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료는 누가 정하나…다시 불붙는 '도급제 최저임금' 논의

올해도 '도급제 최저임금' 무산…첫 환산 산식 노동계 제안하기도
"적정 보수 보장해야 산업재해 예방" vs "산업 경쟁력 같이 고려해야"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양대노총 조합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최저임금 차별금지법 국회 선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6.3 ⓒ 뉴스1 김민지 기자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음식배달 플랫폼 노동자의 임금은 누가, 어떤 기준으로 정해야 할까. 호주가 이달 10일부터 음식배달 플랫폼 노동자의 적정보수와 노동조건을 법으로 보장하는 제도를 최초로 시행하면서 국내에서도 플랫폼 노동자의 보수체계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배달라이더와 택배기사 등 플랫폼 노동자는 대부분 건당 수수료를 받는 도급계약 형태여서 현행 최저임금제도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이에 따라 '최저임금'이 아닌 '적정보수'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가 새로운 노동정책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호주, 배달노동자 '최저기준명령' 시행…국내도 논의 재점화될까

6일 업계에 따르면 호주는 이달 10일부터 음식배달 플랫폼 종사자를 대상으로 적정보수와 계약조건 등을 보장하는 '최저기준명령'(Minimum Standards Order) 제도를 시행한다.

플랫폼 기업이 일방적으로 보수를 낮추거나 불공정 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도록 최소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노동계는 이를 플랫폼 노동자에게 적용되는 일종의 '최저 보수제'로 평가하며 국내에서도 관련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배달라이더와 택배기사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와 플랫폼 노동자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아 최저임금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대부분 건당 수수료를 받는 만큼 시간급을 전제로 하는 현행 최저임금 체계와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올해 최저임금위원회에서도 처음 공식 의제로 다뤄졌다. 최저임금위는 올해 심의요청서에 '도급제 또는 이와 유사한 형태의 임금근로자에 대한 별도 최저임금 설정 여부'를 처음 포함했지만 노사 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제도 도입은 무산됐다

다만 논의의 출발점은 마련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민주노총은 유류비와 차량 유지비, 사회보험료 등 업무 수행에 필요한 비용을 제외한 순수익이 법정 최저임금 이상이 되도록 하는 '도급노동자 최저임금 산식'을 제안했다. 실제 배달이나 운송시간뿐 아니라 주문 대기와 이동시간, 업무 준비시간까지 노동시간에 포함하는 방식이다.

민주노총은 이 산식을 적용할 경우 택배·배송 노동자는 시간당 1만7468원, 퀵서비스는 1만4245원, 대리운전은 1만6702원 등을 받아야 한다고 추산했다. 법적 효력이 있는 기준은 아니지만 플랫폼 노동자의 적정보수를 산정하기 위한 참고 모델이라는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열린 2027년도 최저임금위원회 4차 전원회의에 근로자위원들이 플랫폼 특수고용 노동자 적정임금 논의 등을 시작하고 있다. 2026.6.9 ⓒ 뉴스1 김기남 기자
"안전 위한 최소 보수" vs "시장 위축"

향후 쟁점은 플랫폼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할 것인지보다 '적정보수'를 어떤 방식으로 제도화할 것인지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는 화물차 안전운임제와 마찬가지로 적정 수준의 보수를 보장해야 과속과 장시간 노동을 줄여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플랫폼 노동이 확대된 만큼 기존 근로자 중심 임금체계만으로는 노동자를 보호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반면 플랫폼업계는 법정 보수 기준이 도입될 경우 배달료와 중개수수료 인상으로 이어져 소비자 부담이 커지고 플랫폼 산업의 성장도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라이더 상당수가 여러 플랫폼을 오가는 프리랜서 형태인 만큼 획일적인 보수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다수의 배달노동자가 복수의 플랫폼에서 일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성급한 제도화는 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노동자의 소득 안정과 산업 경쟁력을 함께 고려하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역시 플랫폼 노동이 빠르게 확대되는 현실을 고려해 해외 사례를 지속적으로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적정보수 제도 도입 여부와 구체적인 방식은 아직 검토 초기 단계로,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youm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