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톡톡] "신라면 끓여도 한강라면인데"…'한강라면' 상표 등록될까

오뚜기, 9월 중순 '한강라면' 출시…상표·도형 결합해 출원
전문가 "등록돼도 명칭 독점 어려워"…'취식 경험' 상품화는 눈길

29일 서울 강서구 코엑스마곡에서 열린 K-푸드페스타에서 관람객 및 바이어들이 시식을 하고 있다. 2025.8.29 ⓒ 뉴스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황두현 기자 = 한강변 편의점에서 라면 조리기로 끓여 먹는 이른바 '한강라면'이 아예 제품으로 나옵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강을 바라보며 즉석라면을 끓여 먹는 모습이 한국의 대표적인 'K라면' 체험 중 하나로 자리 잡자 식품회사가 이를 제품명으로 가져온 건데요.

오뚜기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한강라면'이 포함된 상표까지 출원했습니다. 누구나 사용해온 '한강라면'이라는 표현이 특정 업체의 상표로 등록될 수 있을까요.

신라면·불닭도 한강라면…오뚜기 "상표·도형 결합 시 등록 가능"

2일 업계에 따르면 오뚜기는 9월 중순 '오뚜기 한강라면'을 출시합니다. 야외 즉석조리기로 끓여도 면이 쉽게 퍼지지 않도록 쫄깃한 식감을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고 집에서 냄비로 조리해도 같은 맛을 낼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오뚜기는 제품 출시를 앞두고 지식재산처에 관련 상표도 출원 현재 심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출원된 표장은 오뚜기 고유의 심벌마크와 '한강라면'이라는 문자를 결합한 형태로 라면과 컵라면 등을 지정상품으로 하고 있습니다.

관심이 쏠리는 것은 '한강라면'이라는 표현 자체입니다.

소비자들이 통상 사용하는 한강라면은 특정 제조사의 제품을 뜻하지 않습니다. 한강공원에서 즉석조리기를 이용해 끓여 먹는 라면을 통칭하는 표현에 가깝습니다. 농심 신라면을 끓여도, 삼양식품 불닭볶음면을 먹어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모두 '한강라면'인 셈입니다.

오뚜기 역시 이 같은 점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오뚜기 관계자는 "한강라면은 한강공원 편의점에서 라면 조리기로 끓여 먹는 라면을 통칭하는 표현으로 인식돼 해당 명칭을 사용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오뚜기 상표 또는 도형과 결합할 경우 상표 등록도 가능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상표 전문가들은 '한강라면'이라는 문자 자체와 오뚜기의 심벌·도형 등을 결합한 전체 표장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변리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등록 자체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는 "한강라면이라는 말은 보통명사라서 식별력이 없어 안 될 것"이라며 "제품에 이름을 붙여 판매하는 것과 상표 출원은 다르다. 상표 출원은 해당 표장에 배타적인 권리를 인정해 달라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도형 등을 결합해 식별력을 보완하더라도 '한강라면'이라는 표현 자체에 독점적인 권리를 인정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그는 "설령 등록된다고 하더라도 이후 무효심판 청구 등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른 변호사 역시 "오뚜기가 기존 한강라면이라는 표현이 주는 이미지를 활용해 자사 제품을 판매하는 것은 가능하다"면서도 "다른 업체가 한강라면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고 해서 이를 모두 문제 삼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오뚜기의 출원 상표가 심사를 통과하더라도 '한강라면'이라는 표현 자체를 오뚜기가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라는 겁니다.

SNS에 한강라면을 검색한 화면.(인스타그램 캡처)
'맛' 아닌 '먹는 경험'을 제품명으로

상표 등록 여부와 별개로 '한강라면'이라는 제품명을 둘러싼 업계 평가는 엇갈립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에게 한강라면이라는 제품을 직접 보여줌으로써 인지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 같다"면서도 "라면은 음식이기 때문에 제품명에서 맛의 정체성이 드러나는 것도 중요한데 '한강라면'만으로는 어떤 맛인지 알기 어렵다는 점은 한계"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제품이 눈길을 끄는 것은 기존 라면과 다른 방식으로 이름을 붙였다는 점입니다.

그동안 라면 신제품은 국물과 면의 특징이나 원재료, 매운맛 등 제품 자체의 특성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반면 오뚜기는 '무엇을 먹느냐'보다 '어디서 어떻게 먹느냐'라는 취식 경험을 제품명으로 가져왔습니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한강에서 즉석라면을 끓여 먹는 경험이 하나의 한국 관광 콘텐츠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이를 실제 상품으로 연결했다는 점도 주목됩니다.

다만 '한강라면'이라는 이름이 소비자에게 익숙하다는 것이 곧 특정 제품의 경쟁력으로 이어질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제품명만으로 맛을 짐작하기 어렵다는 점과 누구나 사용해온 표현인 만큼 오뚜기만의 브랜드 자산으로 만들기 쉽지 않다는 한계도 있습니다.

익숙한 식문화를 제품으로 가져온 '오뚜기 한강라면'. 소비자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해온 이름이 실제 상표 등록으로까지 이어질지, 또 한강에서의 경험을 제품 구매로 연결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ausu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