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과징금 취소해야…美기업 때리는 통쾌함보다 국익이 중요"

[뉴스1 초대석] 임종인 숭실대 AI위원회 위원장
"쿠팡 잘못했지만 정부 처벌 감정적…구글도 마찬가지, 국익 봐야"

임종인 숭실대 AI위원회 위원장(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명예교수)가 12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연구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 뉴스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대담=강은성 ICT과학부장 김민수 기자 =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구글 앱마켓 사건 등 미국 기업에 대한 국내 규제를 놓고 한미 간 통상 마찰이 커지는 가운데 '원칙'만 따져 기업 처벌에 집중하기보다 국익을 고려해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책임은 분명하지만 미국 기업에 대한 강한 제재가 미국의 통상 압박과 보복 조치로 돌아올 수 있는 만큼 규제에 따른 실익까지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심의 중인 구글 사건도 같은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임종인 숭실대 AI위원회 위원장(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명예교수)은 <뉴스1 초대석>에서 "쿠팡이 잘못한 것은 맞다"면서도 "정부의 처벌은 너무 감정적이었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쿠팡과 구글 같은 미국 기업을 세게 때리면 뭔가 통쾌한 느낌이 드는 모양인데 그런 감정적인 것은 아주 미시적인 것일 뿐"이라며 "그 기업을 세게 때려서 우리가 얻은 것이 무엇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미국과 통상 마찰을 일으키고 리스크만 키웠다"며 "미국 기업을 잠깐 때리고 얻는 것이 통쾌함뿐이라면 국익을 더 우선해야 한다. 국익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쿠팡에 대한 과징금 취소까지 주장했다.

그는 "국익의 관점에서 쿠팡에 대한 과징금은 취소돼야 한다고 본다"며 "어차피 법정에서도 취소될 것으로 본다. 구글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임 교수의 쿠팡 과징금 취소라는 과감한 주장은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이 '내부통제 실패'에 따른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그는 "쿠팡은 퇴사 직원의 ID를 허술하게 관리했고, 그 직원이 고객 정보를 저장해 둔 시스템에 접근해 이를 유출해 나간 것이 사건의 본질"이라면서 "내부 통제 실패라는 잘못의 본질을 놔두고 3300만 명이 넘는 정보를 유출했다는 '겉모양'을 부풀려 과도한 과징금을 부과했기 때문에 미국 정부에서도 계속 미국 기업 차별이라는 주장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롤드 로저스 한국 쿠팡 임시대표가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연방 의회 의사당에 위치한 레이번 빌딩 하원 법사위 회의장에 증언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2026.02.23. ⓒ 뉴스1 류정민 특파원
"같은 규제면 차별 아니다?"…美 판단 기준은 달라

임 교수의 발언은 최근 쿠팡과 구글 등 미국 기업에 대한 국내 규제가 한미 통상 현안으로 번지는 상황에서 나왔다.

미국 의회는 쿠팡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조사·제재와 이른바 '가짜뉴스 처벌법'으로 불리는 개정 정보통신망법 등을 잇달아 문제 삼고 있다. 지난달 미 하원 법사위원회는 보고서를 통해 쿠팡을 비롯한 미국 기업에 대한 한국 정부의 규제가 한미 무역합의에 위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정위가 심의 중인 구글 앱마켓 시장지배력 남용 사건도 변수다. 공정위는 구글이 게임사들과 체결한 'GVP'(Game Velocity Program) 계약을 통해 경쟁 앱마켓보다 구글플레이에 유리한 조건으로 게임을 출시하도록 유도해 경쟁을 제한했는지를 심의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미국 기업에 대한 조사와 제재가 기업 국적과 관계없이 국내법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차별적 규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임 교수는 한국과 미국이 '차별'을 판단하는 기준부터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국내외 기업에 같은 규제를 적용하니 차별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미국은 자국에 없는 규제 자체를 비합리적인 규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의 법률적 특성에서 기인한다. 미국은 법에서 금지하는 조항에 저촉되지만 않으면 광범위하게 허용하는 ' 네거티브 규제'(블랙리스트 방식)가 근간을 이루고 있지만, 한국은 법에서 허용한 행위만 인정하는 포지티브 규제(화이트리스트 방식)가 법률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따라서 개인 정보 유출과 같은 사고에 대해서도 기업이 이행해야 하는 다양한 의무 사항과 금지 조항을 법률에 촘촘하게 담아 놓았는데 이 같은 법 체계가 근본적으로 미국과는 다른 것이다.

실제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 반독점소위원회가 발표한 보고서는 한국 공정위의 시장지배력 남용 과징금 상위 10건 가운데 미국 기업이 7건을 차지했고 과징금 규모는 전체의 95.5%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해외의 디지털 규제나 세금이 미국 기업을 차별한다고 판단할 경우 무역법 301조 등 통상 수단을 동원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한다.

주권국가로서 자국의 법률이 있음에도 미국의 압력 때문에 미국 기업에 규제를 다르게 적용하는 것이 부당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 임 교수는 "그게 냉정한 국제 현실"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국익"이라고 강조했다.

"갈라파고스식 규제 안 돼…한국 몸집 달라졌다"

이에 임 교수는 국내 규제가 다른 나라의 기술·시장 환경과 지나치게 동떨어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유럽연합(EU)의 개인정보보호법인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보다 더 엄격하게 하고 있다"며 "갈라파고스적인 규제로 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AI 시대에는 국제 환경에 맞는 유연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한국의 경제·산업적 위상이 과거와 달라진 점도 언급했다.

그는 "한국의 몸집이 달라졌다"며 "미국과 선진국과의 접점이 많아질수록 더 큰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명예교수가 12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연구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하고 있다. 2026.8.17 ⓒ 뉴스1 구윤성 기자

☞임종인 숭실대 AI위원회 위원장

임종인 숭실대 AI위원회 위원장은 정보보호·사이버안보 전문가다. 고려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대수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6년 고려대 수학과 교수로 임용돼 이후 정보보호대학원 교수와 원장 등을 지냈으며 2022년 2월 정년퇴임했다. 2015년 대통령비서실 안보특별보좌관을 지냈고 2024년 대통령비서실 사이버특별보좌관을 맡았다. 현재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명예교수와 숭실대 AI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1956년 12월 2일 △고려대 수학과 △고려대 대학원 대수학 석·박사 △고려대 수학과·정보보호대학원 교수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장 △한국정보보호학회 회장 △한국디지털포렌식학회 회장 △대검찰청 디지털수사자문위원회 위원장 △대통령 직속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 △대통령비서실 안보특별보좌관 △금융보안원 금융보안 자문위원장 △대통령비서실 사이버특별보좌관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명예교수 △숭실대 AI위원회 위원장

대담=강은성ICT과학부장, 정리=김민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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