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가 2999년까지 적용?"…스파오 가격표에 소비자 '혼선'

출시가보다 낮춘 '판매가' 적용 기간 2999년까지
쿠폰가는 단기 적용…이랜드 "2999년은 시스템상 기준 기간"

스파오 로고(spao 갈무리)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이랜드월드가 전개하는 SPA(제조·유통 일괄) 브랜드 스파오(SPAO)의 공식 온라인몰 일부 상품의 판매가 적용 기간이 2999년 12월 31일까지로 표시된 것으로 확인됐다.

2026년 현재 기준 약 973년 뒤까지 해당 판매가가 적용되는 것으로, 소비자가 상시가와 할인가를 구분하기 어려워 혼선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뉴스1>이 스파오닷컴 상품 페이지를 확인한 결과, 일부 상품은 최초출시가보다 낮아진 판매가의 적용 기간이 2999년 말까지로 잡혀 있었다.

이를테면 '와플 긴팔티'는 최초출시가 3만 5900원에서 현재 판매가 1만 7900원으로 표시됐다. 그러나 판매가 적용 기간은 2026년 5월 27일부터 2999년 12월 31일까지였다. 추가 더블쿠폰가는 1만 6110원이었지만 적용 기간은 2026년 5월 28일까지였다.

스파오닷컴에서 윈드브레이커 제품이 최초출시가 69,900원이지만 판매가가 34,900원이라고 표기돼 있다. 그리고 그 기간은 2999년까지로 명시돼 있다.(스파오 갈무리)

비슷한 사례는 더 있었다. 키즈라인의 '망그러진곰 망고미 긴팔 파자마'는 최초출시가 3만 9900원, 판매가 2만 9900원으로 표시됐고 판매가 적용 기간은 2026년 5월 6일부터 2999년 말까지였다.

산리오캐릭터즈와 협업으로 출시된 '긴팔 파자마'는 3만 9900원에서 1만 9900원으로, '데님 맥시 스커트'는 4만 9900원에서 2만 4900원으로, '하프기장 테크니컬 윈드브레이커'는 6만 9900원에서 3만 4900원으로 판매가가 낮아졌는데, 모두 2999년 말까지 판매가 적용 기간이 표시됐다.

이에 대해 이랜드 측은 해당 상품들은 대부분 시즌오프 상품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뉴스1>이 지적한 제품들의 상품 설명에는 제조일자가 2025년 12월 또는 2026년 1월로 기재된 제품들인 만큼 소비자 입장에서는 시즌오프 상품 여부를 직관적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에 이랜드 측은 뉴스1의 이월상품 기준 확인 요청에 회신이 없었고, 기사 보도 후 내부 기준으로 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쿠폰은 단기, 판매가는 973년 뒤까지…이랜드월드 "시스템상 정상가 기준 세팅 기간"

문제는 단기 혜택인 쿠폰가와 사실상 무기한에 가까운 판매가가 한 화면에 함께 표시된다는 점이다. 스파오닷컴 할인내역에는 최초출시가, 판매가, 더블쿠폰가가 구분돼 있고, 2999년까지 적용되는 항목도 쿠폰 할인가가 아닌 판매가인 경우가 많다.

2999년 표기 관련해서 이랜드 측은 "장기 할인 행사가 아니라 시스템상 현재 판매가를 운영하기 위한 기준 기간"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같은 화면에 3개의 가격이 함께 표기되는 구조인 만큼소비자 혼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서는 '할인내역' 화면에서 출시가보다 낮아진 판매가와 단기 쿠폰가를 동시에 보게 돼 해당 가격이 일시적 할인인지 상시 적용가인지 직관적으로 구분하기 어렵게 된다.

이에 대해 이랜드월드 측은 "2999년 12월 31일로 세팅된 것은 시스템상 정상가 기준을 세팅하기 위해 보이는 기간"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장기 할인 기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다만 소비자 화면에서는 해당 기간이 '판매가 적용 기간'으로 노출되는 만큼, 이용자가 이를 상시 판매가와 할인 혜택 중 무엇으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혼선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은 남는다.

와플긴팔티 할인내역(SPAO 캡처)
온라인몰 가격표시 논란과도 맞닿아

공정거래위원회는 할인 표시의 비교 가격으로 종전거래 가격, 희망 소매 가격, 시가 등 여러 기준을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이번 사례를 곧바로 위법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제조·판매가 시작된 지 오래되지 않은 상품의 판매가 적용 기간이 2999년까지로 설정된 경우 소비자가 이를 장기 할인 혜택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 가격표시의 투명성과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온라인몰 가격표시는 이미 '다크패턴'(소비자의 착각을 유도해 특정 선택을 하도록 만드는 온라인 화면 구성) 논의의 주요 대상이다. 공정위와 한국소비자원은 지난 5월 19일 주요 온라인 쇼핑몰 4개 사 입점 상품 1335개를 대상으로 한 가격 할인 광고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할인 기간에 정가를 인상해 할인율을 과장하거나, 시간제한 할인 종료 뒤에도 같은 가격 또는 더 낮은 가격으로 판매한 사례가 확인됐다. 이른바 '거짓 할인'이나 '시간제한 알림'은 소비자가 실제 혜택을 오인하도록 만드는 대표적인 가격표시형 다크패턴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SPA 브랜드가 '가성비'를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우는 만큼 가격표시의 투명성도 중요하다"면서 "가격표가 복잡해질수록 소비자는 실제로 싸게 사는지 판단하기 어려워지며, 할인 판매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상시 판매에 가까운 가격을 할인 혜택처럼 보이게 하는 방식은 소비자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

somangcho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