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홈플러스는 빙산의 일각…식품도 온라인에 뺏기는 대형마트

유통업체 매출서 마트 비중 5년 새 반토막…9분기 연속 마이너스
앵커 테넌트·농산물 가격 버퍼 역할 대형마트…규제 개혁 시급

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매장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 뉴스1

(서울=뉴스1) 이형진 기자

"시장 자체가 좋지 않은데, 누가 쉽사리 인수에 나설 수 있겠나"

생사에 기로에 서 있는 홈플러스 회생 가능성에 업계는 부정적인 반응이다. 관건은 M&A 성공 여부지만 홈플러스 사태가 대형마트 산업 전체의 위기를 보여주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산업통상부의 올해 상반기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유통업체 전체 매출에서 대형마트의 비중은 8.5%를 차지했다. 2021년 16.3%와 비교하면 5년 만에 반토막 수준이다. 분기 기준으로 보면 대형마트의 매출은 올해 2분기까지 9분기 연속 '마이너스' 행진 중이다.

대형마트의 매출은 70% 가량 '식품' 부문에서 나오는데 이마저도 e커머스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지난 6월 대형마트 식품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12.8% 급감했는데 반면 온라인 유통의 식품 매출은 11.2% 급증했다. 홈플러스의 임시 휴업의 수요가 경쟁 마트로 옮겨간 것이 아니라 e커머스로 흡수된 모습이다.

대형마트, 유동인구·일자리 창출하는 '앵커 테넌트'…농수산물 가격의 버퍼 역할도

물론 소비자 입장에서 저렴하게 집 앞까지 배송해 주는 e커머스가 편리하게 작용한다. 그러나 대형마트는 단순한 쇼핑 공간만 의미하지 않는다.

최근 대형마트는 동네의 랜드마크이자 유동 인구를 빨아들이는 '앵커 테넌트' 역할을 한다. 전국에 위치한 각 점포들이 비수도권 지역에서도 대규모 고용도 창출한다. 홈플러스가 전 점포 운영을 중단하자 입점 업체들과 직원들, 협력사까지 곤란을 겪은 이유다.

농수산물 가격의 버퍼 역할도 담당한다. 기후 위기 등의 수급 불안에도 선제적으로 직매입하거나 계약재배 등으로 가격 안정성을 유지한다. 지역 농가 입장에서도 e커머스 외에도 오프라인 대형마트라는 또 다른 '대안 판로'가 있어야 제값을 요구할 수 있는 협상력이 생긴다.

서울 소재 한 마트에서 한 소비자가 장을 보고 있다. ⓒ 뉴스1
영업시간 제한·의무휴업·출점 제한 규제…하반기 국회 규제개혁 기대

업계에서는 대형마트 위기의 원인으로 규제를 꼽는다. 영업시간 제한, 의무휴업에 출점 제한까지 이르는 규제는 대형마트 산업을 대표 규제산업인 담배·주류 산업과 비견하기도 한다.

다만 기대되는 것은 국회가 원 구성 협의를 마치고, 지난달 2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하반기가 막을 올렸다는 점이다. 특히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발의했던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이 상임위원장 자리에 오른 점을 업계에서는 고무적으로 보고 있다.

홈플러스 사태는 벼랑 끝에 선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보내는 구조 신호일지 모른다. 망양보뢰의 우를 범하지 않으려면 시급히 규제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hji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