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효과 없는 규제, 효과 있는 고용감소…대형마트 '규제의 역설'
전통시장 살리려 대형마트 규제…온라인 쇼핑만 웃었다
대형마트 고용감소 효과 뚜렷…홈플러스 '뇌관' 남아
- 이철 기자
(서울=뉴스1) 이철 기자 = 2013년 1월 1일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했다. 개정안의 골자는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것이다.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대형마트의 영업은 금지됐고, 일요일을 포함한 공휴일에 월 2회 의무휴업이 시행됐다.
여야의 명분은 명확했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보호다. 대형마트의 심야·공휴일 영업을 일정 부분 제한하면, 구매가 시급한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을 방문할 것이라는 논리였다.
그로부터 14년째를 맞이한 현재의 유통 시장은 당시의 기대와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전통시장은 커녕 대형마트조차 가지 않는 소비자가 늘었다. 1~2인 가구는 집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들어 상품을 주문하는 것이 대세가 됐다. 최근 각종 맛집을 찾아 전통시장을 방문하는 젊은 소비자들이 일부 늘었지만, 이는 상품 구매라는 근본적 소비 행태와 거리가 멀다.
민주연구원이 지난 4월 발표한 '유통시장 구조변동과 유통업 혁신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의무휴업 규제 도입 이후 전통시장·골목상권(전문소매점)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53.3%에서 2024년 36%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대형마트 비중은 9%에서 2024년 7.2%로 줄었다. 그러나 온라인 유통은 2012년 10.4%에서 2024년 26.7%로 점유율이 올랐다.
산업통상부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주요 유통업체 중 올해 상반기 대형마트 매출은 7.3% 감소했다. 대형마트가 차지하는 유통업체 전체 매출 비중 역시 전년 동기 10.3%에서 올해 상반기 8.5%로 1.8%포인트(p) 축소됐다.
반면 온라인 유통업체는 무섭게 성장했다. 상반기 온라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1% 증가했다. 전체 매출 대비 비중은 같은기간 50.0%에서 59.6%로 확대됐다.
해묵은 규제는 '일자리 축소'라는 청구서로 돌아왔다. 새벽배송, 주말배송이 대세가 됐지만 대형마트는 점포 영업시간 제한에 발이 묶였다. 결국 온라인 쇼핑에 손님을 빼앗긴 대형마트는 허리띠를 졸라맸다.
국민연금 가입 사업장 내역을 보면 2015년 말 기준 약 6만2800명에 이르렀던 대형마트 임직원 수는 지난해 말 약 4만9800명으로 줄었다.
만약 회생의 기로에 놓인 홈플러스가 청산된다면, 고용 타격은 더욱 커지게 된다. 홈플러스 노사 추산에 따르면, 회사 청산 시 직접 고용 인력을 포함해 간접고용과 입점 소상공인, 납품 협력업체 등 최대 10만 명에 가까운 직간접 고용 인력이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물결이 주류가 된 상황에서 대형마트든, 전통시장이든 각자 살길을 찾아야 생존할 수 있다.
지금의 규제는 한쪽에 일방적으로 기울어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규제 방향은 어떻게 될까. 규제를 풀어 경쟁을 촉발할 것인가, 아니면 현재의 규제를 그대로 유지할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온라인마저도 규제해 강도를 맞출 것인가. 칼자루를 쥔 국회에 시선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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