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빅뷰티, '성공 공식' 아냐…'K-인디 브랜드' 매각 공식 변화

닥터자르트·AHC·3CE, 글로벌 기업 인수 후 성장세 둔화
코스알엑스·어뮤즈 등 국내 기업 편입 브랜드는 외형 확대

2026코리아 뷰티 페스티벌. 2026.6.25 ⓒ 뉴스1 이광호 기자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K-뷰티 인디 브랜드의 매각 이후 성장 공식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글로벌 빅뷰티에 팔리는 것이 성공의 상징처럼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국내 화장품 기업이 인디 브랜드를 인수해 키우는 사례가 늘고 있다.

뷰티업계에서는 K-뷰티 인디 브랜드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이 글로벌 유통망의 크기에서 브랜드 속도와 채널 운영력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K-뷰티 인디 브랜드의 대표적인 매각 사례는 글로벌 기업 편입이었지만 최근에는 새로운 형태의 성장 파트너들이 들어서고 있다.

이를테면 닥터자르트(Dr.Jart+), AHC, 3CE는 각각 에스티로더, 유니레버, 로레알에 인수되며 K-뷰티 브랜드의 성공적인 매각 사례로 꼽혔다. 글로벌 기업의 자본력과 해외 유통망을 통해 대형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인수 이후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닥터자르트를 운영하는 해브앤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해브앤비의 2025회계연도(2024년 7월~2025년 6월) 매출은 1788억 원으로 전년 동기 2329억 원보다 23%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144억 원에서 232억 원으로 확대됐다. 2019년 매출 6346억 원, 영업이익 1214억 원을 기록했던 해브앤비는 에스티로더 인수 이후 외형과 수익성이 모두 후퇴한 셈이다.

에스티로더도 2024회계연도에 닥터자르트 관련 영업권 및 기타 무형자산 손상차손 4억7100만 달러(약 7300억 원)를 반영했다. 이 같은 대규모 손상차손을 인식한 점도 인수 이후 가치 하락을 보여주는 사례로 거론된다.

AHC를 운영하는 카버코리아도 인수 이후 실적이 하락했다. 카버코리아는 2017년 유니레버에 약 3조 원 규모로 인수됐다. 인수 직전인 2016년 매출 4295억 원, 영업이익 1804억 원을 기록했지만 2020년 매출은 4644억 원, 영업이익은 864억 원으로 줄었다. 2025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320억 원, 352억 원 수준이다.

3CE를 보유한 스타일난다 역시 2019년 매출 2695억 원, 영업이익 618억 원을 기록한 뒤 2023년 매출 2249억 원, 영업이익 396억 원에 그쳤다.

2026코리아 뷰티 페스티벌. 2026.6.25 ⓒ 뉴스1 이광호 기자
국내 기업, 인디 브랜드 새 성장 파트너로

반면 국내 기업이 품은 K-뷰티 인디 브랜드는 외형을 키우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대표 사례는 아모레퍼시픽(090430)의 코스알엑스(COSRX)다. 아모레퍼시픽은 2021년 코스알엑스 지분 일부를 인수한 뒤 2024년 자회사로 편입했다. 코스알엑스 매출은 2020년 803억원에서 2024년 5833억원으로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1700억원대까지 커진 것으로 추정된다.

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이 인수한 어뮤즈도 초기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24년 어뮤즈를 인수하며 색조 화장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했다. 어뮤즈는 2024년 매출 367억 원 수준에서 2025년 상반기에만 매출 322억 원, 별도 영업이익 30억 원을 기록했다.

애경산업(018250)의 원씽 인수도 같은 흐름이다. 원씽은 단일 성분 중심의 스킨케어 브랜드로, 온라인과 해외 채널에서 인지도를 쌓아왔다. 애경산업은 원씽 인수를 통해 스킨케어 포트폴리오를 보강하고 글로벌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는 구상이다. 다만 원씽은 인수 후 기간이 짧아 단독 실적을 평가하기는 이르다.

뷰티 업계는 K-인디 브랜드의 매각 이후 성패가 인수자의 규모보다 운영 방식에 달려 있다고 본다. 과거에는 글로벌 기업의 유통망과 자본력이 핵심 경쟁력으로 꼽혔지만 최근 K-뷰티 브랜드는 빠른 트렌드를 보이는 온라인 채널에서 급격하게 성장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 채널에서는 빠른 제품 출시, 팬덤 관리, 성분·효능 중심의 커뮤니케이션, 디지털 마케팅 역량이 중요한 의제로 꼽힌다. 글로벌 대기업 조직에 편입될 경우 의사결정 속도가 느려지고 브랜드 고유의 감도가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반면 국내 기업들은 K-뷰티 성장 채널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인디 브랜드의 독립성과 속도를 유지하면서 확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K-인디 브랜드는 대형 유통망보다 트렌드 대응 속도와 팬덤 유지가 중요한 경우가 많다"며 "인수 이후에도 브랜드 정체성과 의사결정 속도를 얼마나 유지하느냐가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somangcho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