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면 40년' 산증인 김대하 법인장 "브랜드 심으려 매운맛 타협 안 했다"

'신라면 순하게 바꿔야' 제안에…故 신춘호 "못 먹으면 팔지 마라"
신라면 툼바, 한국라면 첫 베스트 30…"너구리 제2의 브랜드 육성"

김대하 농심재팬 법인장.(농심 제공)

(도쿄=뉴스1) 황두현 기자

"일본에서 농심을 아는 사람은 20% 정도지만 '신라면'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맛을 타협하지 않고 브랜드를 심은 것이 지금의 신라면을 만들었다."

15일(현지시간) 신라면 분식 팝업스토어에서 만난 김대하 농심재팬 법인장(부사장)은 신라면의 성공 비결로 '브랜드화'를 꼽았다. 이는 농심(004370)보다 신라면을 알려 현지 식문화에 녹아들어야 한다는 고(故) 신춘호 명예회장의 철학에 비롯됐다,

김 법인장은 "1990년대 신라면을 처음 맛본 바이어는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맛이 아니다'며 면박을 줬다"고 회상했다. 또 "'매운맛은 팔리기 어려우니 마일드(순한) 맛으로 판매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며 1990년대 신라면을 유통채널에 입점시키던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하지만 신 회장은 단호히 "매운맛을 못 먹는 사람에게 팔지 말라"며 신라면 본연의 맛을 자신했다는 게 김 법인장의 전인이다. 김 법인장은 "한 번 먹으면 맵지만 두세 번 먹으면 습관이 된다면서 10년간 꾸준히 선보이니 일본도 매운 라면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신라면 순하게 바꿔야' 제안에 故 신춘호 "매운맛 못 먹으면 팔지 마"

김 법인장은 출시 40년을 맞은 신라면 역사의 산증인이다. 1990년대 초반 현지에서 식품회사 생활을 시작한 뒤 농심으로 자리를 옮겨 2002년 농심재팬 출범을 도맡았다. 현재까지 일본 식품업계 생활만 33년이 넘는다.

농심재팬 연매출이 약 2000억 원을 넘기까지 김 법인장도 크고 작은 부침을 겪었다. 1986년 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올림픽을 거치며 전국 2만 2000여개 점포를 가진 세븐일레븐에 입점하면서 소비자들이 신라면에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2011년에는 센다이 지역 공장을 개방하면서 라면과 물을 이재면 구호 물품으로 전달하기도 했다. 선의로 제공한 물품이었지만 신라면 외에는 인지도가 낮던 농심 제품을 알리는 계기로 이어졌다.

김 법인장은 "센다이에 있는 무너진 창고 문을 열고 라면을 제공했는데 시청 직원이 '이 제품은 노약자를 주면 배탈이 난다'며 미안해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맵지 않은 라면을 찾길래. 곰탕라면과 물을 공급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반면 2012년에는 한일 간 독도 주권 문제로 일본 내 반한 감정이 확산돼 실적이 급감했다. 직전 해 법인 출범 후 최대인 49억 엔을 기록했지만 2012년부터 감소세로 돌아서 5년여간 암흑기를 겪었다.

부침을 겪던 농심재팬은 신라면이 세븐일레븐에 이어 훼미리마트·로손 등 이른바 3대 편의점에 모두 입점한 이후 반등하기 시작했다. '편의점의 나라'로 불리는 일본에서 세 브랜드는 점유율은 90%를 넘는다.

2021년 법인 설립 후 처음으로 100억 엔을 넘은 데 이어 지난해 200억 엔을 돌파했다. 올해는 전년보다 20~30%가 넘는 240억 엔 달성을 목표로 삼았다. 김 법인장은 "일본 식품기업은 연평균 2~3%만 성장해도 우수하다고 평가한다"며 "농심재팬은 일본 업계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을 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김대하 농심재팬 법인장.(농심 제공)
신라면 툼바 흥행몰이…日 바이어 "이렇게 맛있는 라면이 있냐"

최근 일본 3대 편의점에 모두 입점한 '신라면 툼바'의 흥행몰이도 심상치 않다. 신라면의 매운맛을 바탕으로 생크림과 제다·파마산치즈의 고소하고 진한 맛과 꾸덕함이 더해진 툼바는 일본 닛케이 트렌디가 발표하는 '2025년 히트상품 베스트 30' 중 18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라면 중 처음이다.

김 법인장은 "신라면 툼바를 처음 먹은 세븐일레븐 바이어가 '이렇게 맛있는 제품이 어디있냐'며 감동했다"면서 "물을 따라 버리는 방식을 고수하지 않고 전자레인지에 돌려먹을 수 있게 하면서 다른 일본 용기라면과 차별화를 준 게 대박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너구리는 신라면에 이은 농심의 제2 브랜드가 될 조짐도 보인다. 일본 우동을 연상시키는 두툼하고 쫄깃한 면과 신라면에는 없는 '순한맛'을 갖춰 대중화가 가능하다는 게 김 법인장의 판단이다.

김 법인장은 "라면과 다른 너구리 면발에 일본인들이 관심이 많다"며 "신라면처럼 한국에서도 검증된 제품이니 일본에서도 브랜드화가 가능하다고 본다"고 자신했다.

ausu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