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예산시장 잃어버린 1년…다시 뛰는 백종원

소멸위험지역 시장 한해 400만명 찾는 명소로…'백종원 논란'에 휘청
군청 공무원·더본코리아·상인 시달려…억측 삼가고 회복 불씨 살려야

충남 예산상설시장 입구. ⓒ 뉴스1 황두현 기자

(서울=뉴스1) 황두현 기자 = 충남 예산군은 3명 중 1명꼴로 65세를 넘긴 초고령사회로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된다. 인구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평균(22만명)에 절반도 못 미치는 8만여명이며, 2024년 태어난 신생아는 297명에 불과하다. 고령화된 소규모 지자체의 전형이다.

그런데 26일 찾은 예산상설시장의 모습은 예상과 달랐다. 상점에는 고령의 상인 못지않게 청년 사장님들이 많았고, 방문객들도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인 20대 대학생과 유모차를 끈 30대로 다양했다.

다양한 메뉴와 파격적인 가격이 흥행을 이끌었다. 약 2000평 시장 내에 삼겹살·불고기·제과·전통주·라면 등 70여개 음식점과 기념품 매장 등이 빽빽이 들어섰다. 가격도 석쇠불고기 8000원, 삼겹살 5900원, 파기름 비빔국수 3500원으로 '가성비'가 훌륭했다.

고물가 시대에 어떻게 가능했을까. 백종원 더본코리아(475560) 대표의 '개인기'에서 비롯됐다. 기존 상인과 창업자에게는 설비와 메뉴 컨설팅을 지원해 주고, 건물을 매입해 저가 임대료를 책정했다. 해당 매장의 월평균 임대료는 30만 원에도 못 미친다.

자체 경쟁력에 더해 '백종원 표' 시장이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2024년에는 한 해 400만명이 방문하는 명소가 됐다. 올해까지 누적 관광객은 1000만명에 이른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2024.11.6 ⓒ 뉴스1 김성진 기자

시련도 있었다. 백 대표가 원산지 표시 위반, 허위광고 의혹 등 논란에 휩싸이면서 지난해 방문객은 130만 명으로 곤두박질쳤다. 그가 표적이 되자 유튜브 등을 통해 각종 의혹에 제기됐고. 60여건이 넘는 의혹이 고소·고발됐다.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의 몫이었다. 방문객 급감으로 상점 매출이 추락했고, 상인과 군청 공무원 100여명이 수사기관에 불려 갔다. 대부분 사건의 무혐의로 끝났지만, 지자체 관계자들은 1년 내내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했다.

최재구 예산군수는 "한때는 시장에 유튜버만 100명씩 왔다 갔다"며 "5일에 한 번만 열리는 오일장에서 가스통을 설치해 호떡을 만든다고 고발한 사례처럼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더본코리아가 지역 개발을 위해 설립한 외식산업개발원 인재도 상당 부분 빠져나갔다고 한다. '지역 부흥'의 꿈을 안고 지역에 온 직원도 이때 현장을 떠났다. 성장하던 시장이 억측으로 1년을 통째로 잃은 것이다.

백 대표와 예산을 향해 제기된 논란이 대부분 무혐의 처리된 최근 예산시장은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지역민들은 "그때가 좋았다", "백종원 좀 다시 불러봐라."고 말하고, 예산시장 방문객은 올해 들어 다섯 달 만에 140만명을 넘겼다.

소뿔을 바로잡으려다 소를 죽인다고 했다. 흠결을 따지겠다며 쏟아낸 무수한 억측이 모처럼 되살아난 불씨까지 꺼뜨릴 뻔했다. 그간 제기된 비판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무엇을 남겼는지 돌이켜볼 때다. 예산시장은 소멸을 눈앞에 둔 지역에 다시 오지 않을 기회일지도 모른다.

ausu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