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칼럼] 채소·달걀 없는 새벽배송, 이용할까요?

이철 산업2부 차장
이철 산업2부 차장

(서울=뉴스1) 이철 기자

이건 사실상 대형마트가 새벽배송을 하면 안 된다는 주장입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가 대형마트 새벽배송과 관련해 신선식품 소량 판매 제한 등 소상공인 단체의 상생요구안을 보고 내놓은 평가다.

최근 정부는 대형마트의 새벽배송 허용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소상공인 단체들이 제안한 상생안을 대형마트들에 전달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상생안에서 소상공인 단체는 대형마트가 10년간 매년 100억 원 이상의 상생기금을 조성할 것을 요구했다.

또 전통시장·소상공인이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에서 도매가로 물품을 구매하도록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유통업계에서 특히 문제로 삼는 건 신선식품 소량 판매 제한 요구다. 소상공인 단체들은 대형마트가 새벽배송을 하더라도, 일정 금액 이하의 농·축·수산물 단일품목 판매는 못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 예로 1만 원을 제시했다.

대형마트를 가본 소비자들은 알고 있다. 현재 마트 판매 기준으로 채소, 달걀, 닭고기는 거의 1만 원 이하다. 과일도 수박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면 1만 원을 넘는 경우가 드물다. 조개류 등도 마찬가지다.

이 요구안 대로라면 대형마트는 새벽배송을 위해 대용량으로 상품을 구성해야 한다. 그러나 2000~3000원짜리 두부를 4~5모씩 묶어 판다면 이를 주문할 소비자가 얼마나 될까.

결국 이같은 방안이 그대로 적용되면, 대형마트 입장에서는 사실상 새벽배송을 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이번 상생요구안은 2013년부터 14년째 이어진 대형마트 규제의 의도와도 맞닿아있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대형마트는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을 할 수 없고, 공휴일에 월 2회 의무휴업을 해야 한다. 이는 대형마트의 영업을 일정 부분 제한하면, 구매가 시급한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이나 지역 상점을 방문할 것이라는 당시의 주장이 관철된 결과다.

이번 상생안은 판매 상품을 제한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선택을 다른 곳으로 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하면 의문이 든다. 새벽배송을 누가 이용할까. 보통 마트나 시장에 갈 시간이 없는 직장인, 주부가 다음 날 아침에 상품을 받으려고 이용하지 않을까.

이 소비자들이 대형마트의 새벽배송을 이용하지 못한다고 해서 과연 퇴근길에 시장에 들러 물건을 사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대부분은 쿠팡·컬리 등 다른 서비스를 이용해 미리 주문을 해놓지 않을까.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 행태 속에서 소상공인을 보호하는 것은 시대적 과제다. 그러나 이제 소비자들의 선택지는 과거처럼 양자택일이 아니다. 과거의 낡은 규제가 시장의 경쟁을 제한하는 것은 아닌지 정부와 국회의 검토가 필요한 시기가 됐다.

ir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