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톡톡]가성비만 있을까? 코스트코·트레이더스가 뜨는 진짜 이유

온라인 쇼핑 시대 오프라인 매장이 주는 매력…'발견의 경험'
매주 새로 교체되는 상품…직접 비교보다 추천을 선호하는 시대

중동발 고유가·고환율 영향으로 물가가 오르자 소비자들이 초저가 상품을 찾으며 트레이더스·코스트코 등 창고형 할인점에 몰리고 있다. 10일 서울 노원구 트레이더스 월계점에서 고객들이 생필품을 대량 구매하고 있다. 2026.4.10 ⓒ 뉴스1 권현진 기자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코스트코·트레이더스 등 창고형 할인점의 인기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요인으로는 '가성비'가 꼽힙니다. 대용량으로 묶어 파는 번들형 상품은 가격 경쟁력이 높은 만큼 고물가 시대에 합리적인 소비를 찾는 소비자들을 유인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죠.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가성비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도 있습니다. 코스트코는 연간 4만~8만 원대 회원권이 필요해 초기 진입 장벽이 존재하고, 매장 수가 적어 접근성이 좋은 편도 아닙니다. 일각에서는 신선식품을 제외하면 체감 할인율이 높지 않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앱으로 쇼핑이 가능한 온라인 유통이 대세가 된 지금, 코스트코와 트레이더스가 오프라인 매장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꾸준히 이끄는 비결은 바로 엔터테인먼트에 있습니다. 한 마디로 '구경하고 쇼핑하는 재미'입니다.

트레이더스 마곡점 내부 게임기 코너에서 한 아이가 제품을 구경하고 있다. ⓒ 뉴스1 박혜연 기자

일반 대형마트는 상품 종류 수(SKU)가 수만 종에 달하고 구성이 안정적이지만 창고형 할인점은 검증된 제품 일부만 대량으로 들여놓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에 봤던 그 제품이 다음 주에는 없고, 또 그다음 주에는 또 다른 새로운 물건이 배치되는 식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마치 보물찾기 하는 재미에 빠지는 것이죠.

코스트코 양평점 내부 커클랜드 신선식품 코너. 커클랜드는 코스트코 자체(PB) 브랜드다. ⓒ 뉴스1 박혜연 기자

트레이더스 마곡점에서 만난 한 40대 여성은 "제품 구성이 잘 바뀌어서 이번 주에는 새로운 제품이 어떤 게 있나 구경을 나온다"고 말했습니다. 매주 두 차례 장을 보러 온다는 두 아이의 아버지 박 모 씨는 "전자 제품을 이렇게 한꺼번에 들여놓는 곳은 별로 없다"며 "아이 관련 용품들도 특이한 것이 많다"고 했습니다.

가전을 진열해놓은 코스트코 양평점 내부 모습 ⓒ 뉴스1 박혜연 기자

SNS 시대에는 대형마트보다 창고형 할인점이 더 적합하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다양한 브랜드를 비교하며 사는 재미가 있었던 대형마트는 정보의 홍수에 지친 현 세대에겐 더 이상 맞지 않습니다. 직접 비교하기보단 '검증된' 제품을 추천받아 쇼핑하는 일을 더 편하게 여기게 된 것이죠.

유튜브 쇼츠에 '트레이더스', '코스트코'로 검색한 화면 갈무리

유튜브 등 SNS 숏폼 플랫폼에는 '코스트코 이번 주 득템'이나 '트레이더스 가면 꼭 사야 할 것' 등을 주제로 한 콘텐츠가 많습니다. 쇼핑을 할 때 많은 사람들이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보다 '내가 무엇을 놓쳤는지'를 살펴본다는 것입니다. 상품 자체에 대한 만족보다 '나도 이것을 구매했다'는 경험 자체가 소비 동기가 되는 셈입니다.

트레이더스 마곡점 내부에 텐트와 물놀이용 대형 보트가 전시돼 있다. ⓒ 뉴스1 박혜연 기자

또 현지 매장처럼 5~10m가량 층고를 높여 압도적으로 넓은 공간에 팔레트에 적재한 그대로 투박하게 진열하는 방식은 소비자에게 서구 문화를 간접 체험하게 하는 효과를 줍니다. 국내에서는 흔하지 않은 수입 식품을 비롯해 유휴 공간에 자리 잡은 대형 텐트 등 캠핑용품이나 다양한 계절성 용품, 취미 용품 코너가 소비자들의 눈길을 끕니다.

코스트코 양평점에 전시된 자전거들 ⓒ 뉴스1 박혜연 기자

특별한 목적 없이 둘러보는 동안 체류 시간은 자연스럽게 늘어납니다. 쇼핑하느라 출출해진 방문객들을 위해 매장 한구석에는 즉석식품을 파는 공간도 있습니다. 과거 대형마트가 수행했던 엔터테인먼트 역할이 지금은 창고형 할인점으로 넘어갔다는 말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코스트코 양평점 즉석식품 코너 ⓒ 뉴스1 박혜연 기자

유통업계 관계자는 "창고형 할인점 특성상 적은 수의 상품을 꾸준히 교체하며 지속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제공한 새로운 경험이 재방문을 유도하고 있다"며 "다음 주에는 없어질 수 있는 물건이라는 희소성 효과와 더불어 쇼핑을 '발견의 경험'으로 만드는 지점이 창고형 할인점의 매력"이라고 말했습니다.

hy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