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따오 120년 역사 강조했지만…韓관광객 입에선 "소변 맥주"[르포]

中 현지 1등 맥주 존재감 여전한데…한국 시장선 '소변 맥주' 인식 여전
최악의 터널 지났지만 회복은 요원…韓서 브랜드 신뢰 회복이 관건

칭따오 맥주박물관 전경. ⓒ 뉴스1 배지윤 기자

(중국 청도=뉴스1) 배지윤 기자 = 중국 산둥성 칭다오시의 한 음식점. 저녁 장사가 시작되자 테이블 위는 금세 '칭따오' 맥주로 채워졌다. 한국 식당에서 소주가 기본처럼 올라오듯, 이곳 사람들도 별다른 고민 없이 자연스럽게 칭따오를 주문했다. 메뉴판엔 여러 술이 적혀 있었지만 손님들의 선택은 대부분 비슷했다.

이 도시에서 칭따오 맥주는 단순한 술 그 이상이었다. 고개를 돌리는 곳마다 초록색 맥주병이 눈에 들어왔고 현지인이고 관광객이고 할 것 없이 자연스럽게 칭따오 맥주를 찾았다. 그러다 문득 궁금해졌다. 이 도시 사람들이 자부심처럼 마시는 맥주는 어떤 역사를 품고 있을까.

지난달 4일 찾은 칭따오 맥주 박물관은 그런 호기심을 그대로 옮겨 놓은 공간 같았다. 박물관은 1903년 독일인들이 세운 붉은 벽돌 양조장을 그대로 활용하고 있었다. 유럽의 오래된 고성을 닮은 외관 안에는 독일식 초기 양조 설비가 당시 모습 그대로 남아 있었다. 녹슨 배관과 거대한 발효 탱크는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칭따오 맥주박물관에서 방문객들에게 시음용 맥주를 제공하는 모습. ⓒ 뉴스1 배지윤 기자

특히 박물관에서 맛본 '원장맥주'는 인상적이었다. 현지에서만 마실 수 있는 비살균 맥주답게 일반 시판 맥주보다 훨씬 신선하고 청량감이 강했다. 목 넘김도 부드러웠다. 순간 "이래서 사람들이 칭다오까지 와서 맥주를 마시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묘한 위화감도 함께 스며들었다. 붉은 벽돌과 독일식 설비가 120년 전통을 증명하려 할수록 머릿속에는 오히려 전혀 다른 장면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2023년 전 세계 소비자들을 충격에 빠뜨렸던 이른바 '소변 맥주' 논란이다.

당시 중국 칭따오 맥주 제3공장에서 한 작업자가 원료 보관 구역에 소변을 보는 영상이 공개되며 한국 사회는 발칵 뒤집혔다.

영상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순식간에 확산됐고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소변 맥주는 이제 못 마시겠다"는 반응까지 쏟아졌다. 몇 초 분량의 짧은 영상이었지만 파장은 예상보다 오래갔다.

칭따오 맥주박물관에 전시된 칭따오 맥주.ⓒ 뉴스1 배지윤 기자

흥미로운 건 현지 분위기와의 온도 차였다. 칭다오 현지에서는 당시 사건의 흔적을 거의 느낄 수 없을 만큼 평온했다. 식당과 술집에서는 여전히 칭따오 맥주가 가장 많이 팔렸고 박물관 역시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반면 한국인 관광객들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비행기로 1~2시간이면 닿는 지리적 이점 덕분에 맥주 박물관 곳곳에서는 한국어가 친숙하게 들려왔지만, 한국인 관광객들의 대화 소재 대부분은 '소변 맥주'였다.

시음장에서 맥주잔을 비우던 뒤 테이블의 한 한국인 관광객도 "현지 맥주가 확실히 맛있다"면서도 "여기가 그 소변 맥주 논란 있었던 곳 아니냐"며 뼈 있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이는 칭따오 맥주를 바라보는 한국 소비자들의 복잡한 시선을 그대로 보여주는 장면처럼 느껴졌다.

칭따오 맥주공장 전경. ⓒ 뉴스1 배지윤 기자

실제 칭따오 맥주 국내 수입사인 비어케이도 최악의 국면에서는 어느 정도 벗어난 분위기다. 다만 회복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지난해 매출은 전성기와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 한때 일본 맥주를 제치고 국내 수입 맥주 시장 정상에 올랐던 존재감도 상당 부분 희미해진 모습이다.

현지에서 경험한 칭따오 맥주는 분명 경쟁력이 있었다. 다만 한국 시장은 조금 다르다. 소비자들은 이제 맛만큼이나 브랜드 이미지와 신뢰를 민감하게 따진다. 선택지도 이미 차고 넘친다. 돌아선 소비자의 기억을 되돌리는 일은 120년 전 불모지에 양조장을 세우는 일만큼 쉽지 않아 보였다.

jiyounba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