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 유행 비켜"…브랜드 '뿌리'에서 미래 찾는 식품업계
농심·삼양·KFC, '전통·철학' 재조명…단종 제품 재출시하기도
'기본'으로 회귀하는 식품가…리스크 줄이면서 스토리텔링 강화
- 황두현 기자
(서울=뉴스1) 황두현 기자 = 소비 흐름이 빠르게 바뀌면서 식품업계가 '반짝 유행'을 추구하는 대신 브랜드 고유의 '뿌리'를 재조명하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맛과 형태가 유사한 '미투 제품'이 범람하자 고유의 정체성을 강조해 성장 동력을 찾는 것으로 풀이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이같은 흐름은 라면, 버거, 주류 등 전 식품업종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라면업계는 전통 브랜드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농심(004370)은 신라면 출시 40주년을 맞아 전방위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신제품 '신라면 로제'를 출시한 데 이어 오프라인으로 체험 공간 확대에 나섰다.
지난달부터 서울숲에서 열리는 '2026 서울국제정원박람회'에 라면 면발과 조리 과정을 조형물과 조경으로 꾸민 1428㎡(약 430평) 규모의 테마 정원을 마련했다. 이어 이달 중 서울 성수동에 농심 제품을 현장에서 직접 조리해 먹을 수 있는 '신라면 분식'도 연다.
삼양식품(003230)은 지난해 11월 '우지파동' 이후 36년 만에 프리미엄 라면 '삼양1963'을 공개했다. 과거 한국 최초의 라면에 사용했던 우지의 유탕 처리 방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맛과 감칠맛을 강화했다.
불닭볶음면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다진 뒤 오히려 가장 오래된 '원조' 국물 라면으로 눈을 돌린 셈이다. 김정수 삼양식품 회장은 자사 인스타그램 영상에서 삼양 1963을 먹으며 회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언급하며 제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패스트푸드 업계도 '기본'으로 회귀하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KFC는 자사의 '핸드메이드 치킨' 철학을 강조하기 위해 북촌 한옥마을에 집들이 콘셉트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국내 소비자에게 익숙한 한옥에서 기계식 냉동 치킨과 달리 직원이 직접 조리하는 장인정신을 강조해 신뢰를 높이겠다는 의도다.
버거킹은 최근 단종됐던 대표 메뉴 '롱치킨버거'를 소비자 요청에 따라 재출시했다. 신메뉴를 출시해 제품 가짓수를 늘리기보다 팬덤이 검증된 제품을 선택한 것이다.
주류업계에서도 롯데칠성음료(005300)가 처음처럼 출시 20주년을 기념해 패키지에 초기 디자인을 적용하고, 출시 당시와 동일한 알코올 도수 20도의 '처음처럼 클래식'을 선보였다.
식품업계가 이처럼 '뿌리 찾기'에 나선 건 신제품 개발의 한계에 더해 고유의 스토리텔링을 통한 차별성 강화다.
최근 출시되는 신제품은 이색 협업 등으로 일시적으로는 눈에 띄지만, 유행이 지나면 금세 잊히는 게 대부분이다. 회사의 장기적인 성장 동력이 되기는 어렵다. 반면 고유의 브랜드는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도 안정적인 실적을 보장한다.
아울러 소비자가 제품뿐 아니라 브랜드의 역사와 철학을 공유할수록 충성도가 높아지는 경향도 있다. 다른 경쟁사가 단기간에 모방할 수 없는 무기이기도 하다.
소비자로서도 모험적인 소비를 하기보다는 실패 확률이 낮은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맛'을 택할 수 있어 이점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빨라진 트렌드는 역설적으로 독창적인 정체성을 가진 브랜드의 입지를 강화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운 브랜드가 쏟아지고 있어 전통을 강조하는 헤리티지 마케팅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ausur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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