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취급 품목 4만개 육박…K팝 앨범부터 로봇까지 상품 확장

편의점이 아이돌 컴백 플랫폼…기존 상품 분류도 세분화
상품 수 늘려 방문 이유 다변화…'동네 플랫폼'으로 진화

편의점 GS25에 마련된 '앨범 특화존', GS25는 지난 6월 '보이넥스트도어'와 협업해 정규 1집 발매에 맞춰 편의점 채널 단독으로 앨범을 판매했다. 지난 7월에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연준의 솔로곡 'Ice Cream' 콘셉트를 적용한 아이스크림을 출시했다. (GS리테일 제공)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재고없음'

CU 모바일 앱에서 아이돌 앨범을 검색하자 현재 위치를 기준으로 반경 1㎞ 이내 점포의 재고 현황이 표시됐다. 인기 앨범은 이미 '재고 없음'으로 표시된 점포가 눈에 띄었고, 메인 화면에는 두산베어스 굿즈 판매 팝업도 등장했다. 편의점 앱이 더 이상 먹거리 구매를 위한 수단에 그치지 않고, 음반과 스포츠 굿즈 등 다양한 상품을 찾는 플랫폼으로 활용되고 있는 모습이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편의점은 식품과 생활필수품 중심의 근거리 유통채널에서 건강기능식품, 패션·뷰티, 음반, 로봇 등으로 상품 영역을 빠르게 넓히고 있다. 취급 품목 수(SKU) 자체가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기존 상품군도 세분화하면서 소비자가 편의점에서 접할 수 있는 상품의 범위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CU의 취급 품목 수는 2020년 2만9000여개에서 2026년 3만9000여개로 약 1만개 늘었다. GS25도 2017년 2만6600개에서 2021년 3만4800개로 약 31% 증가했으며, 현재도 3만개 대 품목을 운영하면서 매주 20~30개의 신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K팝 앨범부터 로봇까지…편의점이 새로운 구매처로

최근 편의점 상품 확대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분야는 기존 편의점에서 쉽게 찾아보기 어려웠던 비전통 상품이다.

GS25는 올해 가정의 달을 맞아 11종의 AI 로봇을 기획상품으로 선보였다. 매장 주문이나 앱 사전 예약 방식으로 판매했으며 총 60여개의 로봇 상품이 판매됐다. 가장 고가의 상품은 약 500만 원 상당의 4족 보행 로봇이었다.

K팝 음반도 편의점의 새로운 집객 상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국내 편의점 업계는 2023년부터 K팝 아티스트와 협업해 음반 판매를 본격화했다. GS25의 경우 최근 아이돌 앨범 매출에서 외국인 고객 비중이 70%를 넘어서는 등 K팝 상품이 외국인 관광객을 편의점으로 유입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이마트24도 지난 5월 보이그룹 싸이커스의 7번째 미니앨범 '루트 제로 : 디 오라' 사전 예약 판매를 진행했다. 소비자는 이마트24 앱에서 음반을 예약 구매한 뒤 원하는 점포에서 수령하거나, 매장에서 주문한 뒤 무료택배로 받아볼 수 있다.

세븐일레븐은 2024년 12월부터 NCT WISH, 세븐틴, 데이식스, 르세라핌 등 25개 이상의 K팝 아티스트와 협업해 음반·굿즈·팝업 이벤트를 운영하고 있다. 누적 음반 판매량은 10만개를 넘어섰다.

CU앱 주문용 애완로봇 솔드아웃된 모습(왼쪽). 아이돌 앨범도 앱에서 현 위치 기반 1km내 점포의 재고를 확인할 수 있다.(오른쪽) ('포켓CU' 앱 화면 갈무리)
건기식·뷰티·신선식품까지…촘촘해지는 상품 구색

비전통 상품을 새롭게 들여오는 동시에 기존 카테고리도 세분화하고 있다.

CU는 지난해 건강기능식품을 새롭게 선보이면서 기존 '건강식품' 중심의 카테고리를 '건강기능식품'과 '건강지향식품'으로 구분했다.

디저트와 주류에서도 상품 구색을 촘촘하게 나눴다. 디저트는 과거 젤리와 냉장디저트 정도에서 냉동·냉장·상온 디저트, 냉장젤리, 푸딩 등으로 세분화됐으며 케이크, 구움과자, 롤케이크, 크림빵, 쿠키, 파이류 등 형태별 상품도 다양해졌다. 주류에서는 하이볼 인기에 맞춰 별도 카테고리를 신설했다.

GS25는 편의점 장보기 수요를 겨냥해 신선식품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약 2000종의 농·축·수산 신선식품을 운영하며 GS더프레시와의 통합 구매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편의점 고객에 맞춘 소용량 상품을 강화했다.

건강기능식품도 주요 상품군으로 자리 잡았다. GS25는 지난해 8월부터 전국 5000여개 매장에서 비타민·유산균·오메가3 등 소용량 건기식을 판매하고 있다. 출시 초기 30여종이던 상품은 현재 40여종으로 확대됐으며 누적 판매량은 200만개를 넘어섰다.

세븐일레븐 역시 지난해 대웅제약과 협업해 14일분 건강기능식품을 3500원에 판매하는 '2주 건강습관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해외 이색 상품을 들여오는 글로벌 소싱도 편의점 상품 확대의 한 축이다. 세븐일레븐은 2023년 글로벌소싱팀을 신설한 이후 약 260종의 상품을 도입했으며 누적 판매량은 2000만개를 넘어섰다.

업계에서는 근거리 접근성과 소용량·가성비라는 기존 경쟁력에 상품 카테고리 확대를 더 해 편의점이 식품 중심의 유통채널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앱을 통한 예약·재고 확인과 점포 픽업이 가능해지면서 오프라인 점포와 온라인 플랫폼의 경계도 점차 허물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은 접근성이 좋고 빠르게 상품을 교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를 시험하기에 적합한 채널"이라며 "앞으로도 기존 유통채널에서 구매하던 상품을 편의점에서 접할 수 있게 하는 상품 확대 경쟁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youm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