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주고 사겠다고 해도 안 판다"…日 오하요 설득한 세븐 MD의 비결
[유통人인터뷰] 코리아세븐 글로벌소싱팀 팀장 인터뷰
"글로벌 소싱의 경쟁력은 '신뢰'…당장 계약 없어도 관계 유지"
- 유민주 기자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돈을 주고 사겠다고 해도 안 파는 곳이 일본입니다."
겉으로는 '일본 인기 디저트를 국내에 들여왔다'는 결과만 보이지만, 그 뒤에는 1년 넘게 일본 제조사를 설득하고 수출 허가를 받고 물류망을 새로 만드는 과정이 숨어 있다. 뉴스1은 지난달 29일 서울 강동구 코리아세븐 본사에서 윤세영(43) 글로벌소싱팀 팀장을 만나 일본 제조사와 협상 과정과 글로벌 소싱 전략을 들어봤다.
세븐일레븐이 2024년 말 국내 최초로 직소싱한 '오하요 저지우유(저지종 소에게서 얻은 우유)푸딩'(이하 저지푸딩)은 출시 이후 누적 판매량 280만개를 넘어섰고, 지난달 22일부터 새롭게 선보인 '오하요 브륄레 밀크'도 출시 10일 만에 20만개가 판매됐다. 일본 프리미엄 디저트 4종의 누적 판매량은 최근 400만개를 돌파했다.
브륄레 밀크 도입 검토는 저지우유푸딩과 함께 시작됐다. 세븐일레븐은 저지푸딩 수입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브륄레 밀크도 함께 한국 출시를 요청했지만, 당시 오하요는 일본 내 수요만으로도 생산이 빠듯해 해외 수출이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이후 생산공장을 증설하면서 수출을 검토하기 시작했고, 세븐일레븐은 다시 수개월간 협상을 벌여 저지푸딩의 국내 출시를 우선 끌어냈다. 저지푸딩은 목장 우유병 디자인을 살린 귀여운 패키징 덕분에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높지만 1999년 일본에서 출시된 이후 단 한 번도 수출한 적이 없었다.
윤 팀장은 "브륄레 아이스크림도 오하요와 초기 미팅 과정에서 같이 요청을 했지만 생산 여력이 없어 어렵다는 답을 들었다"며 "대신 일본에서도 인기 상위권이었던 저지우유 푸딩부터 먼저 수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푸딩 역시 쉽지 않은 상품이었다. 제조 후 소비기한이 19일에 불과한 냉장 제품이어서 국내까지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는 물류 체계를 새로 구축해야 했다. 세븐일레븐은 일본 도쿄와 부산을 잇는 고속 페리선을 도입하고 통관 시간을 최대한 줄이는 방식으로 국내 판매 기간을 확보했다. 한국 소비자들에게 주어진 소비기한은 실제로 약 8일 정도밖에 안 된다.
윤 팀장이 가장 어려웠던 과정으로 꼽은 것은 물류보다 제조사를 설득하는 일이었다. 그는 "일본은 생산 여력이 생겨도 쉽게 수출하지 않는다"며 "푸딩을 1년 넘게 안정적으로 운영하면서 신뢰를 쌓았기 때문에 결국 브륄레 아이스크림도 가장 먼저 한국에 출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윤 팀장이 가장 놀랐던 부분은 일본 제조사들의 사업 방식이었다. 그는 "다른 국가는 우리가 물건을 사겠다고 하면 대부분 맞춰주려고 한다"며 "하지만 일본은 생산 일정과 품질 유지가 우선이라 수출 자체를 거절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제조사는 "한국으로 수출하면 일본을 찾는 관광객들이 현지에서 제품을 사지 않을 수 있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를 들어 수출을 거절하기도 했다. 일본 내 인기 아이스크림 가운데는 창업주의 방침으로 해외 수출을 전혀 하지 않는 브랜드도 있었다.
윤 팀장은 "당장 계약이 안 되더라도 계속 찾아가고 연락하며 관계를 유지한다"며 "일본은 결국 신뢰가 쌓여야 비즈니스가 시작되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상품을 확보했다고 바로 출시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저지우유푸딩은 소비기한이 짧아 냉장 물류망을 새롭게 구축해야 했고, 올해 출시한 브륄레 밀크는 계란 성분이 일정 기준 이상으로 포함돼 국내에서 축산물로 분류되는 만큼, 일본 공장 등록부터 양국 검역기관 절차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윤 팀장은 "국내 상품은 빠르면 2~3주 안에도 출시할 수 있지만 해외 직소싱은 기본적으로 두세 달, 검역 절차까지 추가되면 6개월 이상 걸리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가격 역시 고민거리였다. 저지우유푸딩은 유제품으로 분류돼 36%의 관세가 적용되면서 해상운송비와 국내 물류비까지 더하면 일본 판매가의 두 배 이상 가격이 형성될 수 있었다.
반면 브륄레 밀크는 아이스크림으로 분류돼 8%의 관세가 적용돼 국내 판매가는 일본 판매가의 약 1.7~1.8배 수준으로 책정됐다. 윤 팀장은 "물류비와 관세 구조를 제조사와 공유하며 가격을 여러 차례 조율해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맞췄다"고 말했다.
윤 팀장이 몸담은 글로벌소싱팀은 2023년 출범했다. 같은 해 말부터 글로벌소싱팀에서 일본 도쿄에 위치한 오하요 본사를 3차례 방문하고, 주 1회 화상회의를 진행하는 등 오하요사측에서 요구하는 높은 품질 관리 기준을 맞췄다.
글로벌소싱팀은 현재 5명의 팀원이 일본을 비롯해 대만·태국·미국 등에서 연간 100개가 넘는 상품을 검토한다.
하지만 화제가 된 상품이라고 무조건 들여오는 것은 아니다. 윤 팀장은 "해외 상품은 하나를 들여오는 데만 반년 가까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며 "한국에서 두 달 유행하고 끝날 제품보다 현지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은 스테디셀러를 우선적으로 찾는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가격이 저렴한 상품보다 현지에서 품질을 인정받은 프리미엄 상품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편의점에서도 가격보다 맛과 품질을 우선하는 수요가 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세븐일레븐은 현재도 오하요와 추가 상품 출시를 협의하는 한편 일본뿐 아니라 대만과 태국 등 해외 인기 브랜드 발굴도 확대하고 있다.
윤 팀장은 "글로벌 소싱은 단순히 해외 제품을 사 오는 일이 아니라 제 제조사를 설득하고 신뢰를 쌓는 과정"이라며 "세븐일레븐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세계 각국에서 검증된 먹거리를 가장 먼저 국내 소비자들에게 소개하는 플랫폼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youm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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