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고환율에 배송비 증가·내수 부진 우려…유통업계 고심

물류비 증가해도 전가 어려워…고스란히 손해 감수
스태그플레이션 현실화되나…가성비 생필품 위주 전략 확대

중동 긴장 고조가 이어지는 3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증시 시황이 표시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전일 오후 3시30분 주간종가 대비 14.4원 오른 1530.1원을 기록했다. 2026.3.31 ⓒ 뉴스1 임지훈 인턴기자

(서울=뉴스1) 박혜연 기자 = 중동발 오일쇼크로 유가와 환율이 급등하면서 유통업계가 대응책을 고심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직 영향은 미미하지만 상황이 지속될 경우 비용 증가와 함께 소비 심리 위축 가능성이 있어 수익성에 타격이 예상된다.

휘발유부터 요소수까지 가격 급등…"배송비 손해 감수"

1일 업계에 따르면 중동 전쟁 여파에 유가가 상승하며 휘발유를 비롯해 요소수까지 가격이 치솟고 있다.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900원에 육박하고 있고 경유도 1800원대로 오름세를 보인다.

화물차나 디젤 차량에 필수인 요소수도 품귀 현상을 빚으면서 가격이 10L당 1만 원 안팎에서 최근 2만 원대로 올랐다.

특히 e커머스 업계에서는 유류비 상승에 따른 물류·배송 비용 증가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셀러(판매자)가 배송비를 부담하는 경우 플랫폼에 미치는 영향이 간접적이지만 직배송하는 플랫폼은 고스란히 비용 증가분을 감수해야 한다.

유니클로는 이날부터 무료배송 기준 금액을 3만 원에서 3만 9900원으로 변경하며 사실상 배송비를 인상했다. 유니클로 측은 "안정적인 배송 서비스 제공을 위해 무료 배송비 기준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다만 소비자 저항을 고려하면 배송비 인상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뚜렷한 배송비 변화는 체감하고 있지 않지만 향후 배송비가 늘어나더라도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건 아니고 결국 기업이 손해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달업계도 눈치만 보는 처지다. 개인사업자가 많은 업계 특성상 배달 수수료 인상은 현실화하기도 어렵지만 플랫폼 입장에서도 입점업체들과 협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서울 시내 한 물류센터. 2025.12.16 ⓒ 뉴스1 김도우 기자
고유가·고환율이 끌어올리는 원자잿값…내수 부진 우려

유통가에서는 배송비보다 유가와 환율 상승에 따른 원자잿값 인상이 소비자 물가에 더 영향이 클 것으로 본다. 물가 상방 압력이 확대되면 내수 소비 둔화와 매출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는 지난달 31일 고유가·고물가 피해지원금으로 소득 하위 70% 이하 국민에 1인당 최대 60만 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중동 사태 장기화로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면 가성비 생필품에 대한 수요가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생필품 위주로 상품을 보강해 할인율을 좀 더 크게 적용하면 조금이라도 소비 심리를 자극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그나마 상대적으로 생필품 비중이 큰 편의점과 대형마트 업계도 내수 부진이 장기화될 경우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갑을 아예 닫거나 만 원짜리 사려던 것을 5000원만 사는 등 객단가도 낮아질 수 있다"며 "일단 사태를 주시하며 대응책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hypark@news1.kr