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人터뷰]"두 가지 조리법, 처음엔 걱정했죠"…'대박' 난 진밀면 비결은
오뚜기 마케팅실 이재혁 팀장·백성현 과장 인터뷰…진밀면 기획 주도
비빔+온육수·냉밀면 두 가지 조리법 적중…여름 내 1000만봉 정조준
- 황두현 기자
(서울=뉴스1) 황두현 기자
"처음에는 솔직히 걱정이 앞섰어요. 비빔면을 두 가지 방식으로 먹는 제품이 시장에 없었으니까요. 걱정이면서도 기대감을 갖게 하는 부분이었어요"
백성현 오뚜기(007310) 마케팅실 과장은 23일 뉴스1과 인터뷰에서 올해 여름 면 시장의 다크호스가 된 '진밀면'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걱정은 기우였다. 진밀면은 출시 석 달여 만에 700만개에 육박하는 판매량을 기록하며 히트작 반열에 올랐다.
진밀면의 출발은 차별화에 대한 고민이었다. 인터뷰에 나선 이재혁 오뚜기 마케팅실 팀장은 "여름면 제품이 다양해 맛만으로 차별화가 어려웠다"며 "소비자들이 미식 여행을 즐기고 향토 음식에 강한 관심을 갖는다는 점에 착안해 특정 지역에서 상품화할 수 있는 면 요리를 찾았다"고 설명했다.
전국의 수많은 음식을 검토한 끝에 선택한 재료는 부산 밀면이었다. 국내 대표 관광지인 부산의 인기 메뉴를 다른 지역에서도 간편하게 즐기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게 두 사람의 판단이었다.
이 팀장은 "수도권에는 밀면 전문점이 많지 않아 부산에 가야만 맛볼 수 있는 음식인 만큼 집에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소비자에게 드리는 미식 여행의 하나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밀면은 '경상도 냉면'이라고 불릴 만큼 영남 지역에서는 익숙한 음식이다. 하지만 강한 탄력이 특징인 냉면과 달리 부드럽고 쫄깃한 면과, 시원하고 진한 육수의 감칠맛과 청량감을 살리기 어려워 인스턴트 라면 형태로 구현된 제품은 극소수였다.
백 과장은 "과거 일부 제품이 출시됐었지만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했기에 우려도 컸다"면서도 "지금은 소비자들의 밀면 인식이 높아졌고, 부산이라는 도시에 대한 경험도 풍부해졌기 때문에 통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진밀면의 핵심 경쟁력 중 하나는 '한 제품, 두 가지 맛'이라는 콘셉트다. 비빔밀면으로 즐기는 방식 외에 분말스프로 따끈한 온육수를 만들어 밀면 전문점에서 먹는 방식을 구현했다. 물론 분말스프는 시원한 냉육수로도 조리할 수 있다.
이 팀장은 "부산 현지 전문점을 돌아다니다 보니 비빔 밀면에 육수를 곁들이는 메뉴를 갖춘 곳이 꽤 있었다"며 "비빔 소스와 육수의 조화를 새롭게 구성해 두 가지 방식으로 취식할 수 있게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조리법 덕에 대형마트에서 구매하는 4개입 1봉지를 구입하면 두 번은 비빔밀면에 온육수를, 나머지 두 번은 냉육수의 밀면을 즐길 수 있어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높았다는 후문이다.
면발 구현에도 공을 들였다. 오뚜기는 1976년 설립돼 소면, 쫄면, 메밀면 등 다양한 면류를 연구하며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밀면 특유의 부드러우면서도 탱탱한 쫄깃한 식감을 유탕면으로 재현하는 데 집중했다.
쫄깃한 식감을 살리기 위해 개발 과정에서 도토리를 넣는 아이디어도 제시됐다. 백 과장은 이에 "도토리가 들어간 밀면은 정통성에서 어긋난다고 강하게 의견을 냈고 결국 빠지게 됐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두 사람은 진밀면은 즐기는 색다른 방법도 제시했다. 백 과장은 "밀면 전문점에서처럼 찐만두와 곁들이는 것이 정석이지만 회를 얹어 먹어도 잘 어울린다"며 "온육수 스프로 계란찜을 만들면 따로 간을 하지 않아도 깊은 감칠맛이 난다"고 귀띔했다.
진밀면은 초기 판매 목표치가 500만개에도 미치지 못하는 제품이었고 광고 계획도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출시 직후 호평에 힘입어 '대세 개그맨' 허경환을 모델로 내세우며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이 팀장은 "초기 인기에 목표를 600만~650만개로 수정하기도 했다"며 "흐름을 볼 때 여름이 끝날 때까지 1000만개를 돌파할 것 같다"며 기대를 드러냈다. 최근 여름이 길어지며 무더위가 9월까지 이어지는 만큼 비빔면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진밀면의 성공을 발판으로 지역 향토 면 요리를 잇달아 라면으로 구현하는 '지역 미식 투어' 콘셉트도 구체화하고 있다.
이 팀장은 "출시가 확정된 제품은 없지만 개발이 마무리된 레시피는 상당수"라며 "제주의 고기국수는 라면으로 출시했을 때 성공할 수 있을지 심도 있게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소비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출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ausur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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