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發 물가공습②]가격 묶이고 비용 치솟아…식품업계 '경고등'

가격 내렸지만 중동 리스크에 비용 상승…장기화시 수익성 악화 불가피
"물가 안정 동참 기업에 인센티브 제공해야"…세제·해외 진출 지원 등 보완책 필요성 부상

6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라면과 과자가 진열되어 있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10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환율과 금리까지 동반 상승하며 물가 압력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정부 진단이 나왔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물가 상승 압력과 소비심리 둔화가 우려된다며 범정부 비상 대응 체계를 총가동하겠다고 강조했다. 2026.4.6 ⓒ 뉴스1 임지훈 인턴기자

(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 속 가격 인하 압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동발(發) 지정학적 변수까지 겹치며 식품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연구개발(R&D)과 인재 투자에 투입돼야 할 재원이 줄어들면서 중장기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따라 주요 식품기업들이 가격 인하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중동발 전쟁 여파로 원가 부담이 커지면서 기업들의 수익성 압박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익성 짓눌린 K-푸드…투자·고용 흔들

문제는 수익성 악화가 단순한 실적 감소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업 이익은 연구개발(R&D)과 글로벌 진출을 위한 투자, 인재 고용 등을 떠받치는 핵심 재원이다. 그러나 가격 인하 압박이 지속될 경우 수익성이 둔화되면서 투자 여력 역시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 국내 저성장 기조로 K-푸드 기업들은 최근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현지 생산시설 확대, 제품 개발, 마케팅 투자 등을 공격적으로 확대해 왔다. 하지만 수익 기반이 흔들릴 경우 이러한 투자 역시 불가피하게 조정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업 체력이 약화될 경우 고용 시장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이미 경기 둔화로 사업 환경이 악화되면서, 중동발 리스크가 본격화되기 이전부터 일부 기업에서는 구조조정 움직임이 감지돼 왔다. 롯데웰푸드와 롯데칠성음료 역시 지난해 경영 환경 악화를 이유로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동발 리스크가 장기화될 경우 고용 불안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신규 채용 축소는 물론 인력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와 같은 수익성 압박이 장기화하면 기업들은 결국 비용 절감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이 과정에서 신규 투자가 위축되고 신규 인재 채용에도 소극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9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태스크포스(TF) 유통구조 점검팀 3차 회의를 열고 제과·양산빵·빙과 업체들이 소비자 부담 완화를 위해 4월 출고분부터 가격 인하에 나선다고 밝혔다. 제과·빙과류·양산빵을 생산하는 5개 업체는 4월 출고분부터 19개 제품 가격을 100∼400원, 최대 13.4% 인하한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에 진열된 과자. 2026.3.19 ⓒ 뉴스1 김진환 기자
"가격 안정 동참 기업에 인센티브 지원해야"

전문가들도 가격 인하 기조 속 원가 부담이 확대되는 상황이 지속될 경우 식품기업들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진단한다. 이에 기업에 부담을 일방적으로 전가하기보다 물가 안정 동참 기업에 실질적인 인센티브를 지원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기업들이 가격 인하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단순한 비용 전가가 아닌 정책적 보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식품업계는 원재료 수입 의존도가 높아 호르무즈 해협 등 지정학적 리스크에 취약한 구조"라며 "가격 안정에 동참한 기업에 대해 수입 관세 인하나 세제 지원 등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인센티브 정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종우 남서울대 유통마케팅학과 교수는 "최근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가격 관리 기조를 강화하고 있지만, 식품업계 입장에서는 부담이 상당한 상황"이라며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대응 여력이 있지만 내수 중심 기업들은 가격도 쉽게 올리지 못하고 매출 확대도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는 해외 진출을 지원할 수 있는 활로를 열어줄 필요가 있다"며 "정부 간 협력을 통해 현지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연결하거나 K-푸드 관련 행사 등을 확대해 국가 차원의 '붐업'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jiyounba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