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사가 판매 중단하래요"…비상 걸린 홈플러스 입점업체들 [르포]

홈플러스 회생절차 폐지 결정에 사전조치…정산 대금 압류 우려
"어디서 장을 보나" 주민들도 불평…파산 코앞에 둔 홈플러스

법원이 3일 홈플러스가 제출한 회생계획안의 수행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3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지 1년 4개월 만이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홈플러스. 2026.7.3 ⓒ 뉴스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본사에서 판매 중지 지침 내려왔어요. 현금 결제만 받으래요"

법원이 홈플러스 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내렸다는 소식에 입점업체들이 다급히 판매를 중지하거나 카드 결제 중단에 나섰다. 홈플러스가 파산하면 정산 대금을 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사전 조치를 취하는 모습이다.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강서점 매장에서 16년간 의류 매장을 운영했다는 40대 중반 김 모 씨는 3일 뉴스1과 만나 "아까 법원 결정 나온 이후로 (브랜드 본사에서) 현금 결제 외에는 판매하지 말라고 한다"며 "대금이 압류될 가능성 때문에 그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씨는 "홈플러스가 문 닫게 되면, 전국에 입점한 약 70~80명의 우리 브랜드 점주들이 그냥 실직자가 되는 것"이라며 "본사도 이미 수십억 원 대금이 밀린 상황인데 갑자기 그 많은 사람을 어떻게 모두 전환하겠나. 다른 생업을 찾아야 하나 걱정이 된다"고 덧붙였다.

강서점에 입점한 리빙 브랜드 매장에서 3년간 일했다는 60대 중반 직원은 "본사에서 홈플러스 포스(POS)기 거치지 말고 따로 지급한 단말기를 사용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며 "대금 지급이 안 돼서 저도 지난달 월급을 못 받았다"고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강서점 매장에 있는 입점업체 점주들은 삼삼오오 모여 상황을 공유하는 등 동요하고 있었다. "본사에서 뭐래요?" "우리도 지금 일단 팔지 말라는데…"라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홈플러스 매장이 언제 문을 닫을지를 가늠하며 불투명한 미래를 근심하는 점주들 사이에서는 뒤숭숭한 분위기가 흘렀다.

홈플러스 강서점 매장 내부 ⓒ 뉴스1 박혜연 기자

매장을 방문한 고객들도 장 볼 곳이 없어진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인근 홈플러스 고양점이 폐점한 뒤 남은 강서점은 주변 일대에 거의 유일하게 남은 대형마트다. 올리브영과 다이소를 비롯해 F&B 유명 프랜차이즈와 의류 브랜드, 가전업체가 입점해 있을 만큼 규모가 큰 매장이다.

인근에서 30년 넘게 거주했다는 70대 여성은 "여기 물건이 없어서 트레이더스 마곡점까지 가는데 너무 불편하다"며 "왜 정부에서는 홈플러스를 살려주지 않는 것이냐"고 말했다.

경쟁력이 없으면 문을 닫는 것이 순리라는 냉정한 평가도 나왔다. 인근에서 근무한다는 30대 직장인 문 모 씨는 "10년 전만 해도 가격이 저렴하니 일부러 홈플러스를 찾아 장을 보기도 했었는데 요즘 배달도 잘 돼 있고 다른 대형마트도 다 돌아가며 할인 행사를 하니까 (홈플러스에 올 메리트가 없다"며 "기업 하나 없어지면 또 하나 생기지 않을까"라고 했다.

법원이 3일 홈플러스가 제출한 회생계획안의 수행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3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지 1년 4개월 만이다. 사진은 이날 서울 시내 홈플러스. 2026.7.3 ⓒ 뉴스1 안은나 기자

앞서 서울회생법원 4부(재판장 정준영 법원장)는 이날 홈플러스 회생계획안에 대해 수행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고 회생절차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14일간 즉시항고 기간이 남아 있어 그 안에 2000억 원 규모 자금 조달 문제가 해소될 경우 회생절차 폐지 결정이 취소될 수 있다.

하지만 즉시항고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회생절차 폐지 결정이 확정되면 법원은 홈플러스에 파산 선고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가 청산 절차에 돌입할 경우 9000여 명에 이르는 홈플러스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고 전국 67개 점포가 문을 닫을 것으로 예상된다.

홈플러스 입점업체와 협력사들도 연쇄 유동성 위기에 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홈플러스 납품 중소 협력사들의 미정산금은 평균 7억 7400만 원에 달한다. 5억 원 이상 받지 못했다는 기업도 전체의 41%를 차지했다.

hy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