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넘어 '아트 경험'에 베팅…달라진 백화점 VIP 경쟁
신세계 프리즈 5년·현대 키아프 5년…VIP 경쟁, 명품서 문화예술로
롯데는 여행·미식까지 확대…'희소한 경험'으로 충성고객 잡는다
- 최소망 기자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백화점업계의 VIP 경쟁이 명품 브랜드를 넘어 미술·여행·미식 등 '경험 콘텐츠'로 확장되고 있다.
주요 백화점의 명품 브랜드 구성이 상향 평준화된 가운데 구매력이 큰 VIP 고객을 자사 점포에 묶어둘 차별화 수단으로 문화예술과 프라이빗 프로그램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실제 주요 백화점에서는 VIP 고객이 전체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신세계백화점은 올해 1~8월 전체 매출의 42.4%가 VIP 고객에게서 발생했고, 롯데백화점도 지난해 VIP 매출 비중이 46%에 달했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 2026'이 이날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한다. 세계 30개 국가·지역에서 130개 안팎의 갤러리가 참가한다.
신세계그룹은 올해 국내 유통기업 최초로 프리즈 서울의 헤드라인 파트너로 합류해 2030년까지 5년간 파트너십을 이어간다.
구체적인 투자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5년간 장기 파트너십을 맺은 만큼 단발성 문화행사 후원을 넘어 고객과의 접점을 넓히는 중장기 콘텐츠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는 백화점업계에서 일찍부터 미술 콘텐츠를 강화해왔다. 1966년 국내 백화점 최초로 본점에 상설전시장을 열었고 현재도 신세계갤러리를 통해 회화·사진·공예·고미술 등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신세계백화점의 올해 1~8월 VIP 고객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4% 증가했다. 전체 매출에서 VIP가 차지하는 비중도 42.4%에 달한다.
문화예술 프로그램이 VIP 고객의 신규 유입이나 구매 증가에 미치는 효과를 별도로 정량화하고 있지는 않지만 핵심 고객의 매출 비중이 높은 만큼 프리즈 등을 활용한 차별화된 고객 경험 확보에도 힘을 싣는 모습이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예술과 일상이 연결되는 다양한 시도를 지속하며 문화예술 콘텐츠를 통해 고객 경험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한국 문화예술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도 지속적으로 기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2022년부터 국내 최대 아트페어인 키아프 서울을 5년 연속 공식 후원하고 있다.
올해도 2~6일 코엑스에 우수고객 전용 VIP 라운지를 운영하고 개막 당일 무역센터점에서 키아프 VIP와 백화점 우수고객을 대상으로 작가 프레젠테이션과 리셉션을 연다.
다음달 말까지는 '2026 더현대 아트스테이지'를 통해 전국 10개 점포에서 12개 전시·공연과 70여 개 예술 강좌를 진행한다. 더현대 서울의 복합문화공간 알트원(ALT.1)은 2021년 개관 이후 지난 6월까지 누적 유료 관람객 160만 명을 돌파했다.
VIP를 겨냥한 경험 경쟁은 미술을 넘어 여행과 미식 등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올해부터 에비뉴엘 고객을 대상으로 외부 미술기관·갤러리와의 협업을 확대했다. 지난 6월 퐁피두센터 한화에서 프라이빗 도슨트 프로그램을 진행했고 작품 전시·컨시어지·아티스트 토크 등 비공개 행사도 연중 운영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역시 지난해 전체 매출에서 VIP 고객이 차지하는 비중이 46%에 달했다. 올해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VIP 경험의 범위를 미술관 밖으로 넓히고 있다.
올해 '에비뉴엘 포인트'를 '에비뉴엘 큐레이션'으로 개편하고 호텔·파인다이닝·골프·레저 등 6개 카테고리, 100여 개 제휴처의 경험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울릉도 고급 리조트에서 정호영 셰프의 코스 다이닝과 와인 페어링, BMW 7시리즈 드라이빙을 결합한 여행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4월에는 강원 영월의 하이엔드 한옥 호텔에서 숙박과 런웨이, 갈라 디너를 묶은 프라이빗 웨딩 쇼케이스를 진행했다. 2인 1실 기준 100만 원 상당의 프로그램이었지만 예약이 조기 마감됐다.
백화점들이 VIP에게 제공하는 혜택이 구매 금액에 따른 할인과 상품권 등 금전적 보상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경험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넓어지는 모습이다.
주요 백화점의 명품 브랜드 구성이 비슷해진 상황에서 상품만으로 차별화하기 어려워지자 특정 백화점의 VIP만 누릴 수 있는 경험을 통해 고객과의 관계를 강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명품 브랜드 라인업 자체가 백화점 경쟁력을 가르는 핵심 요소였다면 최근에는 주요 점포 간 브랜드 구성이 비슷해지면서 VIP 고객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미술과 공연, 여행, 미식 등 쉽게 접하기 어려운 경험이 VIP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는 새로운 경쟁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somangcho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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