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만 오던 곳에 유모차가"…백종원표 예산시장의 '화려한 부활'[르포]

"백종원이 상권 살렸다"…50년 토박이 상인·20대 아이돌 창업자 한목소리
하루 10명 방문하던 시장, 연간 400만명 명소로…지난해 논란에도 회복세

충남 예산시장 내 건어물점 대흥상회를 운영하는 김지준 씨(75)가 인터뷰 도중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 뉴스1 황두현 기자

(서울=뉴스1) 황두현 기자

"장사를 그만해도 영원히 감사할 거예요. 백종원 대표가 경제를 살리고 상권을 살려주셨다는 게 너무 고마워요."

이달 26일 오후 충청남도 예산상설시장(예산시장) 입구에 자리한 건어물점 대흥상회를 50년 넘게 운영한 김지준 씨(75)는 쥐포를 굽던 손을 멈추고 이처럼 말했다.

24세부터 시장을 지켜온 그는 "재래시장이 죽어가면서 노인네들만 왔고, 아기 울음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며 "그런데 지금은 유모차가 많이 보이고 발 디딜 틈 없을 만큼 사람이 몰린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충남 예산상설시장 외부 전경. 지역개발 사업을 통해 낡은 건물을 개보수하고 폴딩도어를 설치해 현대적인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 뉴스1 황두현 기자
110년 재래시장, 고령화 여파에 방문객 '뚝'…상생 프로젝트로 부활

예산시장은 1926년부터 110년가량 운영된 충남의 대표 재래시장이다. 고령화 여파로 하루 방문객이 10여 명에 불과할 만큼 쇠락했었지만 2018년 백종원 더본코리아(475560) 대표(기업)와 예산군(지자체), 상인(민간)이 손잡고 '구도심 지역상생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반전을 맞았다.

더본코리아는 옛 시설물을 재활용하면서 필요한 부분만 현대화하는 레트로·로컬 콘셉트로 시장을 개보수했다. 그 결과 올해 5월 기준 누적 방문객은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인구 7만 8000여 명의 작은 군에 세워진 '핫플'이지만 위기도 있었다. 지난해 백 대표를 둘러싼 잡음이 이어지면서 2024년 400만 명에 달하던 방문객은 130만 명으로 급감했다.

모친과 가판에서 꽈배기를 팔다 매장에 입점한 이신복명물꽈배기의 이신복 씨(47)도 "매장 손님이 많이 줄었다"고 당시를 떠올리며 "준비 기간만 6~7년 걸린 걸 지켜봤는데 열심히 한 것에 비해 안 좋은 점만 부각되니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파고를 겪었지만, 시장은 다시 살아나고 있다. 올해 5월까지 방문객은 벌써 140만 명을 넘어섰다. 한 차례 외부 충격에도 결국 다시 올라가는 회복력을 보여준 셈이다.

충남 예산시장 내에서 이신복명물꽈배기를 운영하는 이신복 씨(47)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 뉴스1 황두현 기자
아이돌 출신·재도약 창업자에 '기회의 장'…"다른 청년 돕고 싶다"

예산시장은 새출발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기회의 장이 되고 있다. 청년들이 예산에 정착해 창업할 수 있도록 보증금과 인테리어, 메뉴 개발, 교육비 등을 지원하는 더본코리아의 창업 모델 지원 덕분이다.

신광정육점을 운영하는 김국헌 씨(27)는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101'에 출연한 아이돌 출신 창업자다.

김 씨는 "15살 때부터 꿈을 좇아 10년 넘게 일했지만 돈 한 푼 벌어본 적이 없었다"며 "대표님 덕분에 자리 잡았는데 실망시켜 드리는 일 없이 정직하게 장사하고, 나중엔 저 같은 청년들을 돕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서울 출신으로 조리학과를 졸업한 뒤 선봉국수를 차린 이민선 씨(26)도 초기 자본 없이 2023년 창업에 성공했다.

그는 "기물도 더본코리아에서 지원해 감가상각으로 사용료처럼 내고 있다"며 "월세는 정말 저렴하고 말도 안 되는 가격"이라고 말했다. 수익도 안정적이다. 그는 "주변 요식업 하는 친구들과 비교해도 운영이 꽤 괜찮은 편"이라고 웃었다.

예산시장은 청년의 재도약을 받쳐주는 버팀목이기도 하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출연했던 골목양조장 박유덕 씨(37)는 2020년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폐업 위기에 몰렸다.

박 씨는 "개점 직후라 아주 힘들었다"면서도 "그때 프리미엄 막걸리가 유통점에 한 번에 깔리면서 기사회생했다"고 회상했다. 현재 이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에 입점했고, 다음 달엔 예산에서 재배한 고구마로 빚은 증류주 출시도 앞두고 있다.

충남 예산시장 내 취식공간인 장터광장 전경. 점심 시간을 지난 평일 오후 2시에도 방문객들이 붐볐다. ⓒ 뉴스1 황두현 기자
더본코리아, 인테리어·설비·임대료 저가 지원…전국 각지로 확산

상인들이 입을 모으는 건 더본코리아의 뚝심 있는 지원이다. 박 씨는 "처음 예산에 올 때 백 대표가 '실패해도 자기가 책임질 테니 한번 해보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인테리어와 설비는 더본코리아에서 지원해 줬다"며 "환산은 안 해봤지만 수천만 원어치이며 임대료도 30만 원 안짝"이라고 귀띔했다.

상권이 부활하면서 시장은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도약했다. 경기 수원에서 친구 5명과 예산 여행을 온 이승준 씨(29)는 "백종원 씨 덕분에 예산시장은 알고 있었는데 이제야 와봤다"며 "볼거리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지역 막걸리 여러 병을 양손 가득 사 들었다.

더본코리아는 이 같은 '예산형 전통시장' 모델을 전국 각지로 확산시킨다는 구상이다. 경기도 여주와 손잡고 추진하는 낡은 공장 부지 현대화를 통해 관광객을 끌어들이려는 경기실크 부지 활용 지역 활성화 사업이 대표적이다.

백 대표는 "오래된 공간을 살리면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며 "지역 사람에게는 식상할 수 있지만 외부인에게는 신기한 공간이며 외국인까지 모을 수 있다"며 지역 활성화 사업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ausu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