠렸던 회생채권자조에서는 총 의결권 약 2조 4816억 원 가운데 1조 8836억 5430만2176원이 찬성했다. 찬성률은 75.90%로 법정 가결 기준인 66.7%를 약 9.2%포인트(p) 웃돌았다.

주주조에서도 의결권을 행사한 주식 전부가 찬성했다.

이에 재판부는 "회생계획안은 가결 요건을 구비했다"며 가결을 선포한 뒤 곧바로 인가 여부에 대한 판단을 진행했다.

삼일 "수행 가능"…김광일 "월 460억 이상 비용 절감"

법원이 지정한 조사위원인 삼일회계법인은 공익채권자들의 분할변제 동의를 전제로 홈플러스 회생계획안의 수행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삼일회계법인 측은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흐름 창출 계획과 자가점포 매각 계획, 신규 차입 계획에는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아 수행 가능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회생계획안에 따른 변제액 역시 청산할 경우 채권자들이 받을 수 있는 금액을 웃돌아 청산가치 보장 원칙을 충족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공익채권 변제가 향후 회생계획 이행의 변수로 꼽혔다.

삼일회계법인 측은 "공익채권 변제 계획과 관련해 분할변제에 동의하지 않은 채권자의 경우 일시 변제 가능성이 있다"며 미동의 채권액이 보유 현금을 넘어설 경우 유동성 부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광일 홈플러스 관리인(MBK파트너스 부회장)은 이날 사업구조 개선과 보유 부동산 활용을 회생계획 이행의 두 축으로 제시했다.

김 관리인은 "적자의 사업구조를 흑자로 전환하기 위해 적자점포를 폐점하고 흑자점포 중심으로 사업을 줄였다"며 "임대료는 월 200억 원 이상, 인건비는 월 260억 원 이상 절감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고정비 절감과 적자점포 폐점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해 채권을 변제하겠다는 것이 첫 번째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보유 부동산 매각을 통한 변제 재원 마련에도 나선다.

김 관리인은 "총 54개 점포가 폐점됐는데 이 가운데 19개 점포가 자가점포"라며 "회생계획이 인가되면 영업에 사용하지 않는 점포를 즉시 매각해 채권 변제에 우선 사용하고 회사 정상화에 도움을 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폐점점포 매각 이후에도 회사 자체에 대한 M&A를 추진해 채권을 변제하겠다"고 밝혔다.

2일 홈플러스의 회생계획안 의결을 위한 관계인집회가 열린다. 관계인집회는 회생담보권자와 회생채권자, 주주 등 회생안을 심리하고 동의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로 회생담보권자조 75% 이상, 회생채권자조 66.7% 이상, 주주조 50% 이상이 동의해야 가결된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의 한 홈플러스 매장의 모습. 2026.9.2 ⓒ 뉴스1 이호윤 기자
전단채·CP 투자자 반발…"5~10년 기다리라는 건 삶의 유예"

회생계획안이 높은 찬성률로 가결됐지만 이날 관계인집회에서는 전자단기사채(전단채)와 기업어음(CP) 투자자 등을 중심으로 장기 변제와 회생계획의 수행 가능성에 대한 반발도 이어졌다.

홈플러스 물품구매 전단채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 측은 "5년, 10년을 기다리라는 것은 단순한 변제 유예가 아니라 삶을 유예하라는 것"이라며 1차 연도에 30% 이상, 2차 연도까지 누적 50% 이상의 선변제를 요구했다.

일부 채권자는 회생계획의 성공 가능성을 문제 삼으며 회생보다 청산이 낫다는 주장까지 내놨다.

이에 김 관리인은 회생계획에 따라 성실하게 변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폐지 위기 딛고 인가…자가점포 매각·M&A 등 '정상화 시험대'

이번 인가 결정으로 홈플러스는 회생계획에 따른 채권 변제와 점포 구조조정, 자산 매각, M&A 추진 등 정상화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됐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3월 4일 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단기자금 부담 등을 이유로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고 법원은 같은 날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회생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법원은 회생계획 수행에 필요한 최소 2000억 원의 운영자금 확보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 7월 3일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다.

이후 홈플러스가 2000억 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DIP)을 확보하고 즉시항고하면서 법원은 같은 달 21일 폐지 결정을 취소했다.

법원은 이후 회생계획안 가결 기간을 법정 최종기한인 이달 4일까지 연장했다.

홈플러스는 최종기한을 이틀 앞둔 이날 회생계획안 가결과 법원의 인가까지 이끌어내면서 청산 위기를 일단 넘겼다.

그러나 법원의 인가가 곧 회생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향후 공익채권자와의 분할변제 협의를 마무리하고 상품 공급과 매출을 정상화하는 동시에 자가점포 매각과 M&A 등을 통해 계획대로 변제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

회생계획에 따른 변제가 정상적으로 시작되면 법원은 회생절차를 종결할 수 있지만, 계획대로 이행되지 않을 경우 '인가 후 폐지'와 파산 가능성도 남아 있다.

somangcho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