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수입량 4년 만에 반등했지만…고환율에 수입사 '시름'

코로나19 이후 감소하던 와인 수입량…지난해 '가성비' 인기에 반등
달러·유로 이어 신흥국 환율도 고공행진…재고 줄이고 비용 축소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막을 올린 '2025 서울국제주류&와인박람회'에서 방문객들이 와인을 시음하고 있다. 2025.6.26 ⓒ 뉴스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황두현 기자 = 코로나19 이후 침체한 국내 와인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1500원대 고환율이 이어지면서 수입사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물량을 전액 해외 수입에 의존하는 와인 산업의 특성상 환율은 원가 부담으로 직결된다.

수입량 4년 만에 반등…고가 와인 뜨고 '가성비' 인기

9일 한국 주류시장 통계 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와인 수입 물량은 48만7557.9 hl(헥토리터)로 전년 대비 5.27%(2만 4406hl) 성장했다. 2021년 71만 385 hl을 기록한 이후 꾸준히 감소한 와인 수입량이 반등한 건 4년 만이다.

수입량이 늘어난 것은 가성비 와인이 인기를 끌면서다. 지난해 와인 수입량은 늘었지만, 수입액은 오히려 전년보다 7.48% 줄었다. 고가 와인 소비가 위축되고 중저가 와인 중심으로 수요가 옮겨간 셈이다.

여기에 1500원대를 유지하는 환율이 와인 수입사에 부담이 되고 있다. 고가 와인 소비가 줄어드는 가운데 높아진 환율로 원가 부담이 누적되고 있어서다.

와인 수입 대금은 대부분 현지 화폐로 즉시 결제해야 하는데 주요 와인 수입국인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미국 등의 유로·달러 가치가 급격히 올랐다. 원·달러와 원·유로 환율은 1년 전보다 각각 7.4%, 9.9%가량 상승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시기 와인 시장이 좋았는데 당시 환율은 1100원 수준"이라며 "1500원이 넘어가면서 수입사들이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 와인코너에 포도주가 진열돼 있다. 2025.12.23 ⓒ 뉴스1 박지혜 기자
유로·달러에 신흥국 환율까지 고공행진…재고 부담에 비용 절감

수입사들은 상대적으로 환율이 낮은 신흥 시장으로 눈을 돌렸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원화 약세로 이들 국가의 화폐 가치도 함께 오르면서 부담이 가중되고 있어서다.

소비뇽 블랑을 앞세워 화이트와인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뉴질랜드 환율도 1년 새 9% 넘게 올랐다가 최근 소폭 하락했다.

재고 부담도 커지고 있다. 현지 화폐로 수입 대금을 결제한 물량은 판매 전까지 고스란히 재고로 남기 때문에 소비 위축은 곧 재고 리스크로 이어진다. 한 수입사 관계자는 "예전에는 한 번에 수백 박스씩 들여왔지만, 최근에는 수십 개만 받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신세계L&B, 아영FBC, 금양인터내셔널, 나라셀라 등 주요 와인 수입사는 지난해 소폭이나마 실적을 회복했지만, 올해는 환율 부담이 가중되면서 실적을 장담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신세계L&B는 올해 4월 공시한 감사보고서에서 달러와 유로가 10%씩 오르면 각각 5억 원, 8억 원대 손실이 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환율뿐만 아니라 유리병, 코르크 마개, 라벨 등 원자재 가격도 다 올라서 (현지에서) 가격 인상 요청을 많이 받고 있다"며 "소비자들에게 와인잔, 나이프 등 다양한 판촉물을 제공하던 것도 줄이면서 비용 부담을 덜고 있다"고 말했다.

ausu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