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배송 어쩌나…與 '월 12회 야간근무 제한'에 업체·기사 반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 발의…업체 "2배 이상 인력 필요"
배송기사 97.7% "월 12회 제한 반대"…소득 줄면 '투잡·이탈' 우려
- 이철 기자
(서울=뉴스1) 이철 기자 = 야간 노동자의 건강권을 보호하기 위해 야간작업 횟수와 시간을 제한하는 법안이 발의되면서 새벽배송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법안이 시행될 경우 새벽배송에 필요한 인력을 추가로 확보해야 해 인력난과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야간배송 기사들 사이에서도 근무시간 감소가 소득 감소로 이어져 다른 일자리를 병행하거나 아예 배송업을 떠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건강권 보호를 위해 야간 노동을 줄이겠다는 입법 취지와 달리 일부 기사들이 소득을 보전하기 위해 '투잡'에 나설 경우 실제 노동시간을 줄이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은 자정부터 오전 5시까지를 포함하는 야간작업의 시간과 횟수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안은 △1일 야간작업 최대 10시간 △1주 단위 평균 1일 8시간 △주당 야간작업 최대 48시간 및 2주 평균 주 44시간 △야간작업 종료 후 최소 11시간 연속휴식 △연속 야간작업 최대 3일 △월간 야간작업 최대 12회 등의 기준을 두도록 했다.
유통업계에서 야간 노동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분야 중 하나가 새벽배송이다. 현재 쿠팡과 컬리 등이 새벽배송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대형마트의 새벽배송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배송 현장에서는 개정안이 시행되면 현재 물량을 처리하기 위한 추가 인력 확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배송업체를 운영하는 한 중소기업 대표는 "지금도 배송기사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월간 작업 횟수와 연속 야간작업, 휴식시간 등의 규정을 모두 적용하면 야간 기사가 실제 일할 수 있는 시간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물량을 그대로 처리하려면 지금의 2배 이상의 기사가 필요할 수도 있다"며 "야간 배송을 원하는 기사를 추가로 구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입제 택배기사는 스스로 배송차량 등을 마련해야 하는 기본 비용이 발생해 진입 장벽이 있다"며 "주간보다 야간 배송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새벽배송 수요가 늘고 야간 근무까지 제한되면 인력 확보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법안의 영향을 받는 배송기사들 사이에서도 근무시간 제한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나온다.
쿠팡파트너스연합회(CPA)가 지난 26~28일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영업점 소속 택배기사 331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택배기사 작업시간 제한 관련 긴급 의견조사'에 따르면 야간배송을 월 최대 12회로 제한하는 방안에 응답자의 97.7%가 반대했다.
주당 작업시간을 최대 30시간 이내로 제한하는 방안에는 97.4%가 반대했으며 택배기사의 작업시간을 법으로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것에는 95.9%가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특히 야간배송 기사만 놓고 보면 월 12회 제한에 대한 반대 비율은 98.7%로 더 높았다.
CPA는 법안에 담긴 작업시간과 연속휴식 규정 등을 함께 적용하면 야간배송 기사의 실제 근무 가능 시간이 주당 28시간 안팎으로 줄어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배송 물량에 따라 수수료를 받는 기사들에게 근무시간 감소가 소득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97.1%가 작업시간 제한으로 소득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소득이 감소할 경우 택배 일을 계속하면서 다른 직종의 일자리를 병행하겠다는 응답은 48.8%, 택배업을 떠나 다른 일자리를 찾겠다는 응답은 51.2%였다.
배송업체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새벽배송 기사가 주간 기사보다 월 150만 원가량을 더 받는 경우도 있다"며 "수입을 더 얻기 위해 야간배송을 선택한 기사들의 업무시간을 제한하면 다른 일자리를 찾는 사람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야간 근무를 제한하더라도 기사들이 소득을 유지하기 위해 남는 시간에 다른 일을 하면 전체 노동시간이 오히려 줄지 않을 수 있다"며 "시간대가 맞지 않으면 아예 배송업을 떠나는 사람들도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주·야간 교차근무가 현실적인 대안이 되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또 다른 배송업체 관계자는 "과거 주간과 야간 근무를 병행하던 기사들이 오히려 피로감을 더 호소해 주간이나 야간 중 일정한 시간대를 정해 일하게 해달라고 요청한 사례가 있었다"며 "현장에서는 한쪽 시간대를 정해 규칙적으로 일하는 것을 선호하는 기사들도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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